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콜센터 가람너울봉사단 ⓒ 신승희 기자
"전화를 걸기 전에는 대화를 어떻게 이끌어나가야 할지 걱정됐는데 막상 대화를 나눠보니 반갑게 맞아주시는 어르신들 덕분에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경기도콜센터 가람너울봉사단 ⓒ 신승희 기자
"한 어르신은 만석공원에서 산책한 이야기 등 그날 하루 있었던 일들을 아주 상세하게 다 이야기해주셨어요. 그만큼 대화 상대가 그리웠던 분 같아서 통화를 하며 코끝이 찡해졌어요."
“도민과 소통하는 경기도콜센터 OOO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밝고 상냥한 목소리로 경기도민의 불편사항이나 문의에 알맞은 맞춤형 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경기도콜센터 상담원들이 더 큰 도민사랑 실천에 나서고 있다.
경기도콜센터 상담원들로 구성된 봉사단을 결성하고 정기적인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는 것. 2012년 결성된 경기도콜센터 가람너울봉사단은 겨울철 김장 담그기, 보육원 봉사활동 등 시기별로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며 도민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가람너울봉사단이 최근 다시 주목받게 된 데는 목소리 재능기부를 통한 봉사활동까지 시작했기 때문이다.
홀몸 노인 등 복지취약계층에 놓인 어르신들은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도란도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말벗’의 존재가 절실한 경우가 많다. 가람너울봉사단은 이 점에 주목, 경기도콜센터 상담원들의 밝고 상냥한 목소리를 어르신들에게 들려드리기로 결정했다. 이에 올 상반기 2명, 하반기 2명 등 총 4명의 상담원이 수원YWCA 재가노인지원센터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어르신 말벗 목소리 재능기부에 참여하게 된다.
지난 2월 말,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첫 목소리 재능기부에 참여한 두 명의 상담원 최미연(가명), 임선영(가명) 씨는 자신들의 재능기부가 쑥스럽고 어색한 듯 수줍게 인터뷰에 응했다.
“다니는 교회에서 무료급식 배식봉사등을 꾸준히 해왔어요. 그런데 내 목소리로 어르신들에게 기쁨을 드릴 수 있다면 그 또한 보람될 것 같아 신청하게 됐어요.” (최미연 상담원)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봉사활동에 참여해야지 생각하면서도 정작 실천하지 못했는데 이번이 그 기회였던 것 같아요.” (임선영 상담원)
거창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평범한 이유가 계기가 되어 목소리 재능기부에 참여하게 된 일명 목소리 천사들은 첫 전화통화 때 그야말로 ‘멘붕(멘털 붕괴)’에 빠지는 경험을 했다고 회상했다. 매뉴얼 등과 같은 참고자료 하나 없이 그저 어르신들의 성함과 연락처, 특이사항이 적힌 리스트만 제공 됐기 때문이다.
“상세한 자료가 없으니 어르신들이 전화를 받으시면 뭐라고 말을 건네야 할지, 무슨 내용으로 이야기를 나눠야 할지 정말 막막했어요.” (최미연 상담원)
그렇게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하는 묘한 감정을 안고 첫 번째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뚜우~ 뚜우~ 뚜우~ 딸각!’
“할머니, 안녕하세요. YWCA에서 문안인사차 전화 드렸어요.”
정해진 매뉴얼은 없었지만 전화가 연결되자 경기도콜센터 상담원으로 근무하며 쌓인 기지와 노하우가 저절로 발휘, 자연스럽게 인사가 이어졌다. 이후부터는 대화가 술술 풀렸다.
“한 어르신은 만석공원에서 산책한 이야기 등 그날 하루 있었던 일들을 아주 상세하게 다 이야기해주셨어요. 그만큼 대화 상대가 그리웠던 분 같아서 통화를 하며 코끝이 찡해졌어요.” (임선영 상담원)
“전화를 걸기 전에는 대화를 어떻게 이끌어나가야 할지 걱정됐는데 막상 대화를 나눠보니 반갑게 맞아주시는 어르신들 덕분에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최미연 상담원)
재능기부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저마다 달랐지만 두 상담원이 어르신들과 통화 후 느낀 점은 신기하리만큼 비슷했다. 특히 최 상담원은 이번 목소리 재능기부가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어려서부터 할머니 손에 자란 덕분인지 할머니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커요. 그런데 지금은 편찮으셔서 병원에 입원 중이시고 손녀를 알아보지도 못하세요. 평소 할머니와 더 많이 대화를 나누고 사랑한다는 표현도 많이 할걸 후회돼요. 그런 아쉽고 후회되는 마음들을 담아 어르신들과 통화에 더 많은 애정을 쏟으려고 해요.”
첫 목소리 재능기부에 다녀온 뒤 다음 재능기부를 위한 나름의 준비도 하고있다.
“첫 봉사는 준비가 안 된 상황이라 일반적인 것들만 여쭈고 대화를 나눴는데, 다음 통화 땐 각 어르신들의 배우자 유무나 현재 앓고 있는 지병 등 특이사항을 미리 파악해서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어요.” (임선영 상담원)
경기도콜센터 상담원으로서 경기도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궁금했다.
경기도콜센터 가람너울봉사단 ⓒ 신승희 기자
술에 취해 끊임없이 전화를 거는 민원인, 다짜고짜 화를 내는 민원인, 노래 가사를 가르쳐달라는 것도 모자라 노래를 불러달라고 요구하는 민원인, 경기도와 관계없는 특정 사이트의 기능을 알려달라는 민원인, 방대한 양의 글을 읽어달라는 민원인 등 그동안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을 민원인들에게 자제를 요청하는 얘기가 있으려니 했다. 그런데 두 상담원 모두 뜻밖의 말을 꺼냈다.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더라도 경기도콜센터에 전화를 건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도에 애정과 관심이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렇게 전화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저희도 일할 수 있는 거고요. 언제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 어린 친절로 도민사랑을 실천하겠습니다.”
경기도콜센터 가람너울봉사단 ⓒ 신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