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저무는 해에 대한 아쉬움과 다가올 새해에 대한 설렘이 교차하는 시기이다. 올 한 해도 우리는 너무나 바쁘게 살아왔다. 나의 성공과 명예를 위해, 가족의 행복을 위해 힘들어도 꾹 참고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다보니 잠시 잊고 소홀한 것도 생겼다. 바로 ‘이웃’이다.
사회가 점점 산업화되고, 정보화되면서 경쟁에서 이겨야만 성공하는 각박한 사회가 됐다. 그렇다면 경쟁에서 도태된 내 주위의 이웃들은 어떤 모습인가. 배고픔과 추위 속에 아픔을 혼자 속으로 삭히며 그렇게 가난과 외로움에 맞서 싸우고 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들의 아픔과 슬픔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지난 9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는 내 주위의 소외되고 힘든 이웃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이들을 격려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제5회 무한돌봄대회’가 열린 것이다. ‘무한돌봄’은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된 경기도의 대표적인 복지 브랜드로, 경제 악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가정 학대, 유기, 자살, 폭력, 부랑인, 노숙자 등 복지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생활밀착형 복지 서비스를 말한다.
기존의 복지 서비스가 사회복지관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무한돌봄센터는 경찰서, 아동복지기관,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병원 등 도내 사회복지업무를 모두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로 기능한다. 현재 경기도 내 31개 센터에 94개 네트워크 팀이 운영 중이며 2만5000여명의 무한돌보미들이 활동 중이다. 또 총 5만여 가구의 사례관리를 통해 복지사각지대 발굴과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이기우 경기도 사회통합부지사와 유공자 표창을 받은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성지훈 기자
이기우 경기도 사회통합부지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 성지훈 기자
이날 행사에서는 무한돌봄 종사자 등 총 78명이 유공자 표창을 수여받았다. 이기우 경기도 사회통합부지사는 축사에서 “힘든 복지현장에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복지사각지대를 찾아내기 위해 수고한 무한돌보미, 무한돌봄센터 종사자분들의 수고에 감사드린다. 앞으로 경기도는 위기가정 발굴, 민간자원개발, 사례관리, 무한돌보미를 통해 지속적으로 복지사각지대 발굴과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행사 참석자들의 시선을 고정시키는 특별한 무대도 이어졌다. 광주시 무한돌봄센터가 준비한 소시오 드라마 ‘멀어도, 얼어도, 비틀거려도’가 바로 그것이다. ‘소시오 드라마’란, 사회 또는 집단을 대상으로 이들 구성원간의 상호적 교류를 통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끊임없는 토론과 즉흥적인 상황극 연기를 펼치는 것을 말한다. 이 드라마를 통해 어려움에 처한 가정과 사례자들은 자신의 문제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간다.
광주시 무한돌봄센터에서 준비한 소시오 드라마 ‘멀어도, 얼어도, 비틀거려도’ 공연 장면. ⓒ 성지훈 기자
이날 공연된 드라마는 광주시 무한돌봄센터에서 사례관리를 맡은 한 알콜 가정의 이야기를 각색한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복지사의 수고와 노력 그리고 복지사각지대 가운데 힘들어하는 클라이언트의 아픔을 느끼게 해주었다.
행사의 마지막은 자유와 소통의 상징으로 유명한 가수 안치환의 축하공연이 장식했다. 편안하고 부드러운 안치환의 목소리를 들으며 참석자들은 그간의 고생을 잊고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바보 같아서 웃고, 멍청해서 죄송하다 머리 숙이는 것 아냐. 어느 날 내 심장이 돌덩이가 돼버렸다고. 내 마음이 아무렇지 않게 돼버렸다고. 그게 내가 겪고 있는 사회복지야!”
소시오 드라마에서 사례관리를 맡은 한 사회복지사의 독백이다. 우리 사회에서 의사, 판사, 검사, 변호사 등 ‘사’자로 끝나는 직업은 부와 명예를 보장받는 직업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사회복지사는 예외다. 고생한 만큼의 부나 명예는커녕 사명감과 책임감 없이는 버텨낼 수 없는 헌신의 직업이다.
병을 치료하고 억울한 사람을 구제해주는 일도 훌륭하지만 자신보다 더 어렵고 힘든 이웃을 보듬는 사랑과 헌신이야말로 그 어느 것보다도 훌륭하고 위대하다. 그리고 그들의 숭고한 헌신 가운데는 무한돌봄이 있다.
이번 겨울에는 그들의 사랑과 헌신을 떠올리며 나부터 어려운 이웃들에게 손을 내밀어 보는 것은 어떨까. 따뜻한 말 한 마디와 차 한 잔이 그들에게는 메마른 땅에 소나기처럼, 각박한 마음 가운데 듣기 좋은 노래처럼 느껴질 것이다. 경기도를 넘어 대한민국 구석구석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해줄 ‘무한돌봄’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