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2층버스를 보는 일은 흔치 않다. 혹은 전혀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사람들은 2층버스는 영국이나 홍콩 같은 외국에서만 볼 수 있는 교통시설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버스 입석 금지 대책 마련과 교통편의 개선을 위해 2층버스 도입을 위한 시범운행을 시작한다. 출퇴근 대중교통에 불편을 겪었던 도민이나 버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 모두가 체험할 수 있는 2층버스
시범운행되고 있는 2층버스의 내부 모습 ⓒ 배산하 기자
지난 12월 8일 오전 7시, 경기도 광역 2층버스 ‘굿모닝 2층버스’의 시범운행이 시작되었다. 12월 18일, 기자가 탑승한 M6117버스(김포에서 서울역까지 운행되는)에는 2층버스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안고 탑승한 많은 탑승객들이 있었다. 이들은 처음 보는 2층버스에 신나 사진을 찍기도 하고, 버스에 붙어 있는 안내문들을 열심히 읽어보기도 했다. 이날 2층버스에 탑승한 전성미(28) 씨는 “평소 타고 다니던 노선의 버스가 2층버스로 시범운행되어 기쁘고 덕분에 2층버스 시범운행을 처음 알게 되었다. 생각보다 편리해서 좋고 시범운행 기간 동안은 운행시간에 맞춰서 계속 타보고 싶다”며 2층버스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버스의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낮은 천장. 앉으십시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1층과 2층을 이어주는 계단은 바닥에서 천장까지 1.71m로 성인 남성이 통로를 올라가기엔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높이다. 또한 1층 맨 뒷좌석은 마주앉는 자리인데 두 사람이 마주앉기에는 자리가 비좁고 불편해 보였다.
또 1층에서 2층의 좌석이 얼마나 비어있는지를 알 수 없어 올라갔다 내려와야 하는 불편함도 생길 수 있어 보였다. 이러한 점은 2층버스 도입 적합성 평가를 통해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CCTV 화면을 보일 수 있게 해 놓은 점, 안전을 위해 계단에 불을 켜 놓은 점 등은 승객에 대한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이렇듯 버스 내의 세세한 부분은 직접 체험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
■ 2층버스, 경기도에서 3주간 만나요~
12월 15일부터 19일까지 시범운행된 M6117번 2층버스 ⓒ 배산하 기자
이번 2층버스 시범운행은 경기도의 3개 노선에서 12월 8일부터 26일까지 3주간 1주일 단위로 1일 3회 운영된다. 출퇴근 시간 외에도 1~2회 운영하여 도민들에게 탑승기회를 제공한다. 시범운행 버스로는 7770번, M6117번, 8012번 버스가 있다. 7770번 버스(수원역~사당역)는 12월 8일부터 12월 12일까지, M6117번 버스(김포~서울역)은 12월 15일부터 12월 19일까지 운영되었으며 8012번 버스(남양주~잠실역)는 12월 22일부터 12월 26일까지 운영한다.
7770번 노선은 하루 3회로 수원역에서 아침 7시, 정오, 오후 5시 하루 세 번 출발해 수원종합운동장, 한일타운 등을 경유해 사당역에서 회차하고, M6117번 노선은 김포 한가람 마을에서 아침 6시 30분, 10시 30분, 오후 2시 20분, 저녁 6시 10분 등 하루 4차례 출발해 초당마을, 합정역, 신촌오거리 등을 경유해 서울역에서 회차하며, 8012번 버스는 하루 3회 예정으로 남양주 경복대에서 아침 7시 10분, 오후 1시, 저녁 6시 출발해 진접우체국, 구리영업소 등을 경유해 잠실역에서 회차한다.
시범운행되는 2층버스의 운행요금은 일반 광역버스와 동일한 2200원(카드 2100원)이며, 버스에는 안전을 위해 공무원, 버스업계 직원, 정비사 등 3명의 안전 관리자가 동승한다.
