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엔지니어링 전문기업 디피코 ⓒ 강현욱 기자
자동차 엔지니어링 전문기업 디피코 ⓒ 강현욱 기자
자동차에는 산업 전 분야의 기술이 총망라돼 있다. 그래서 자동차산업을 종합·융합산업이라 규정하기도 한다. 자동차 한 대가 만들어지기까지 필요한 도면은 6천~7천 장, 부품 수는 3만 가지 정도에 이른다. 다양하고 복잡한 기계와 설비가 필요하고 다종의 업체와 수많은 이들이 힘을 합쳐야 함은 물론이다. 어느 한 부분만 어긋나도 제대로 된 자동차를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이다. 인력, 재료, 기계 등을 생산 목적에 따라 유기적인 체계로 구성하는 활동, 즉 ‘엔지니어링(engineering)’이 자동차산업에 필요한 이유다. 그런데 자동차 엔지니어링 분야에 있어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는 국내 기업이 있다.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소재 디피코(대표 송신근)가 바로 그곳이다.
척박한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로
국내에서는 지금까지도 엔지니어링 산업이 큰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무형의 서비스에 해당하는 ‘기술’에도 대가가 필요하다는 개념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디피코가 설립된 1998년 당시에는 표준산업분류코드에조차 ‘엔지니어링’ 항목이 따로 없는 형편이었다. 실제 사업 환경은 더욱 척박했다. ‘엔지니어링’이 필요한 자동차 부품 관련 업체들은 ‘기술료가 웬 말이냐’는 반응 일색이었다. 디피코는 발 빠르게 해외로 눈을 돌렸다. 새로운 차종 개발과 기획, 디자인, 설계, 생산기술업무 및 DR(Design Review), 구매 기술, 품질육성 지원, 자동차공장 설비와 시스템 구축, 자동화설비 설계·제작 지원 등의 업무가 모두 가능한 디피코의 가치는 해외에서 빛을 봤다. 중국, 일본, 인도, 이란, 호주 등의 자동차업체들로부터 엔지니어링 서비스 주문이 밀려든 것이다. 현재도 디피코는 매출의 95%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사태 때 환율 때문에 비상이 걸렸던 때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고비 없이 회사는 순조롭게 성장했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다는 평가다. 해외지사를 포함해 200명 정도에 달하는 직원 중 90%가량이 기술인력으로서 그 규모와 수준을 감안하면 여전히 해외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후발주자인 중국은 아직 자체 엔지니어링 서비스업체를 육성할 만한 소프트웨어적 기술 기반이 모자라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일본의 관련 업체들은 신구 세대 간 기술이전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점에서도 디피코의 활약이 오랜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사내 동호회 ⓒ 디피코
<디피코의 주요 직원 복리후생제도>
경조사 지원 / 자녀 보육비 및 학자금 보조 / 자기계발비 지급 / 건강진단 제공 / 교통비 지원 / 사내 강사비 지급 / 조·중·석식 제공 / 생일자 파티 및 야유회 실시 / 숙소 지원 / 모범·공로상 및 장기근속자 포상 / 장기출장자 위로금 지급 / 사내 동호회 지원 / 휴양소 제공 / 상해보험 제공 / 뉴스레터 정보제공비 지급 등
생산기술사업부 강중구 공정사, 제품개발사업부 황미화 공정사, 경영기획부문 이상종 책임 ⓒ 강현욱 기자
우리 회사 자랑 한마디
생산기술사업부 강중구 공정사 (2011년 3월 입사)
“우리 회사는 자동차 엔지니어링 분야 세계시장에서 기술적 우위에 있고 모노레일, 전기자동차 등 앞으로의 성장 동력도 착실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회사와 함께 동반성장을 꿈꾸는 이에게 입사를 권합니다. 개인적으론 지난해 제 큰아이 대학 등록금을 회사로부터 지원받았습니다. 우리 아이가 한층 분발해 학과 수석을 차지해 더욱 뜻깊었죠.”
제품개발사업부 황미화 공정사 (2015년 1월 입사)
“기술만 있다면, 계속해서 공부한다면 정년퇴직도, 학력 제한도 없는 회사랍니다. 다른 회사와 같은 일반적인 직급체계를 따르지 않고 조직 평등을 추구하고 있으며 업무효율도 굉장히 높습니다. 저는 회사 지원으로 일본어 교육을 받고 있는데요, 인재를 키우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점이 좋습니다.”
