에볼라. 2014년 지구촌을 떨게 만든 바이러스의 이름이다. 지금까지 에볼라에 걸려 사망한 사람만 5,000명이 넘고, 바이러스는 이제 전 지구촌으로 퍼지고 있다. 에볼라바이러스가 확산되며 각국 정부도 에볼라바이러스 방지에 나섰다. 우리 정부 역시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 단계로 올렸고 지난 4월 28일에는 질병관리본부 에볼라 대책반을 편성하여 현재 ‘게이트 검역’이 운영되고 있다.
에볼라바이러스병에 대한 방역 체계가 강화되는 가운데 경기도는 11월 28일, 분당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경기도 에볼라바이러스 대응 현장 모의훈련 및 토론’을 열고 에볼라바이러스 침투상황에 대비하는 자리를 가졌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주관한 이날 회의에는 도 공무원뿐 아니라 김철호 분당 서울대병원 부원장, 박대원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교수(화상참여), 정윤영 국립중앙의료원 간호사(화상참여) 등 여러 병원 측 인사들이 참석한 데 이어 정충현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장까지 참여하여 각 분야의 공조 체계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경기도 역학조사관들이 에볼라바이러스 보호구 탈의를 시연하고 있다. ⓒ 김지섭 기자
이날 회의는 사전에 제작된 모의훈련 영상 시청에 이어 정부와 경기도의 ‘에볼라바이러스 대응책’을 살펴보고 문제점을 파악한 뒤, 토론을 하며 문제점에 대한 각계의 의견과 해결책을 발표하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이날 회의에선 에볼라바이러스의 특징과 관련된 문제들이 주목을 받았다. 에볼라바이러스가 기존의 바이러스들과 다른 점은 크게 2가지다. 첫째는 국내에 에볼라바이러스가 들어온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이며 두 번째는 아직 완치시키는 약이 없다는 점이다.
첫 번째 특징과 관련해 ‘아직 국내에 에볼라바이러스를 치료해본 의사가 없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에볼라 환자가 발생할 경우 처음 에볼라를 접해보는 의사들이 과연 제대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느냐에 대한 우려였다. 실제로 현재 질병관리본부와 대학병원에서 각 2명씩 총 4명을 미국으로 파견해 에볼라 치료 훈련을 받게 한 것이 국내에선 전부이다.
이에 대해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에볼라가 출혈의 형태로 진행되는 바이러스고 경과가 진행되면 대부분 중환자에 해당하는 형태로 발병을 한다”며 “국내 의료진 중에는 중환자형의 트레이닝을 마치고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의 질병치료를 했던 경우가 상당히 있다. 질환이 다를 지라도 환자가 실제 처치를 받아야 하는 것은 중환자에 대한 처치와 거의 같다. 에볼라 환자 치료 경험은 없지만 실제 치료에 있어서 아주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에볼라바이러스 치료 능력은 충분하다는 답변을 하였다. 국립중앙의료원 감염관리전문인 정윤영 간호사 또한 “의료 환경 낙후로 서아프리카는 더욱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는데 우리는 탈수나 쇼크·호흡부전에 대해 보조적 치료를 적극적으로 진행할 능력이 충분하다”며 이 교수의 설명을 뒷받침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28일 열린 ‘경기도 에볼라바이러스 대응 현장 모의훈련&토론’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김지섭 기자
아직 완치시킬 약이 없다는 점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완치시킬 약이 없으므로 에볼라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전문 자문의원들은 “신종플루가 유행할 때 많은 사람들이 단순한 발열 증세를 적절한 판단 없이 바로 신종플루로 의심하고 병원을 방문, 병원 업무에 차질이 생겨 오히려 신종플루 환자들이 치료를 못 받는 해프닝이 있었다”고 설명하고 “에볼라바이러스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도민들에게 알려 불필요한 동요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정확한 언론 보도가 필요함을 주장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세월호 참사 때도 확인되지 않은 브리핑과 정보가 정부의 공식 입장인양 보도가 나가서 국민적 신뢰를 무너뜨리고 가족들의 분노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겪었다. 대규모 감염 발생 상황에서는 국민들에게 권위 있는 담당자가 모든 언론의 공식창구가 되어야 한다”며 올바른 보도를 지휘할 언론 담당자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경기도와 질병관리본부가 가지고 있는 매뉴얼 상에선 ‘환자가 발생할 시 기본적으로 질병관리본부가 여론을 담당하며 언론 브리핑은 의학적 대응과 행정적 지원이란 투트랙 전략으로 운영된다’고 나와 있다. 이에 정충현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장은 “에볼라 국내 유입 시 질병관리본부장이 대국민 브리핑을 매일하게 된다. 그래서 아주 작은 변화라도 국민들에게 전개되는 상황을 매일 매일 알려준다”라며 위기상황 시 언론 대응 계획에 대해 설명하였다.
누구나 다 알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일이 터진 뒤에야 대책을 세운다는 뜻이다. 올 한해 일어난 수많은 안전사고들을 처리하는 모습들은 대체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모습의 반복이었다. 그러나 이날 에볼라 대응 모의·훈련토론 만큼은 그 순서가 달랐다. 위기 상황에 대비해 사전에 구조 대책 등을 준비하는 경기도의 모습은 외양간부터 수리하는 모습이었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모습이 아닌, 미리미리 준비하는 경기도의 모습이 새삼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