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서울 압구정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의 폭언을 견디다 못한 경비원이 분신자살을 기도,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또 지난 10일에는 같은 아파트에서 주민이 또 다른 경비원을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김병노 과천주공 10단지 입주자 대표가 간담회에서 과천주공 10단지의 경비 근로자 고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박예린 기자
최근 아파트 경비원의 고용과 처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22일 오후,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신계용 과천시장 등은 노사협력 우수 사례로 꼽힌 경기도 과천주공아파트 10단지를 찾았다. 이번 방문은 아파트 경비원들의 고용과 처우 문제에 대한 해법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과천주공아파트 10단지는 경비원을 직접 고용하며, 입주자들과 경비원이 가족 같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매월 11만원의 재활용 수당과 야식비 3만원을 지급하고 있으며, 1년에 2번, 9만원의 명절보조비와 7만원의 월동·하계 휴가비를 지급하고 있다. 현재 160~180만원 정도인 경비원의 월 임금도 내년에는 3% 인상할 계획이다.
과천주공 10단지 관리사무소 지하에 위치한 경비 근로자들의 휴식 공간. ⓒ 박예린 기자
이날 간담회는 경비원 고용 유지 등 노사협력 우수 사례를 듣고 확산 방안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과천주공 10단지 외에도 모범 사례로 손꼽히고 있는 수원 신원미주아파트, 파주 쇄재마을 5단지의 입주자 대표, 관리소장도 함께했다.
수원 신원미주아파트 관리소장은 “경비원들이 급여를 떠나 편안하게 근무하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그에 못지않은 지원을 최대한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신원미주아파트는 매월 재활용수당 4만원과 청소수당 4만원을 별도 지원하며, 1년에 2번 15만원씩의 명절수당과 여름휴가비 1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수원시아파트연합회에서는 매년 1000여명의 직원과 아파트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송년회를 개최하고 있다.
파주 쇄재마을 5단지 관리소장 역시 고용 문제 해소를 위해 힘쓰고 있다고 뜻을 밝히며, “위탁관리보다는 자치관리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파주 쇄재마을 5단지 또한 재활용수당 6만원과 여름휴가비 5만원, 1년에 2번 5만원씩의 명절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남 지사는 우수 사례를 청취한 뒤, “고용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관리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고, 그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회계의 투명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도가 이러한 모범사례들을 파악해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다른 지역의 아파트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남 지사는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아파트 관리자분들을 따복마을(따뜻하고 복된 마을 공동체) 자문단으로 모셔 경기도가 많이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며, 지원이 필요할 시 적극적으로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따복마을은 남 지사의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남 지사를 비롯한 간담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박예린 기자
한편 경기도는 경비 근로자들의 고용 유지를 위해 모범 아파트 관리단지 평가에 경비원 등 근로자 고용 부문을 추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