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핀테크(fintech) 열풍을 타고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이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 핀테크(FinTech)란?
핀테크(FinTech)는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을 합성한 신조어이다. 정보기술(IT)로 진화된 금융서비스 기술을 의미하며 송금, 모바일 결제, 개인 자산 관리, 크라우드펀딩 등이 속한다.
핀테크는 빠른 속도와 비용 절감을 장점으로 전통적 금융 산업을 대체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최근 가장 중점적으로 내놓고 있는 경제 활성화 대책 중 하나이다.
실제로 손병두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핀테크 시대의 금융연설’이라는 주제의 연설을 통해 “올해 금융권 최대 화두인 핀테크가 어려운 금융업계에 새로운 활력소가 돼 줄 것”이라며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정부 정책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의 핀테크 육성 의지는 강력하다. 정부의 의지가 강력한 이유는 우리나라에는 기존에 없던 개념이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앞서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다양한 해외 사례를 제시하며 올해 안에 인터넷전문은행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더해 네이버·다음카카오·엔씨소프트 등 국내 굴지의 IT업체들이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군침을 흘리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점포 없는 은행’은 곧 우리 곁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카카오페이’와 같은 모바일 결제 시스템도 핀테크 산업에 속한다. 이렇게 핀테크는 점점 우리 생활 곁으로 오고 있다.
■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함께 경기도에서도 큰 관심
![2월 24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경기 I-Bank 설립방안 공개토론회’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503/20150302122558065031773.jpg)
2월 24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경기 I-Bank 설립방안 공개토론회’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한현규 기자
지자체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특히 경기도는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경기신용보증재단을 활용한 경기도형 인터넷은행인 경기 아이뱅크(I-Bank) 설립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아이뱅크 설립과 관련하여 경기도는 지난 2월 24일 오후 3시, 경기개발연구원과 공동으로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금융권·학계·ICT기업·도민 등 약 2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인터넷 은행, 경기 I-Bank 설립방안 공개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경기도는 지방은행이었던 경기은행이 1998년 6월 퇴출은행으로 지정되어 한미은행에 인수된 이후 17년간 이를 대체할 지방은행이 없던 상태에서 최근 트렌드로 떠오른 인터넷 전문은행 시스템을 활용해 경기은행을 부활시킬 계획이다.
남 지사는 “낙후된 경기도 금융 산업의 발전과 서민금융시장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고, IT기술 발전에 따른 핀테크 산업과 인터넷 전문은행 등이 주목받고 있는 지금이 인터넷은행 설립의 골든타임”이라고 추진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서민금융시장 확대의 이유 외에 균형 발전적 이유도 있다. 아이뱅크 설립은 남 지사의 경기도민은행 설립 공약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당초 도는 경기북부에 경기도민은행 설립을 추진했으나 정부의 지방은행 인가 난색, 기존 시중은행들의 반대, 은행 설립에 따른 재정부담 등 3가지 악재와 맞물려 인터넷 은행 설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정부의 핀테크 육성 의지는 강력하고 인터넷 전문은행은 핀테크의 가장 대표적 산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뱅크가를 설립, 경기북부에 연고를 두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 인터넷 전문은행은?
경기 I-Bank 설립과 관련하여 공개토론회를 개최하고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직접 기조 연설 후 토론까지 한 것은 아이뱅크 설립에 대한 남 지사의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인터넷 전문은행은 어떤 모습일까?
인터넷 전문은행은 기본적으로 인터넷을 포함한 온라인을 기반으로 각종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이라고 개념 지을 수 있다. 특히 인터넷 전문은행은 개별 독립회사 형태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기존 은행들이 제공하는 인터넷뱅킹 서비스와는 차이를 갖는다.
남 지사가 발표한 경기 I-Bank 또한 인터넷 전문은행의 성격을 띠고 있다. 기본적으로 온라인이 기반이 되며 오프라인 점포는 관공서를 통해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남 지사는 “인터넷 전문은행은 기존 은행 구조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며 “기존 은행의 영업점 운영 관련 비용인 건물 임대료, 인건비 등이 인터넷 전문은행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온라인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도민이라면 관공서를 통해서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히고 “이용자들에게 상품 수수료나 금리를 기존 은행권 보다 유리하게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1990년대부터 SFNB(Security First Network bank)나 찰스 슈왑 뱅크, 라쿠텐뱅크와 같은 인터넷 전문은행이 등장했다. 찰스 슈왑 뱅크는 2003년 설립돼 예금·대출·금융상품 판매 등 다양한 온라인 뱅킹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인터넷 전문은행의 가장 큰 걸림돌인 규제
그러나 국내에 이와 같은 은행이 만들어지려면 몇 가지 법적·제도적 규제를 없애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금융실명제이다.
실제로 남 지사는 경기 I-Bank 설립방안 공개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아이뱅크 설립의 걸림돌인 은행법(자본금 1000억원 이상), 금융실명제법(개인정보보호법 등에 관한 법률), 금산분리법(비금리 4% 규정) 등 3가지 법률에 대한 완화를 정부에 건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금융실명제란 금융거래를 당사자 본인의 이름으로만 하도록 만든 제도다. 은행 계좌를 만들 때 은행 직원과 직접 대면해야만 계좌 개설이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인터넷 전문은행은 온라인으로만 모든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금융실명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고객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결국 인터넷 전문은행도 지점을 내거나 영업 인력을 고용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인터넷 전문은행이 기존 은행에 비해 갖는 수수료와 금리 등의 장점을 구현하기 힘들어진다.
이밖에 최소 1000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규정하고 있는 은행법,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결합을 제한하는 금산분리법 등도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의 장애물로 꼽힌다.
![민병길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이 주제발표에서 ‘I-Bank 설립의 기본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503/20150302122558063049407.jpg)
민병길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이 주제발표에서 ‘I-Bank 설립의 기본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한현규 기자
공개토론회 주제발표 시간에는 민병길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이 이 세 가지 규제와 관련하여 의견을 밝혔다. 그는 “경기도와 31개 시군, 유관기관, 도내 기업, 상공회의소 등이 주주로 참여하면 자본금을 모으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금융실명제와 관련, “경기 아이뱅크의 경우 주민센터 등과 업무제휴를 통해 실명 확인을 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금산분리법도 주주 구성을 다변화하는 방식으로 풀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 연구위원은 “공공지분이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도의 출자금은 예외적용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공개토론회에 참석한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503/20150302122558066606291.jpg)
공개토론회에 참석한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한현규 기자
이와 같이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에는 규제가 가장 큰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 거래에 따른 피해자를 최소화하기 위한 규제는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사회나 기술이 변화하는 것처럼 규제 또한 변화해야 한다.
남 지사가 도민들, 특히 기업체와의 만남 자리에서 항상 강조하는 것이 있다. 바로 ‘규제 합리화’이다. 경기 아이뱅크가 규제 합리화를 만나 경기도를 넘어 세계 금융계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