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조원이라는 금액이 얼마나 큰 지 가늠할 수 있는가? 로또 644회차 1등 당첨금이 약 18억원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금액의 1만 배인 18조원의 가치와 크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달 31일 수원에 위치한 보훈교육연구원에서는 18조원이라는 경기도의 한 해 예산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관심 있는 도민, 주민참여예산위원, 대학생, 관계기관 공무원 등 200여명이 모인 가운데 ‘공감예산을 위한 재정혁신 설명회’가 열렸다.
공감예산이란 올해 경기도가 추진하는 재정혁신 방안으로 ▲함께 짜는 예산 ▲상시적 예산편성 ▲성과와 연계한 예산 ▲비전을 담은 예산 ▲과학적 분석에 의한 예산 등 5가지 전략을 포함하고 있다. 도의회와 시군, 도민이 함께 예산을 짜고, 예산편성시기를 기존 8월에서 4월로 앞당기며, 성과를 분석해 유사하거나 비효율적인 사업 등을 축소하겠다는 내용이다.
이희원 경기도 예산담당관이 재정운용방향 및 재정혁신 방안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이슬비 기자
설명회는 황성태 경기도 기획조정실장의 인사말에 이어 이희원 도 예산담당관이 재정운용방향 및 재정혁신 방안에 대해 소개했다. 이 담당관은 “복지예산과 법정경비 증가로 재정 경직성이 악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지속적이고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5년, 10년 전의 구조적 특성 중 필요 없는 것을 폐지하거나 통합하는 혁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경기도의 현안과 재정제도에 대해 참석자들의 의견을 듣는 시간이 마련됐다. 한 참석자는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사회복지보건 분야의 경우, 어디에 쓰는지 명확히 알려주고 지원이 필요 없는 곳인데도 예산을 받아가는 단체가 분명 있을 것이니 규제해 달라”고 건의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대학생들은 기숙사와 장학금 문제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에 경기도는 가칭 ‘따복기숙사’를 검토 중임을 밝히고 교육청과 협력해 다양한 지원을 약속했다.
올해 경기도 예산의 특징 중 하나인 ‘북동부 경제 살리기 토대 구축’과 ‘남북부 균형 잡힌 SOC’에 대해서도 예리한 질문이 이어졌다. 한 참석자는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북’경필 경기도지사가 될 만큼 북부 경제에 신경 쓰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에 이 예산담당관은 “북동부에 약 400~2000억원의 지원을 계획 중”이라고 답했다.
참석자의 의견을 청취 중인 이 예산담당관. ⓒ 이슬비 기자
설명회가 평일에 개최돼 참석자들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오는 9, 10월 중 한 번 더 설명회나 토론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 예산담당관은 이에 덧붙여 “신뢰와 소통 속에 충분한 교류가 있어야 재정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며 “공무원, 대학생, 기자단 여러분들이 좋은 의견을 내 주시면 부합하는지를 살피고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예산 편성을 위한 도민과의 소통은 이제 막 첫 발을 대디뎠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고 제대로 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도민 모두가 끝까지 응원하고 또 감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