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T 경기’人]은 기억에 남을 사연의 주인공이거나 이색적인 경력을 가진 경기도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기획시리즈입니다. 두 번째로, ‘2014 경기도 바로알기 공무원 퀴즈왕 선발대회’에서 우승한 화성시 복지정책과 김양희 주무관의 이야기를 전합니다.<편집자주>
‘2014 경기도 바로알기 공무원 퀴즈왕 선발대회’ 장원에 오른 화성시 복지정책과 김양희 주무관. ⓒ 경기G뉴스 유제훈
“도청 전입시험을 보기 위해 1년 정도 공부한 것이 아까워 ‘경기도 바로알기 공무원 퀴즈대회’에 출전했는데 뜻밖의 우승을 차지해 영광입니다. 화성시 공무원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앞으로 항상 공부하는 자세로 공직에 임하겠습니다.”
경기도가 지난달 18일 인재개발원 실내체육관에서 개최한 ‘2014 경기도 바로알기 공무원 퀴즈왕 선발대회’ 장원에 오른 화성시 복지정책과 김양희 주무관이 담담하게 밝힌 소감이다.
경기도 바로알기 공무원 퀴즈대회는 경기도 역사·문화·인물·주요시책 등과 관련된 문제를 가장 많이 아는 퀴즈왕을 선발하는 대회로 OX 퀴즈, 화이트보드에 답을 적는 도전 골든벨, 결선 1:1 맞대결, 장원 결정전 순서로 진행됐다.
31개 시·군 200여 명의 공무원이 참가해 예선을 거쳐 최종 3인에 선발된 김양희 주무관은 장학퀴즈 방식으로 진행된 결선에서 세 문제를 먼저 맞춰 퀴즈왕에 등극했다.
김양희 주무관을 응원해 준 화성시 오순록 복지정책과장(왼쪽)과 서예순 자활팀장(오른쪽). ⓒ 경기G뉴스 유제훈
퀴즈대회 초반 김 주무관은 100여 명의 인파에 밀려 맨 뒤에서 문제를 풀었다. 낭중지추라고, 문제 하나하나를 침착하게 맞혀 가면서 서서히 부상했다.
남길우(시흥시 중앙도서관)·서연우(수원시 상수도사업소) 주무관과 ‘장원 결정전’에서 맞붙은 김 주무관은 사회자가 묻는 각오에 대해 “오늘 응원하기 위해 함께 온 화성시 선후배님, 감사합니다. 파이팅!”이라고 외친 후 팔뚝을 걷어붙이고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첫 문제는 연천군 장남면 임진강과 지천이 합류하는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한 고구려 유적지 ‘호로고루성’, 두 번째는 화성 축성 방략 등 기본 지침서인 정약용의 ‘성설’, 셋째는 팔달구 효원공원 내 1800여 평의 중국 전통정원 ‘월화원’이 정답이었다.
김양희 주무관은 한 문제씩 틀린 경쟁자와 달리 세 문제를 다 맞히고 ‘퀴즈왕’를 뽑는 마지막 관문에 나섰다. 대회에 8명이 출전한 화성시 응원단은 “화성시 브레인, 당황하지 말고 정답만 콕~ 끝!”이란 플랜카드를 흔들며 열광하기 시작했다.
시군별로 준비해 온 플랜카드에는 ‘예선 탈락 앙~돼요! 퀴즈왕은 돼요~~’ ‘나 골든벨 먹은 여자야’ ‘꿈은 이루어진다’ ‘다 맞추~으~리’ ‘호로록~ 호로록~!’ 등 다양한 유행어를 담아 응원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 ‘당황하지 말라’는 화성시의 응원 문구는 일찌감치 소속 공무원의 우승을 예상(?)했던 듯하다.
‘경기도 바로알기 퀴즈왕 선발대회’에서 김양희 주무관이 장원 부상으로 40인치 스마트 TV를 받는 모습. ⓒ 경기G뉴스 박관식
김 주무관은 박덕순 경기도 인사과장이 “조선 영조 때 이중환이 「택리지」에 ‘300년간 명성과 문화의 중심지역으로 유풍이 크게 떨치고 학자가 무리지어 나와 하나의 작은 중화였다’고 써 우리나라 학문의 중심지로 평가한 도는?”이란 문제를 내는 중간에 회심의 미소를 지은 후 끝까지 기다렸다가 “정답은 경기도입니다”라고 답해 마침내 ‘경기도 공무원 퀴즈왕’에 올랐다.
