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生 경기통신]은 경기도 31개 시·군 곳곳에 숨겨진 따뜻하고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발굴해 도민에게 전하는 경기G뉴스의 기획시리즈입니다. 여섯 번째 이야기로, 지난해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지원사업 전시·교육·체험 분야 평가에서 경기도지사 표창을 받은 부천옹기박물관을 소개합니다.<편집자주>
부천옹기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맛있는 옹기전 - 옹기 맛을 더하다’라는 전시회를 통해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 한 옹기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 경기G뉴스 유제훈
옹기는 어머니의 그릇이다. 옹기는 새벽부터 부엌에서 쪼그리고 앉아 아궁이에 불을 때고 식구들을 챙겨온 어머니의 손길과 숨결을 담은 그릇이다.
옹기솥에 밥을 짓고 옹기단지에 김치를 담고 옹기자배기에 나물을 무치고 종지의 깨소금과 고춧가루를 나물 위에 뿌린다. 옹기를 보면 살림을 꾸려온 어머니의 맛과 멋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옹기, 어머니의 손길과 숨결을 담은 그릇
부천옹기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맛있는 옹기전 - 옹기 맛을 더하다’라는 전시회를 통해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 한 옹기의 깊은 맛을 즐길 수 있다.
지난해 10월 1일부터 다양한 옹기에 담긴 맛 이야기를 선보이는 이 전시는 2011년 개관한 부천옹기박물관의 세 번째 기획전이다.
부천옹기박물관에서는 기획전시를 포함해 상설전시관 등을 통해 용기에 담긴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문화적 뿌리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유물 650여 개를 통해 선사시대부터 최근까지 수천년 동안 사용해온 옹기의 역사와 다양한 종류를 체계적으로 보여준다.
옹기는 잿물을 입히지 않고 진흙만으로 구워 만든 ‘질그릇’과 붉은 진흙으로 만들어 볕에 말리거나 약간 구운 다음에 오짓물을 입혀 다시 구운 ‘오지그릇’의 통칭이다. 보통 집에서 쓰는 옹기로는 독, 항아리, 뚝배기, 자배기 등이 있으며 소형은 단지, 중형은 항아리, 대형은 독이라고 일컫는다.
부천옹기박물관은 지난해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지원사업 전시·교육·체험 분야 평가에서 경기도지사 표창을 받았다. ⓒ 경기G뉴스 유제훈
우수박물관 선정…경기도지사 표창 수상
부천옹기박물관은 지난해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지원사업 전시, 교육, 체험 분야 평가에서 우수박물관으로 선정돼 경기도지사 표창을 수상했다. 지난해 7월 1일부터 9월 6일까지 두 달 동안 특별전시 형태로 진행한 ‘이야기가 있는 뮤지엄 하우스’가 호평받았다.
‘이야기가 있는 뮤지엄 하우스’는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전시물을 가까이에서 직접 만지고, 살피고, 읽으면서 손과 몸에 전해지는 감각을 느끼고 동시에 그 감각이 평등을 이루고자 하는 데 의의를 뒀다.
어머니의 손길을 담은 2층 기획전시실을 나서면 상설1·2전시실과 마주한다. 제1전시실은 부천 점말의 역사와 우리나라 옹기의 역사, 옹기 제작과정, 옹기토의 구분, 옹기 문양에 이르기까지 옹기의 전반적인 흐름을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옹기 굽던 ‘점말’ 마을
부천과 옹기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박물관이 자리한 오정구 여월동은 조선시대 옹기를 굽던 ‘점말’이라는 마을이 있던 지역이다. 지난 1866년(고종 3년) 병인박해를 피해 점말로 이주해온 천주교인들이 가마 두 개를 설치하고 옹기를 구워 팔았다고 전해진다.
옹기박물관이 자리한 곳은 병인박해를 피해 점말로 이주해온 천주교인들이 조선시대 옹기를 굽던 ‘점말’이라는 마을이 있던 지역이다. 사진은 박물관 전경. ⓒ 경기G뉴스 유제훈
편평한 바닥을 가지고 목이 없으며 바닥 지름보다 아가리 지름이 큰 ‘바리모양 토기’. 겉에 붉은색 물감을 발라 700도 내외에서 구운 ‘홍도’. 삼국시대에 사용하던 것으로 처마 끝에 끝막음을 하는 ‘암막새’와 ‘수막새’가 눈길을 끈다. 질그릇과 오지그릇도 만날 수 있다.
제2전시실은 옹기의 쓰임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과 우리나라 각 도의 옹기 형태, 옹기 관련 체험코너 등이 준비돼있다.