현재 시범운행차량은 1대인데 영국 ADL(알렉산더 데이스)사에서 만든 Enviro500 모델이며, 기존의 40인승 광역버스보다 좌석이 많은 79인승 버스이며, 길이 12.86m, 폭 2.55m, 높이 4.15m 크기이다. 가격만 해도 기존 광역버스보다 5배 가까이 비싼 7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2층버스 1대는 승용차 60대의 수송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최고속도 100km 이내에서 안전운행을 한다.
2층버스는 최첨단 기능을 더해 안전성을 높였다. 4개의 카메라를 설치해 마치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영상을 제공하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AVM) 시스템은 360도 영상을 통해 사각지대로 인한 사고의 위험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 시범운행부터 도입까지
2층버스는 12월 7일 2층버스 체험 및 사전점검 이후, 12월 8일부터 26일까지 3주간의 시범운행을 거쳐 차량, 승객, 운전자를 대상으로 2층버스 도입 적합성 평가를 받는다. 차량은 주행성능, 차량지원, 연비, 운영비용, 유지관리 편의성, 도로여건 등을, 승객은 편리성, 안전성, 쾌적성, 승•하차 소요시간, 실제 수송능력 등을, 운전자는 운전 편의, 안전도, 피로도 등을 평가한다.
경기개발연구원은 시범운행 기간 동안 차량, 승객, 운전자 3가지 항목을 확인하고 시범운행 모니터링 및 설문조사 등을 통해 내년 1월 중으로 평가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며, 이후 국토교통부와 교통안전공단 등과 함께 우리나라 도로여건에 2층버스가 적합한지, 또 경제성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하여 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경기도는 2층버스 시범운행 하루 전인 12월 7일 경기도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시승체험에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강득구 경기도의회 의장, 박기춘 국회의원, 이찬열 국회의원, 홍철호 국회의원 등 70여명이 참석하여 시범운행 전 검토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시승체험을 마친 후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생각보다 승차감이 괜찮았고 시야가 트여 있어 편안함을 느꼈다. 저상버스이기 때문에 장애인들이나 어르신들, 어린이들이 탑승하기 편할 것 같다. 도로사정이 2층버스와는 안 맞는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남은 기간 동안 이런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한 기존 7770번 광역버스를 운행한 운전기사 김영수(54) 씨는 “평소 운전하던 것과 크게 다른 점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차체에 더 안전성이 있어 보였다”고 말했다.
■ 2층버스, 왜 필요한가
이번 2층버스 시범운행은 최근 광역버스 좌석제로 인한 출퇴근길 교통난 해소 대책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경기도는 수송능력이 우수한 2층버스의 도입을 통해 도민의 안전과 출퇴근 교통 편의를 실현하고자 했다. 도입 적합성 평가를 위해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시범운행을 추진하는 사업이 이번 ‘굿모닝 2층버스’이다.
경기도는 지난 10월 경기도민들의 즐겁고 행복한 생활을 위한 ‘굿모닝 경기도’를 만들기 위해 경기도정의 미래 비전 `넥스트 경기`를 뒷받침할 「2014 도정 10대 과제」를 발표하였다. ‘굿모닝버스’는 그 10대 과제들 중 하나로 경기도민들의 편안한 출퇴근길을 위해 추진하기로 하였다.
이번 ‘굿모닝 2층버스’의 도입 원인이 된 광역버스 좌석제는 시민들의 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어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현하며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광역버스 좌석제는 도로교통법 규정에 의거하여 2014년 7월 16일부터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 도로에서 직행좌석(광역)버스에서 입석 승차가 금지되는 제도이다. 따라서 차량의 잔여 좌석이 없을 경우, 탑승이 아예 불가하다.
국토교통부가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3개 지자체에서 광역버스 입석 금지를 실시함에 따라 고속도로로 경유하는 모든 버스의 입석이 금지되었고, 그 대신 45개 노선에 광역버스 158대가 증차되었으며, 출근 시간대에 최대 2회 서울을 왕복하여 기존 입석 이용자를 흡수하였다.
