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지사와 이 부지사가 가평꽃동네 시설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한현규 기자
NEXT경기 현장방문 ‘도지사와 부지사가 찾아갑니다’ 그 네 번째 방문지는 가평꽃동네였다.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입니다’라는 모토의 꽃동네는 천주교 오웅진 신부에 의해 설립됐다.
오 신부는 광복 1년 전인 1944년 태어났다. 그가 꽃동네를 설립하게 된 배경에는 어린 시절 한 기억이 자리 잡고 있다.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등교하던 어느 날, 방죽 위에서 부녀가 아옹다옹하는 모습을 보게 된 것. 새우 한 마리를 잡았는데 아버지는 딸에게, 딸은 아버지에게 서로 먹으라고 양보하며 다투는 상황이었다.
서로 주려고만 하는 부녀의 모습을 보며 오 신부는 ‘저 길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살자’라고 결심하게 됐고 그 여덟 살 때의 기억이 ‘거지 없는 세상’을 꿈꾸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오 신부의 역사는 곧 꽃동네의 역사이고 꽃동네의 역사 또한 오 신부의 역사였다.
12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가평꽃동네에 방문하자 오 신부는 직접 방문객들을 맞이하며 시설과 역사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간담회와 배식봉사, 기념촬영이 차례로 이뤄졌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가평꽃동네를 방문해 시설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 한현규 기자
간담회는 남경필 경기도지사, 이기우 사회통합부지사를 비롯해 오구환 경기도의원, 오웅진 신부, 공남례 수녀, 김병국 수사 등이 참석했다. 간담회에 앞서 오 신부는 김주열 군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오 신부는 “그 친구는 정치가가 되어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고 늘 자기의 꿈을 이야기했고, 저는 정치가가 되어 거지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꿈을 이야기하곤 했다. 그런데 1960년 3월 15일 이승만 정권의 ‘3.15 부정선거’ 규탄 시위에 나섰던 그 친구는 27일 만에 마산중앙부두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친구를 잃은 상실감이 너무나 컸다. 그때부터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정치가의 꿈은 완전히 접게 됐다”고 밝혔다.
오 신부는 또 “대전 대신고 2학년 때 행사에 참여했다가 오기선 신부님이 문화훈장을 받는 모습을 보게 됐다. 고아원을 세워 3000여명의 고아들을 돌보고 지게꾼과 구두닦이 소년들을 도우셨던 분이다. 그 분의 정신을 따라야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사제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해주신 정신적 지주”라고 전하며 인간 오웅진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이날 간담회에서 남 지사는 “경기도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꽃동네의 정신과 같은 사랑으로 정치를 하고 있다”며, “국민들, 도민들을 챙기는 데 여야를 구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마음을 열어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은 함께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기우 부지사도 “연정을 시작해서 도민들을 위한 좀 더 따뜻하고 복된 경기도를 만들고자 힘을 모으고 있다”며 “대학원에서 공부를 할 때 가평꽃동네를 사례로 공부한 적이 있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가고 꽃동네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오웅진 신부 등 시설 관계자들은 도비 지원 확충과 건물 개·보수 요청, 간병비 지원 등 열악한 환경 개선에 대해 건의했다.
오 신부는 “님비 복지에서 웰빙 복지로 변화해야 하며, 거주 이전의 자유가 노숙인들에게 까지 적용돼야 한다”며 “가평과 음성 꽃동네 같은 대규모 사회복지시설의 경우 국가시설로 관리되도록 국비 지원을 도 차원에서 건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윤숙자 수녀는 “꽃동네 운영비용 중 군비 부담이 늘어나 가평군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도 차원에서의 예산 편성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가평에 꽃동네만한 중소기업이 없다”고 주장하며 고용창출에 기여함을 강조했다.
박영만 수사는 “시설에 머무는 환자 대부분은 보호자가 없어 질병이 발생하면 간병인을 붙여 돌봐야 하는데,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시설에 연 1천만 원씩만 지원된다. 현실에 맞게 지원금을 올려달라”고 건의했다.
이에 남 지사는 “군비, 도비, 국비 전부 국민 세금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시·군, 관계기관과 활발한 토론을 거쳐 지원금 보조 비율을 조정하겠다. 빠른 시일 내에 정병국 국회의원, 김성기 가평군수를 만나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이기우 사회통합부지사가 가평꽃동네 입소자들에게 점심 배식봉사를 하고 있다. ⓒ 한현규 기자
남 지사와 이 부지사가 가평꽃동네 ‘사랑의 집’ 1층에서 복주머니 달기 행사를 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한현규 기자
남 지사와 이 부지사는 간담회를 마친 뒤 노숙인시설 4층에서 입소자 100여명에게 배식봉사도 했다.
오웅진 신부는 대한민국 복지의 시작이라고도 불린다. ‘거지 없는 세상’의 모토 아래 일평생을 노숙인 복지를 위해 몸 바쳤다. 국가가 하지 못한 일을 개인이 먼저 실천한 것이다. 이제는 대한민국에서도 ‘복지’라는 단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대한민국은 성장했다. 오 신부의 어깨에 지워진 복지의 짐을 이제는 국가가 온전히 짊어질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