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만난 김현수 경기도자살예방센터장은 “안전의식은 곧 생명존중이다. 인간 개개인에 대한 존중의식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기G뉴스 유제훈
“안전의식은 곧 생명존중이다. 인간 개개인에 대한 존중의식을 높여야 한다.”
지난 10일 세월호 1주기를 앞두고 만난 김현수 경기도자살예방센터장(경기도재난심리지원센터장 겸직)의 말이다.
김현수 센터장은 세월호 참사 당시 경기도합동대책본부의 ‘경기도-안산시 통합재난심리지원단’에서 희생자 초동 대응 의료지원을 위해 활동했고, 초대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장을 지냈다.
서남의대 명지병원 정신과 교수인 김 센터장은 경기도자살예방센터를 비롯한 정신건강증진사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세월호 참사 이후 경기도재난심리지원센터장까지 맡고 있다.
김 센터장은 “경기도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돈이 많이 들어도 안전을 위한 것이라면 신뢰를 충분히 얻을 수 있을 만큼의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평상시 생명존중 및 책임감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기회(세월호 참사)를 통해 재난이 일어났을 때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이 완비돼야 한다”며 “재난의료, 재난심리 등 각 분야에서 여러 번의 실수를 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경기도가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김 센터장은 “돈이 많이 들어도 안전을 위한 것이라면 신뢰를 충분한 얻을 수 있는 만큼의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 경기G뉴스 유제훈
▲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에 안전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사건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안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 제가 정신과 의사니까 안전의식은 곧 생명존중이라고 생각한다. 인간 개개인에 대한 존중의식을 높여야 한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안전의식을 능동적으로 갖추려면 개개인의 생명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어려운 일이지만 그런 의식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세월호 참사에서도 청해진해운이 혹시라도 많은 아이들이 빠져 죽을 수 있다는 우려,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우려를 조금이라도 했더라면 무리한 운항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사고가 났을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억울하지 않고 분노하지 않고 울분에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배·보상이 중요한 일은 아닌 것 같다.
▲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시 초대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장으로 일하면서 많은 고생을 하셨다고 들었다. 센터장으로서 아쉬웠던 점은.
- (세월호 참사는) 처음 겪은 일이기에 누구나 시행착오가 많았을 것이다. 전문가들이란 분들이 연합했지만, 사실 이런 유형의 재난에 대한 경험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학습을 하면서 경험을 쌓게 되는 것이다. 정책이 아쉬운 것을 떠나서 우리 사회에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
두 번째로, 우리는 일단 문제부터 해결하고 보자는 습성이 있는 것 같다. ‘선(先)공감’ ‘후(後)해결’인데, ‘선해결’이 사람에게 위로가 될 것이라는 것은 우리의 착오였던 것 같다.
우리는 지원하고 해결하면 가족들이, 관련자들이 안도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 지원과 해결도 필요한 일인데 공감과 같이 가지 않으면 좋은 지원을 해도 욕을 먹을 수 있다.
공적인 부문에서의 태도도 중요한 것 같다. 많은 후원만큼 공감적인 태도가 신뢰를 얻는 길이다.
대형재난에서는 공감과 소통이 중요하다. 생존자, 희생자, 실종자 등 다양한 유형의 피해자가 발생하기에 소통의 기술이 중요하다. 부처별 칸막이 행정에서도 소통이 필요하다. 특히 공적인 사업을 하는 이들이 대중과 소통하고 이를 발전시키지 않으면 신뢰를 잃는다.
지난 1월 발생한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사고 때도 죽은 이도 있고, 부상자도, 재산 피해를 본 이도 있다. 규모가 클수록 다양한 민원이 생긴다. 한 가지 솔루션으로 지원을 못 한다.
여러 가지 다른 처지에 공감하고, 소통하는 창구를 만들지 않으면 어느 한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재난심리를 하는 사람이라면 ‘공적 소통’(퍼블릭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훈련이 평상시 잘돼 있어야 한다.
경기도자살예방센터가 위치한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 경기G뉴스 유제훈
▲ 경기도가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 경기도 차원에서는 쉽게 말하면 돈이 많아도, 돈이 많이 들어도 안전을 위한 것이라면 신뢰를 충분한 얻을 수 있는 만큼의 체계를 갖춰야 한다.
