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음악축제가 열리는 경기도문화의전당을 찾은 사람들. ⓒ 이조 기자
4월 4일 정신건강의 날을 사흘 앞둔 지난 1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정신건강음악축제’가 열렸다. 정신장애로 고통 받는 이들과 그 가족을 위한 소통과 화합의 장인 이날 행사는 경기도가 주최하고 도내 31개 시군 정신건강증진센터, 경기사회복귀시설협회가 공동주관했다.
‘함께 사는 세상, 따뜻하게 도우며 살자’라는 슬로건을 내건 행사에는 정신장애인 당사자, 가족, 실무자 등 1500여명이 참석했으며 김현수 경기도정신건강증진센터장의 개회사와 원미정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장, 이항규 경기사회복귀시설협회 가족협회장의 축사로 막을 올렸다.
1부에서는 ‘G-러브&회복레터’라는 테마 아래 △벤츠탄풍경(고운누리) △배터으리8090(안산시정신건강증진센터) △골드보이 실버걸(김포시정신건강증진센터) △피닉스(하남시정신건강증진센터) △한마음 합창단(용인시정신건강증진센터) 5팀이 무대에 올라 각자의 지난 역경과 이야기들을 노래에 담았다.
첫 무대를 연 ‘벤츠탄풍경’팀의 공연 모습. ⓒ 이조 기자
안산에서 온 ‘배터으리8090’팀은 지휘자의 지휘와 피아노 반주에 맞춰 희망을 노래했다. 자작곡의 가사에는 1년, 52만5600분의 귀한 시간을 고통과 절망보다는 사랑으로서 앞으로 보낼 인생의 가치를 채워가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었다.
한 참가자는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지 곧 1년이 되는데, 그 동안 잘 견뎌준 동생과 동생 친구들에게 고맙고 힘내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었다”며 세월호 사고로 후유증을 겪는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했다.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던 한마음 합창단의 한 여성 참가자는 “오늘 이 행사를 위해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합창을 하면서 다른 가족들을 만날 수 있었고, (정신장애를 앓는)자녀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됨으로써 가족에게 희망이 큰 됐다”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2부에서는 정신장애수기를 바탕으로 재구성 한 △‘정신장애인의 삶’ 동영상 상영 △경기도지사와 함께하는 토크콘서트 △G-mind 정신장애인 10대 권리장전 △플래시몹이 이어졌다.
‘경기도지사와 함께하는 토크콘서트’에서는 정신장애인의 회복과 정책에 관해 도지사와 실무자, 전문가들이 이야기를 나눴다. 정신장애인 대표이자 직장생활 10년차라는 이성은 씨는 “일반인들은 보통 정신장애인들을 사고능력이 떨어지는 불치병 환자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그저 ‘마음의 감기’로, 재활을 통해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만큼 정신장애인 관리에 직업재활프로그램이 병행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한번 구축된 인프라는 장기적으로 정신장애인들의 저비용 재활치료를 가능케 하는 만큼, 현재 절대적 부족을 호소하는 정신장애인을 위한 인프라구축의 당위성을 제시했다.
이항규 경기사회복귀시설협회 가족협회장은 “정신장애 시설의 존재조차 몰라 아내의 발병 이후로 주변에서 얻은 정보에만 의지해 한약도 먹여보고, 약초도 먹여보고, 굿도 해봤는데 효과가 없어 고생했다. 그러던 중, 센터의 가족모임을 나가게 되면서 희망을 되찾았다. 그런데 최근 정신보건예산 삭감으로 걱정이 많다”며 “아내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갈 곳이 없다는 걸 제일 힘들어한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특별한 대우가 아닌 모든 사람과 같이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여건 형성에 대한 많은 기대와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정신보건전문가 서동우 씨는 “현재 경기도 내 정신보건서비스 필요자는 12만명이나 되는데 반해 현장에서는 서비스에 대한 인식 미흡, 인프라 부족 등으로 인해 평균적으로 9명 중 1명만이 정신보건서비스를 받고 있다. 그나마도 1명의 사례관리자가 정신장애인 50~60명을 관리해야한다”며 사례관리 현장의 열악함을 언급했다.
또한 “이대로는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아동학대, 자살문제 등의 수요에 대처하기엔 역부족”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은 최대한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지만 절대적 규모가 작은 만큼,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서비스 시설,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패널들의 질문에 남 지사가 답변하고 있다. ⓒ 이조 기자
토크콘서트를 마무리하며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본인의 대학 재학 중 사회복지학 전공경험을 언급하면서 현장 실무자들의 노고에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도지사로서 경기도 차원의 지속적 지원과 관심을 약속드린다”며 “경기도는 앞으로도 여야를 막론하고 구성원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추후 예산 추가 편성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남 지사는 “사회적 정책, 일자리 추가확보를 위해 관련 지자체 간 다양하고 긴밀한 협의에도 힘쓰겠다”고 덧붙이며 정신장애인들의 소통과 사회 진출의 지원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을 약속했다.
2시간 30분여에 걸친 행사동안 시종일관 객석에 앉아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했던 박종기(49·부천시)씨는 “올해 처음으로 이 행사에 참여하게 됐는데, 도내에 이렇게 많은 이들이 나와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행사가 자주 있어서 다른 정신장애인들도 혼자만의 아픔이 아님을 인식하고 서로의 경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지원과 관리도 중요하지만, 재기하려는 그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우리네 사회에 산재한 ‘나와 다른 이’에 대한 오해와 편견, 무관심일 것이다. 하지만 한 참가자의 노랫말처럼 그들의 삶은 더 이상 ‘끝이 정해진 책처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아니다.
정신장애인으로서의 역경을 딛고 사회의 편견과 차별의 벽을 넘고자하는 이가 있다면 우리는 그를 그저 한 국민으로서, 도민으로서, 시민으로서, 편견 없이 바라봐야 하고 그것은 강제할 수 없지만 정신장애인들의 노력에 수반되어야 할 ‘최선의 지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