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지사가 디자인나눔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이승주 기자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는 우리나라 5대 기업으로 손꼽힌다. 이 기업들의 이름을 들으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바로 기업 로고와 이미지일 것이다. 사람들은 이미지와 글자가 머릿속에 각인 되어 멀리서 브랜드 로고만 보아도 그것이 무엇인지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이처럼 브랜드 로고는 기업 이미지, 제품 홍보와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기업과 상품에 적합한 디자인을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를 위해 유명 디자이너의 손을 거치면 로고 하나에 수 십 억을 호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영세업체 특히 노인, 장애인과 같은 취약계층이 운영하는 곳은 제품 생산과 판매도 벅차 로고 디자인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이들을 위해 경기도와 대학생들이 뭉쳤다.
경기도와 경기복지재단, 가천대, 경희대, 한양대, 대진대 등이 MOU를 체결하고 디자인을 개발해 취약계층, 복지시설, 정보화마을 일자리 창출사업 업체에 무료로 제공하는 나눔을 베푼 것.
지난 16일 경기도청 제3별관 1층 로비에서 ‘경기 디자인나눔 프로젝트’ 성과 전시회가 열렸다. 18일까지 3일간 진행되는 이번 전시회의 개막식에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경기복지재단, 디자인 개발자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남 지사는 전시회장을 천천히 둘러보며 제품을 만져보고 먹어보기도 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또 직접 작업에 참여한 디자인 개발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가천대 학생들이 만든 디자인이 적용된 유니폼. ⓒ 이승주 기자
가천대학교 산업디자인과는 성남지역자활센터를 위한 로고를 만들었다. 성남지역자활센터는 간병, 청소, 도시락 등 자활 근로 사업과 교육 및 문화 활동을 하는 곳이다.
이곳의 로고는 나이팅게일 새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따뜻하고 착한 간병의 이미지로 디자인했다. 새 디자인이 적용된 유니폼을 보니 밋밋할 수 있는 흰 유니폼에 포인트가 되면서 동시에 따뜻한 이미지까지 느껴져 인상적이었다.
한양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에서 만든 디자인은 국민반찬 김을 위한 것이었다. 솔빛터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생산하는 김은 국내산에 가격대비 맛도 좋지만 포장 디자인이 어둡고 진부해 홍보효과가 미흡했다. 대학생들이 글자에 밥그릇 이미지를 넣고 캐릭터로 만들어 친근하면서도 한눈에 김 포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우수 디자인나눔 제품인 웰빙 과자가 전시돼 있다. ⓒ 이승주 기자
2013년도 디자인나눔 사업 우수 성공제품 전시도 열렸다. 사회복지법인 연꽃마을 용인시니어클럽에서 생산하는 비지쿠키, 두부과자, 현미과자에 경희대 학생들의 포장 디자인이 더해져 우수 성공 제품으로 선정됐다. 포장 디자인에는 기름에 튀기지 않고 구워내며 인공색소를 가미하지 않은 웰빙 과자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이 제품들은 실제 농협에서 판매 중이며 없어서 못 팔정도로 인기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맛을 보니 깔끔하고 담백해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 지사도 시식을 해 본 뒤 “하나 가져가면 안 되겠냐”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경기도 건축디자인과 주명걸 과장은 “디자인이 어떠냐에 따라 회사 이미지가 크게 달라진다. 디자인에 재능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작년부터 재능기부로 나눔에 동참하고 있다. 업체 중 97%가 만족도를 보이고 있으며 좀 더 발전적이고 좋은 디자인을 개발하고 앞으로 더 활성화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남 지사와 한양대 학생,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이승주 기자
디자인을 개발한 대학생들에게는 봉사시간 인정과 우수표창을 받는 등 혜택이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 혜택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은 자신의 재능을 타인에게 나눌 수 있다는 보람일 것이다. 내가 만든 디자인을 영세기업이 사용하고 브랜드 이미지가 확립돼 제품 생산과 판매량이 증가하고 일자리 창출과 수입 증대의 결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3개 대학, 올해는 4개 대학의 학생이 참여했다. 내년에는 어떤 디자인이 디자인나눔 우수제품으로 선정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