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문화의전당 아늑한소극장 입구 ⓒ 신재현 기자
12월 18일 경기도립국악단은 경기도문화의전당 아늑한소극장에서 음악극 `브루스니까 숲의 노래`를 선보였다. `브루스니까 숲의 노래`는 역사 속에서 잊혀져 가는 사할린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낸 공연이다.
2012년 초연된 연극을 경기도립국악단, 남인우 연출, 김민정 작가, 양승환 작곡가까지 합세해 새로운 음악극으로 재탄생시킨 이 작품은 하얗고 깨끗한 무대에서 시작된다. 특별한 소품 없이 사할린을 살아갔던 사람들과 그들이 몸소 느낀 역사와 기억들이 숲이 되고 풍경이 되고 이야기가 된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어도 고향을 그리워하는 따냐의 아버지와 남편, 고향을 찾아 떠도는 세르게이, 고향을 배신했던 군인이 등장한다. 하지만 지금 살고 있는 이곳이 고향이라고 믿는 따냐, 이 모든 사할린 사람들은 시대의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은 위대한 사람들이다. 한국말로 월귤나무를 뜻하는 `브루스니까`는 사할린의 혹독한 눈보라 속에서도 빨갛게 열매를 맺는 덤불처럼 자라는 나무로, 한국인 이주민들의 힘겨운 시간을 대변한다.
`브루스니까 숲의 노래` 공연 장면 ⓒ 신재현 기자
이 공연의 중심이 되는 경기민요와 서도민요는 관객들에게 고향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게 한다. 우리의 정서가 담긴 민요를 세련된 형태로 현대화시켰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배경 스크린의 영상미와 이미지적 무대 그리고 우리의 정서를 담은 음악이 잘 어우러져 새로운 형식의 공연으로 구성되었다.
경기도립국악단 김재영 예술감독은 "경기도의 소리와 우리의 잊혀져 가는 역사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소재는 안산과 포천 등지에서 살고 계시는 사할린에서 고국으로 영주 귀국한 분들의 삶에서 찾게 되었다"고 밝히며 "관객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브루스니까 숲의 노래`는 사할린 이주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역사 속에서 살아온 위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바로 지금 여기를 살아낸다는 것이 어떤 용기인지를 가르쳐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