하지만 버스가 운행되는 현장에서는 노선당 1, 2대를 늘려서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며, 서울 2회 왕복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대두돼 많은 충돌이 있었다. 또한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광역버스 좌석제에 혼란과 불편함을 느끼며 "아무것도 모르는 윗사람들 머리에서 나온 탁상공론"이라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게 되었다. 정책이 시행된 지 여러 달이 흘렀음에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이러한 상황에서 입석금지제의 대안으로 경기도가 내놓은 정책이 바로 ‘2층버스 운행`이다.
올해는 사회적으로 안전이 굉장히 부각된 해였다. 세월호 사건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안전사고들이 발생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광역버스 좌석제도의 목적은 승객의 `안전`이다. 이번 2층버스 시범운행은 광역버스 좌석제로 인한 교통체증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이다. 하지만 2층버스에 있어서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는 ‘안전’이다. 오로지 편의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편리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교통시설이 된다면 우리나라의 도로에서 안전하게 운행되는 것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 2층버스로 도입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행되고 있는 2층버스는 모두 23대로, 43인승이 16대, 65~67인승이 7대이다. 그 버스들도 서울, 부산 영월 등에서 운영하고 있는 관광용이 대부분이고 일부는 통학버스로 쓰이고 있다. 따라서 결국 우리가 도로에서 2층버스를 접할 기회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1991년 서울시청∼과천 시내버스 노선에서 2층 버스가 처음으로 시범운행되었다. 당시 87∼91인승 버스 3대가 투입됐지만 버스의 높이가 4∼4.2m로 시내 도로 사정에 맞지 않아 운행되지 못했다.
2층버스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 해외의 지역으로는 영국과 홍콩을 꼽을 수 있다. 영국은 관광여행버스로 2층버스가 대중화되어 있으며 런던을 상징하는 명물로도 알려져 있다. 홍콩의 2층버스 또한 많은 관광객을 동원해 여행지를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 관광버스로 자리 잡혀 있다.
2층버스는 넓은 시야로 멀리까지 볼 수 있기 때문에 도심을 관광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때문에 2층버스가 관광용으로 쓰이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제대로 사용하면 일반 시내버스로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일반 버스보다 두 배의 인원을 탑승시킬 수 있다는 것은 도로가 넓지 않은 우리의 교통상황에 있어서 크나큰 장점이다. 1991년 당시에는 운행되지 못했지만, 이번 시범운행에서는 도입 적합성을 면밀이 평가하여 보완점을 해결한다면 우리나라 도로교통에 적합한 2층버스로 운행될 수 있을 것이다.
2층버스를 탑승해 본 승객들은 경기도 홈페이지에 덧글을 달아 자신의 의견을 알리기도 하고, SNS에 사진과 체험담을 올리는 등 이번 정책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여러 기사들로도 2층버스 시범운행 현황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렇듯 경기도민들의 많은 관심과 경기도의 정확한 평가로 2층버스 도입이 좋은 방향으로 결정되기를 기대해 본다.
2층버스 체험기 이벤트 중인 경기도 페이스북 화면 ⓒ 경기도 페이스북 캡처화면
경기도는 광역 2층버스 시범운행 기간 동안 탑승객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스페셜 이벤트를 진행한다. 버스 내에서 촬영한 인증샷이나 개선점, 탑승소감 등을 경기도청 공식 블로그(http://ggholic.tistory.com/9433)와 페이스북 이벤트 페이지(https://www.facebook.com/ggholic)에 올려 참가할 수 있다. 페이지는 버스 앞 좌석 뒤에 부착되어 있는 이벤트 스티커 속 QR 코드를 통해 접속 가능하다. 이벤트는 12월 31일까지이며 경기도청 블로그 또는 페이스북에 굿모닝 2층버스에 대한 솔직한 체험 후기를 작성하면 추첨을 통해 소정의 새해선물을 증정하고, 2015년 1월 15일에 당첨자를 발표한다. 기타 궁금한 점은 경기도청 소통담당관실(031-8008-2655)로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