고구려 사람들이 옹기에 식품을 저장하고 발효식품을 먹었다는 기록으로 보아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장독대를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장독대에 옹기를 늘어놓으면 옹기 사이에 공간이 생겨 바람이 잘 통하고 온도가 고르게 돼 음식물이 쉽게 상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가족의 건강과 집안의 화목을 위한 ‘청수단지’
모양과 쓰임이 다양한 옹기를 통해 옛 조상들의 생활 모습도 알 수 있다. 어머니가 가족의 건강과 집안의 화목을 위해 직접 새벽 정한수를 떠오던 ‘청수단지’, 농경사회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곡식을 넣어두는 ‘성주단지’, 하얗고 고운 쌀가루를 안쳐 떡을 쪄낸 다음 신에게 시루째 바칠 때 사용하던 ‘치성시루’를 만날 수 있다.
전시실은 전시품을 구성하면서 관람객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다양한 기법도 활용했다. 옹기의 종류와 제작과정, 옹기에 담겨 있는 조상들의 생활모습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해 놓았고 영상으로도 소개하고 있다.
선사시대부터 최근까지 수천년 동안 사용해온 650여 점의 옹기를 통해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문화적 뿌리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 경기G뉴스 유제훈
1층 기증자전시실에는 윤주억·김하수·손광세·원종호·윤창헌 씨 등이 기증한 70여점의 전시물이 관람객을 맞는다. 삼국시대 옹기부터 고려, 조선, 근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진희 학예사는 “부천옹기박물관에서는 버선단지, 소줏고리, 겹오가리, 약고리 등 다양하고 특색 있는 옹기를 만날 수 있고 조상들의 지혜로움을 느낄 수 있다”며 “건강을 중시하는 요즘 추세에 맞춰 보면 우리네 전통그릇인 옹기야말로 웰빙 조리기구다. 우리나라 전통 토기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고 밝혔다.
아무리 잘 꾸며 놓은 박물관이라고 해도 볼거리와 함께 즐길 거리가 필요하다. 옹기박물관은 외관 자체가 옹기처럼 생겨 멀리서도 눈에 띈다. 덕분에 아이들이 신기해하고 좋아한다.
야외시설인 움집과 옹기가마 역시 평소 접하지 못하는 독특한 볼거리인 만큼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움집에서는 무료로 아이들이 직접 옹기의 문양을 꾸며볼 수 있는 체험공간을 마련해 놨으며, 아이가 꾸민 작품은 박물관 내 벽에 붙여 추억이 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소주를 내릴때 사용하던 ‘소줏고리’. ⓒ 경기G뉴스 유제훈
다양한 도예체험 프로그램 진행
박물관을 찾은 아이들이 오랜 동안 추억할 수 있도록 다양한 도예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도예전문 강사가 지도하는 도예체험은 성인과 어린이, 가족관람객 및 단체를 대상으로 평일, 주말 상시 운영된다.
자유롭게 흙을 만지며 자유로운 상상력을 기르는 ‘옹기야 놀자’(매주 화~금요일 오전 10~12시, 오후 1~3시), 초벌기에 물감으로 자유롭게 그림을 그려 도자기를 굽는 ‘초벌기야 놀자’(매주 화~금요일 오후 3~4시), 초등생을 대상으로 한 어린이 도예수업 ‘상상나래 도자기 만들기’(매주 토요일 10~12시, 오후 1~3시)를 진행한다
또한 인근 주민들이 전문도예가로서 성장을 도모하고 지역의 문화 활성화를 돕는 성인 도예프로그램 ‘나만의 멋진 도자기 만들기’(매주 화, 목요일 오전 10~12시)가 마련돼 있다. 문화소외계층, 기관 및 단체를 대상으로 사전예약접수를 통해 ‘대화하는 흙친구’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오후 3시에는 문화가 있는 날 프로그램인 ‘옹기가 철썩’이 진행된다. 사전예약자에 한해 무료로 진행되며, 자유롭게 태토를 만지면서 간단한 형태를 만들고 자석을 뒤에 고정하는 옹기 자석 만들기 체험이 이뤄진다.
박물관 입장료는 어른 1000원, 학생 600원이다. 옹기, 교육, 유럽자기, 수석, 활, 펄벅을 주제로 설립한 부천시내 6개 전문 테마박물관을 한꺼번에 입장할 수 있는 통합입장권도 있다. 통합입장권은 어른 3000원, 학생 2000원이다.
매주 월요일과 설날 및 추석연휴, 법정공휴일 다음 날은 휴관이다.
부천옹기박물관에서는 관람객들이 오랫동안 추억할 수 있도록 다양한 도예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경기G뉴스 유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