두 번째는 평상시 생명존중 및 책임감이 높아져야 할 것이다. 여러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어도 선장과 선원이 아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움직였다면 더 많이 구했을 것이다. 공적 책임자 개개인의 수준이 높아져야 어떤 재해가 났을 때도 인명을 살릴 수 있다.
세 번째는 이번 기회를 통해 재난이 일어났을 때 도움을 어떻게 줄 수 있는가를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시스템이 완비가 됐으면 한다.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재난의료, 재난심리 등 각 분야에서 여러 번 실수를 하면 안 된다.
저희가 최근 ‘2015 제1차 경기도 재난정신건강 콘퍼런스’를 열어서 각각 사례를 모두 경기도 31개 시·군과 공유했다.
각 사건의 특징과 각기 다른 유형을 공유하고 실무자의 힘든 점 등을 소통하면서 탁상에서 문서로만 보는 게 아닌, 경험을 공유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특히 경기도는 이런 기회를 자주 가져야 한다. 경기도는 인구가 많고 면적이 넓어서 대형재난이 많이 발생한다. 도시의 역사들이 짧고 유동인구도 많다.
▲ 경기도가 재난과 관련해 주안점을 두고 추진해야 하는 것은.
- 경기도에서 발생하는 재난은 다양하다. 서쪽 해상부터 구제역 및 AI를 포함해 화재 등 각 재난 유형에 따른 초동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해 시범적으로 가동해 봤는데, 재난 규모가 클 때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전문인력을 훈련시키고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재난 초동 대응 체계에 심리지원팀의 역할을 잘 정립해야 한다.
경기도자살예방센터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경기G뉴스 유제훈
▲ 경기도자살예방센터가 하는 일은.
- 도 단위 자살예방 정책 수립, 자살률 감소를 위한 지역사회 사업을 기획하고, 경찰청, 생명사랑 시민단체 등의 유관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성해 활동 중이다. 또한 센터는 교육을 통해 생명사랑 관련 활동가를 양성하고, 해마다 경기도 조례에 따라 도 단위의 생명사랑 심의위원회를 개최, 자살율과 자살 원인에 따른 전략적 사업을 한다.
▲ 올해 센터의 중점 사업은.
- 경기도 광역 단위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정신장애, 자살예방을 지원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재난심리지원도 하고 있다. 올해는 재난심리지원 예산이 새롭게 잡혔다. 재난초동단계부터 심리지원을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하는 게 주력사업이다.
▲ 경기도는 경기도자살예방센터 등과 함께 지난 8일 세월호 1주기를 맞아 ‘2015 제1차 경기도 재난정신건강 콘퍼런스’를 개최했는데 그 의의는.
- 복잡한 유형의 도시와 공동체를 갖고 있는, 최대 인구의 지자체인 경기도에서 다양한 재난이 발생하고 있다. 그렇기에 다양한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각기 다른 재난을 경험한 이들이 함께 모였다. 경기도 실무자들이 함께 모여 대처방법과 어려웠던 점, 개선점 등을 공유해 경기도 재난심리 역량을 강화하는 자리였다.
▲ ‘경기도 재난심리지원 인력풀 구축’ 방안은 어떤 것인가.
- 재난 현장은 무질서하다. 효과적 수습이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사전에 재난심리지원 인력을 미리 구축하고 일정한 권한과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체계를 마련하면 재난현장에서 심리지원할 때 무질서가 개선될 수 있다. 또 경험인력으로 대처할 수 있다. 사전에 재난심리지원 인력을 구축하고 체계를 가동하는 일이 중요하다.
재난에서는 구조, 구호, 의료 등 여러 지원이 있는데 재난심리지원은 후반부에 투입해왔다. 최근 국제적 동향은 재난 충격을 받은 이에게 ‘급성기 심리안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재난심리지원을 나중에 하는 것은 옛날 개념이다.
최근 개념은 재난초기부터 재난심리팀도 같이 투입된다. 그리고 재난심리요원도 상담실만 앉아 있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심리안정을 돕는 트렌드로 바뀌고 있어 ‘후반부 작업’이라는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