김 주무관은 위기 순간에 대해 “결승에서 둘째 문제인 정약용의 저서가 좀 헷갈려 틀릴 뻔했다”며 “처음에는 ‘화성역의궤’로 썼다가 ‘성설’로 고쳤는데 다행히 그게 맞았다. 서예순(화성시 복지정책과 자활팀) 팀장님과 팀원 선후배의 응원 덕인 것 같다”고 말했다.
화성시 복지정책과 자활팀에서 노숙인 업무를 맡고 있는 김양희 주무관은 경기도 공무원 퀴즈왕의 명성에 걸맞게 하는 일도 똑 부러지게 잘한다는 평이 주변에서 자자하다. 김 주무관은 개인적으로 지난해 연말 ‘무한돌봄 집수리사업 유공자’ 도지사 표창을 받았다.
그가 근무하는 자활팀도 함께 기관 표창을 수상했다. 이 팀은 저소득층 자립·자활을 돕는 자산형성사업, 노숙인 지원, 취업연계 프로그램 일자리 지원 등 업무를 맡고 있다.
화성시 응원단이 ‘화성시 브레인, 당황하지 말고 정답만 콕~ 끝!’이란 플랜카드를 흔들며 우승을 축하하고 있다. ⓒ 경기G뉴스 박관식
지난 5일 화성시청에서 만난 김양희 주무관은 노숙인 관련 일에 대해 “알코올중독자, 정신질환자 등 거리를 배회하고 힘들게 살아온 분들이라 물론 쉽지는 않다. 오늘도 산속에서 움막 치고 사는 분을 발견해 병원과 시설에 연계했다”며 “병원과 경찰서를 통해 가족을 찾고, 일자리를 얻어 자립에 성공한 후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열심히 일한 데 보람을 느끼고 사기가 진작된다”고 말했다.
현재 화성시는 위탁보호시설인 성혜원에서 노숙인을 관리하고 있다. 김 주무관은 “전문 상담인과 연계하고 민관 협동이 잘돼 직접적인 어려움은 많지 않지만 안전문제 등을 수시로 체크하고 관리한다”고 밝혔다.
김 주무관은 공무원으로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지난해 겨울 조류독감으로 닭을 살처분할 때였다고 고백했다. 전 직원이 모두 출동해 살아 있는 닭을 죽이는 일이 힘들어 한동안 닭고기를 먹지 못했다고.
보람 있었던 일은 지난 2월 맺은 화성시 노숙인 발생 건에 대한 경찰서·병원·시설 등의 업무 관계 설정 협약이다. 김 주무관은 이 ‘노숙인 일시 보호 강화사업’에 대해 “한마디로 각 기관이 서로 미루지 말고 각자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것으로 이에 대한 효과가 좋자 다른 시군에서도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고 귀띔한다.
퀴즈왕 선발대회에서 100여 명이 문제를 풀기 위해 앉아 있다. ⓒ 경기G뉴스 박관식
김 주무관의 취미는 스키·스노보드. 대학생 시절부터 수준급 실력이지만 시간이 없어 자주 가지는 못한다고 했다. 빵을 만드는 것도 좋아해 2주마다 교회 봉사단에 나가 빵을 구워 어려운 가정에 나눠주는 일에서도 보람을 찾는다.
퇴근 후에는 대학원 진학을 위한 공부를 틈틈이 하고 있다. 희망하는 대학이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으로 입학하기가 만만찮아 준비하는 데 3~4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앞으로 공부를 더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에서 비롯된 고행길이다.
수원시 공무원으로 33년째 공직에 근무 중인 그의 어머니는 부상으로 받은 40인치 스마트 TV를 고급 청소기 3대로 바꿔 선물하자 무척 반가워했다고. 그의 아버지는 대기업 LG를 퇴사한 후 귀농한 지 4년 차의 ‘경기도 농사꾼’으로 변신해 꽃을 자식처럼 돌보느라 여념이 없다.
김 주무관은 “아빠가 이천·화성시 등 농지에서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해 화훼농사를 짓는데 가끔 찾아가 도와준다”며 “두 분이 서로 떨어져 있는 탓에 주말부부로 사이가 너무 좋다”고 조크도 던진다.
2010년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2011년부터 사회복지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김양희 주무관은 지난해 7월 화성시 복지정책과로 옮겨 현재에 이르렀다. 지난 7월 경기도청 전입시험에 합격해 내년 2월경 인사 발령될 예정이다.
31개 시·군이 다양한 유행어를 플랜카드에 담아 응원하는 모습이 뜨거웠다. ⓒ 경기G뉴스 박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