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월 4일은 정신건강의 날이다. 죽을 사(死)와 독음이 같다고 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숫자 4. 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편견이듯 정신병에 대한 선입견 또한 되새겨보자는 의미에서 4월 4일로 지정됐다.
지난 1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는 4월 4일 정신건강의 날 기념 ‘정신건강음악축제’가 개최됐다. 문화, 예술을 통해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 해소와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알리고, 당사자와 가족에게 소통과 화합의 장을 제공하기 위한 이날 행사에는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정신장애인 당사자, 가족, 실무자 및 관련 전문가 등 약 1500명의 관객이 참석했다.
특히 이번 행사는 사전 설문조사를 통한 정신장애인과 가족 및 실무자의 합작품인 ‘함께 사는 세상, 따뜻하게 도우며 살자’라는 슬로건처럼 모두가 진정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마련했다.
열심히 연습한 노래를 부르는 첫 번째 팀 ‘벤츠 탄 풍경’. ⓒ 조혜지 기자
행사 1부에서는 간단한 내빈 소개와 개회사 및 축사 후 곧바로 축제가 시작됐다. ‘벤츠 탄 풍경’, ‘골드보이실버걸’ 등 총 5개 팀이 참가해 각자의 소망과 염원을 담은 노래 실력을 뽐냈다. 노래 뿐 아니라 댄스, 성악 무대도 이어졌다.
관객들의 열렬한 응원 속에 완벽하고 화려한 무대는 아니지만 5개 팀 모두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쳤다. 각 공연이 끝난 후에는 참가자들의 짧은 인터뷰가 이어졌다. 한 참가자는 “이 공연은 나에게 무기력할 때마다 힘이 되어 주었다”며 감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남 지사와 함께 한 토크콘서트. ⓒ 조혜지 기자
2부에서는 정신장애인의 삶에 대한 동영상 감상 시간을 갖고, 곧이어 남 지사와 정신장애인 당사자, 가족, 실무자, 관련전문가가 함께 하는 토크콘서트가 마련됐다. 토크콘서트는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의 회복을 위한 방안과 정책에 대해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됐다.
이날 정신장애인 당사자 이성은 씨는 “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재활서비스가 잘 이루어진다면 저 같은 장애인들도 충분히 일을 할 수 있다”며 “20년 후에는 내 명의로 된 집을 마련하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서동우 경기도정신건강증진센터 자문위원은 “장애인들이 직업을 찾는 것도 어렵지만 실제로는 그 유지 또한 굉장히 어렵다. 사회적인 편견에 맞서 직업 재활에 관한 사례 관리는 쉽지 않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서 “직업 재활을 위한 교육에는 전문 인력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덧붙였다.
정신장애인 가족 대표 이항규 씨는 “정신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기관이 있는지 아는 사람이 많이 없다”고 호소해 정신장애인 시설에 대한 홍보와 확충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했다.
이에 대해 남 지사는 “경기도는 예산과 정책으로 열심히 뒷받침 할 것”이라며 도민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정책을 약속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 및 가족 대표들이 함께 정신장애인 권리장전을 선포하고 있다. ⓒ 조혜지 기자
토크콘서트가 끝난 후 정신장애인 권리장전 선포식이 열렸다.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대표들이 무대에 올라 선서를 하고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응원했다. 이후 관객과 함께하는 ‘플래시몹’, ‘회복권 추첨’ 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이벤트가 이어졌다.
특히 ‘플래시몹’은 객석에 있는 관객들의 참여까지 유도해 눈길을 끌었다. 무대에서 선보이는 율동을 노래에 맞춰 따라하는 간단한 플래시몹 참여로 모두 한마음 한뜻이 되었고 소통과 화합의 장은 마무리됐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이날 행사를 통해 여전히 남아있는 정신병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고, 정신건강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길 기대해본다. 또한 이를 기틀로 삼아 사회에서 정신장애인들의 인권 신장과 삶의 질 향상이 이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