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아트센터 전경 ⓒ 이준호 기자
백남준아트센터에는 2개의 특별한 전시가 현재 진행 중이다. 지난 2008년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인 백남준 선생의 예술 세계를 기리기 위해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설립한 도립 전시시설인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현재 1층에서 <TV는 TV다>, 2층에서 <2015 랜덤 엑세스>를 전시 중이다. 1층 전시, <TV는 TV다>의 작품들을 살펴본다.
백남준아트센터 전시장 전경 ⓒ 이준호 기자
1층에서 진행하는 <티비는 티비다> 전시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백남준의 생애를 연표로 전시해놓은 곳이다. 그 연표 밑에는 해당 년도에 출품된 백남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연도별로 전시해놓은 백남준의 작품 ⓒ 이준호 기자
연표 옆에 위치한 작은 계단 위로 올라가면 ‘TV 부처’라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은 계단이 꽤나 숨겨져 있어서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던 곳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조용함 속에서 신비로움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 작품은 불상이 모니터와 캠코더를 마주보며 배치되어있다. 이로 인해 종교적 구도자인 부처가 현대의 매체인 TV를 보게 된다. 또한 관객 자신이 이 불상의 화면을 보기 위해 모니터 가까이로 고개를 내밀었을 때 모니터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백남준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관객들이 부처와 관객 자신이 함께 모니터에 나오는 모습을 보고 자신을 성찰하게 된다는 주제를 던진 것이다.
백남준 作 ‘TV 부처(1974)’ ⓒ 이준호 기자
그 길로 좀 만 더 걸으면 ‘최초의 휴대용 TV’라는 작품과 마주하게 된다. 언뜻 보기에는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가늠하기 힘든 이 물건은 사실 백남준이 평범한 나무 판자에 TV처럼 그림을 그린 뒤 ‘최초의 휴대용 TV’라는 제목을 붙인 것이다. 자세히 보면 판자 중앙에 있는 선들은 TV의 주사선을 연상케 한다. 그리고 양 옆에 달린 손잡이는 ‘휴대용’이란 단어를 생각나게 한다. 1층에 전시된 모든 작품이 TV와 관련된 것이라고 생각해 봤을 때, 이 작은 작품은 굉장히 신선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흔한 물건에서 신선한 발상을 끌어내는 백남준의 익살스런 재치와 통찰력을 엿볼 수 있다.
백남준 作 ‘최초의 휴대용 TV’(1973) ⓒ 이준호 기자
연표가 있는 벽면을 기준으로 바깥쪽으로 나가면 새로운 작품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찰리 채플린’이다. 사람의 모양을 하고는 있지만, 찰리 채플린(1889~1977)을 표현한다고는 보기 힘든 이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니터 안에는 찰리 채플린의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찰리 채플린의 모양을 형상화해서 모니터를 배치하고 그 모니터에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상영한 것이다. 백남준은 자신에게 감명을 주거나 영감을 준 인물들에 대해 존경심을 담아 작품으로 표현하곤 했는데, 바로 이 작품이 그 중 하나다.
백남준 作 ‘찰리 채플린(2001)’ ⓒ 이준호 기자
바로 옆으로 눈을 돌리면 ‘밥 호프’라는 작품과 만나게 될 것이다. 이 작품도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하여 만든 작품이다. 밥 호프(1903~2003)는 가수, 코미디언, 배우, 작가로 큰 인기를 구가했던 미국의 전설적인 엔터테이너이며, 현재 기네스북에 역사상 가장 존경 받은 엔터테이너로 기재되어있다. 그는 백남준과 각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었다. 1984년 한 방송에서 알지도 못하는 백남준과 비디오아트에 대한 질문에 그의 미래에 일부가 되고 싶다고 말한 것. 이를 기쁘게 여긴 백남준이 TV와 라디오를 이용해 찰리 채플린처럼 밥 호프의 외형을 형상화한 것이다. 모니터에는 밥 호프의 그래픽 합성 영상이 나온다.
백남준 作 ‘밥 호프(2001)’ ⓒ 이준호 기자
길 중앙에 철조망만 쳐있고, 작품은 없는 곳이 있다. 고개를 들어 위를 보면 의문이 풀린다. 이 작품은 ‘비디오 샹들리에 1번’으로, 38개의 모니터를 샹들리에처럼 만들어 천장에 매달아 전시한 작품이다. 앞서 소개한 다른 작품들과 가장 큰 차이점은 모니터에 송출되는 영상이 모두 흑백이라는 것이다. 각자의 모니터는 어두운 공간을 비추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끊임없이 나오는 TV의 정보들로 계속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백남준은 자연물과 현대의 매체를 연결시킨 것이다. 아울러, TV같은 매체들이 일상의 기본적인 한 부분이 된 지금 이 시대를 연상케 한다.
백남준 作 ‘비디오 샹들리에 1번(1989)’ ⓒ 이준호 기자
출구 쪽으로 가면 4대의 모니터가 놓여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사진 맨 위가 ‘왕관 TV’이며, 가운데가 ‘참여 TV’, 맨 아래가 ‘닉슨 TV’이다. 이를 통칭하여 ‘실험 TV 시리즈’라 부른다. ‘왕관 TV’에는 신호발생기와 증폭기와 연결된 TV화면에 움직이는 왕관의 모습이 나타난다. ‘참여 TV’에서는 설치된 마이크에 소리를 내면 소리 신호가 영상 신호로 바뀌어 춤추는 형태, 이른바 ‘댄싱 패턴’이 나타나게 된다. 마지막으로 ‘닉슨 TV’에서는 TV앞에 설치된 구리 코일에 전류를 흘리면 미국의 전 대통령 리처드 닉슨의 얼굴을 찡그리게 할 수 있다.
백남준 作 ‘왕관 TV’(왼쪽), ‘참여 TV’(가운데), ’닉슨 TV’(오른쪽) ⓒ 이준호 기자
한편 1층의 <TV는 TV다> 전시를 관람한 이승준 학생(12)는 “교과서에서만 본 백남준 선생님의 작품을 실제로 보다니 신기하다. 특히 <비디오 샹들리에>가 인상 깊었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 전시는 오는 6월 21까지 진행된다. 또한 2층에는 <랜덤 엑세스>(Random Access)가 전시 중이다. 백남준의 작품이 아닌 10팀의 작가가 참여한 전시이다. 이 전시는 오는 5월 31까지 진행된다.
백남준아트센터 2층 전시장 전경 ‘랜덤 엑세스’ ⓒ 이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