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을미년(乙未年)은 2014년 갑오년 청마에 이어 푸른 기운을 지닌 청양의 해이다. 양띠 해는 기미(己未), 신미(辛未), 계미(癸未), 을미(乙未), 정미(丁未) 등 육십갑자에서 순행하며 32번째인 을미(乙未)의 을(乙)이 청색을 상징함에 따라 파란 양의 해이다.
양은 십이지의 여덟 번째 동물로 방향으로는 남남서, 시간으로는 오후 1시에서 3시, 달로는 음력 6월에 해당한다.
양은 보통 성격이 착하고 유순하며, 무리를 지어 살면서 화목하고 평화롭게 사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무리를 지어 살기에 활동력과 사회성이 뛰어나 공동체 내에서 잘 융합한다. 십이지에서도 양은 순하고 평화로운 동물로 나타나고 있다. 청양은 양의 기본 성격에 청색의 빠르고 진취적이며 직선적인 특징이 결합돼 다소 소심하고 책임감이 부족할 수 있는 이미지를 상쇄한다.
2015 을미년(乙未年) 양의 모든 것 ⓒ 신승희 기자
일본서기(日本書紀) ⓒ G-Life 편집팀
양의 유래를 찾아서
우리나라에서는 면양이 일반화되지 않았지만, 양에 관한 기록은 역사자료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본서기(日本書紀)에는 ‘일본 법왕1년에는 백제에서 낙타 한 마리, 나귀 한 마리, 양 두 마리, 흰 꿩 한 마리를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또 ‘헌덕왕 12년에는 신라에서 검은 숫양 두 마리와 흰 양 네 마리, 산양 두 마리, 거위 한 마리를 보냈다’는 내용이 있다. 이 같은 기록으로 볼 때 삼국시대에 이미 산양과 면양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닮은 듯 안 닮은 염소와는 무슨 사이?
고산지대에 살며 깨끗한 풀만 먹는다는 양. 양은 십이지에서 종종 염소와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그러나 엄격한 의미에서 양과 염소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양은 면양, 염소는 산양으로 분류된다. 양의 털은 부드럽고 곱슬곱슬한 반면 염소의 털은 거칠고 직선이다. 양은 뿔이 없는 것이 대부분인데 염소는 뿔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양은 피부가 부드럽고 지방이 많은 반면 염소는 피부가 거칠고 지방이 거의 없다.
양에 관한 설화와 한자
양이 등장하는 일화로는 태조 이성계의 꿈이 있다. 초야에 묻혀 지내던 이성계가 양을 잡으려는데 양의 뿔과 꼬리가 몽땅 떨어지는 꿈을 꾸었다. 꿈 이야기를 들은 무학대사는 양(羊)이라는 한자에서 양의 뿔과 꼬리가 떨어지면 왕(王)만 남게 되니 이성계가 임금이 되리라 해몽했다. 후에 이성계는 조선을 건국한 태조가 되었고, 이후 양 꿈은 길몽으로 해석되고 있다. 양(羊)의 글자 자체도 좋은 의미만 담고 있다. 착할 선(善), 아름다울 미(美), 의로울 의(義) 등과 같은 글자에서도 볼 수 있듯이 양은 유순하고 상서로운 의미를 담고 있는 긍정적 동물이다.
간송미술관 소장 <금화편양도> ⓒ G-Life 편집팀
양 관련 유물
양 관련 유물은 여러 방면에서 발견된다. 양은 무덤을 지키는 수호신의 의미와 함께 장식품으로도 주목받는 동물이었다. 순하고 어질며 참을성이 있는 동물인 양은 생활의 다방면에서 한국인과 함께 호흡한 흔적이 뚜렷해 보인다. 양에 관한 그림으로는 간송미술관이 소장 중인 김홍도의 ‘금화편양도’가 유명하다. 이 작품은 진대(晋代)의 선인(仙人) 황초평(黃初平) 고사를 바탕으로 그려졌다. 15세에 양을 치러 갔다가 어질고 착한 마음씨를 본 신선이 신선도를 닦게 해주어, 40년 동안 늙지 않은 채 양을 치고 있었던 황초평. 형인 황초기가 그를 발견했을 때 황초평은 돌을 양으로 변화시키는 경지에 다다랐고, 두 형제는 모두 도를 이루어 선인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외 대부분의 양 그림도 바로 이 황초평 고사를 배경으로 한다.
하나도 버릴 것 없는 양의 쓰임새 ⓒ 신승희 기자
하나도 버릴 것 없는 양의 쓰임새
우리 일상생활에서 양은 매우 긴요한 동물이다. 양피(羊皮)는 고급 피혁으로 가방이나 지갑, 벨트, 구두, 장갑, 외투, 책표지 제작 등에 자주 쓰인다. 양모(羊毛)는 가볍고 보온력이 높으며 질겨 이불이나 모직물의 주원료가 된다.
특히 양모로 짠 모직은 옷감 중에서도 최고급으로 친다. 양유(羊乳)는 우유에 비해 단백질, 지방, 회분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의 기름 역시 단백질, 지방이 풍부해 허약체질인 사람에게 좋고 양고기는 그 양이 적고 흔치 않아 귀한 손님에게 접대하는 음식으로 사랑받았다. 이처럼 양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아낌없이 주는 동물이다.
TIP
양 관련 속담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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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잃고 양 얻는다 : 큰 것을 잃고 작은 것을 얻어 많은 손해를 당했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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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 무릎을 꿇고 어미의 은혜를 안다 : 양도 어미의 은덕을 아는데, 하물며 사람이 부모의 은덕을 몰라서야 되느냐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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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앞의 양 : 무서워서 어쩔 줄 모르고 쩔쩔맨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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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열 마리에 목자가 아홉이다 : 국민 수에 비해 관리가 아주 많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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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 창자다 : 꼬불꼬불한 산길을 비유해 험한 세상을 살아가기 어렵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