경영기획부문 이상종 책임 (2000년 2월 입사)
“엔지니어링 회사로는 딱히 비교할 곳이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크고 복지정책도 대기업 못지않게 다양하답니다. 저는 오래 근무를 해서 우리 회사의 복지혜택을 골고루 누렸고요, 아무래도 나이를 먹다 보니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점에 마음이 놓입니다.”
사내 취미활동 ⓒ 디피코
전문가에게 가장 융숭한 대접을
디피코 직원의 대다수는 기술자다. 끊임없이 최신 기술을 습득하고 공부한다는 전제하에 정년퇴직도 따로 없다. 다른 회사에서 퇴직한 이라도 일할 수 있는 전문가라면 모셔오는 데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이일수록 더욱 융숭하게 대접한다는 원칙이 관철되고 있는 셈이다. 직원이 제안한 아이디어나 기술이 상용화되면 회사는 이를 비즈니스 모델로 활용하고 해당 직원에게 일종의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한다. 매일 발송되는 직원 뉴스레터에 실릴 정보를 제공하는 직원에게도 소액이나마 인센티브를 준다. 기술과 정보의 가치를 잘 아는 엔지니어링 전문회사이기에 가능한 얘기다. 회사에 필요한 인재는 회사가 육성한다는 경영방침에 따라 교육에도 열성이다. 일학습병행제 추진기업으로서 직무에 관련된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또 해외출장이 잦은 업무 특성상 장기 출장자에게는 위로금을 지급하며 모든 직원에게 회사가 별도의 상해보험을 제공하고 있다. 나아가 회사는 분기별로 경영실적을 낱낱이 공개하고 이익의 1/3은 직원들을 위한 성과급으로 돌리고 있다. 현재는 군포시에 새 사옥을 짓느라 성과급 배분 비율을 1/4로 줄인 상황이지만 이는 일시적인 조치로써, 대출금을 상환하는 즉시 곧바로 원래대로 되돌릴 방침이라는 귀띔이다.
Mini Interview
송신근 대표 ⓒ 강현욱 기자
송신근 대표는 지금까지 자동차산업에만 39년을 종사했다. 그 또한 기술자로서 자동차 분야 대한민국 명장이자 기능한국인이기도 하다. 스스로도 경영자라기보다는 기술자가 천직이라고 평가하는 그다. 그런 그가 최근 대외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반적인 제조업체도 아니고 국내가 주력시장이 아니다 보니 우리 회사를 너무들 모릅니다. 유명 기업이 되길 바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직원들이 밖에 나가 얘기했을 때 들어본 곳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는 돼야죠.”
잦고 긴 해외출장에 연애도 변변히 못 하고 모르는 회사에 다닌다는 이유로 맞선도 잘 풀리지 않는다는 직원 사연이 마음에 걸린 송 대표가 직접 발품을 팔아서라도 회사를 알려보겠노라 나선 것이다. 기술 서비스를 판매하는 회사인 디피코는 그야말로 사람이, 기술자가 가장 귀하다. 경영자로서 송 대표는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직원들에게 할 수 있는 한 최고 수준의 복지를 제공함은 물론 애틋한 마음 씀씀이를 아끼지 않는다.
“직원들이 말해서 하는 건 불만해소지 개선이 아닙니다. 그들이 말하기 전에 내가 먼저 부족한 점을 찾고 할 수 있는 건 미리 해야죠.”
수출기업인 디피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일 당시 큰 타격을 받았다.
“회사의 위기 상황을 솔직히 직원들에게 얘기했더니 10% 임금 삭감안을 이견 없이 받아들여줬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큰 계약 건을 수주하면서 임금은 곧 회복됐고 그해 연말 성과급까지 지급할 수 있었지만 송 대표로서는 사람이 곧 자산이요, 회사와 직원은 운명공동체라는 신념을 한층 더 굳힐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 때문에 송 대표는 직원들에게 늘 공부할 것을 주문하고 당부한다. 직원이 발전해야 회사가 발전하고 직원이 살아야 회사가 산다는 논리에서다.
“알고 보니 경기도에는 기업들을 위한 정책지원이 많이 있더라고요. 우리 직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면 무엇이든 신청하고 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