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2일, 인천 강화 동막해수욕장 인근의 글램핑 텐트에서 불이 나 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화재를 계기로 캠핑장의 허술한 안전관리에 대한 문제가 지적됐다. 실제로 그동안 캠핑장을 제도화할 만한 관련법이 없어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을 뿐더러 건축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소방법의 적용도 받지 않았다. 경기도는 이에 사고 이튿날 안전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안전점검 현장을 찾아봤다.
경기도 내 5백37개 캠핑장 대상 긴급 합동 안전점검 실시 ⓒ 김상근 기자
경기도가 지난해 9~12월 중 캠핑장에 대한 일제 조사를 벌인 결과 현재 도내에는 5백4개 민간 캠핑장과 13개 자동차 야영장(오토캠핑장), 20개 공공기관 캠핑장 등 총 5백37개의 캠핑장을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는 지난 4월 3일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전곡리에 위치한 한탄강오토캠핑장을 찾았다. 한탄강이 바로 내려다보이는 명당에 자리 잡은 이곳은 수도권에서 멀지 않고 자동차 야영장, 카라반, 캐빈 하우스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 국내 3대 캠핑장 중 하나로 손꼽힌다.
주변에 전곡선사박물관, 선사 유적지 등 다양한 즐길 거리와 볼거리가 많아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이 주로 찾는다.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일찌감치 예약이 마감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한 해에만 약 14만명이 이 캠핑장을 이용했다.
이날 한탄강오토캠핑장에서는 경기도와 연천군, 경기도재난안전본부 기동안전점검단, 한국전기안전공사 경기북부지역본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합동점검이 실시됐다. 현장점검에 앞서 참석자들은 한탄강오토캠핑장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집중 점검할 부분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한탄강 오토캠핑장 ⓒ 김상근 기자
"경기도가 지난해 9~12월 중 캠핑장에 대한 일제 조사를 벌인 결과 현재 도내에는 5백4개 민간 캠핑장과 13개 자동차 야영장(오토캠핑장), 20개 공공기관 캠핑장 등 총 5백37개의 캠핑장을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탄강오토캠핑장의 운영을 맡고 있는 연천군시설관리공단의 백상균 경영사업2팀장은 “관광진흥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한탄강오토캠핑장 역시 자동차 야영장업 등록을 준비 중”이라며 “등록 조건에 문제가 없는 만큼 4월 중 등록이 완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점검단은 곧이어 야외로 나가 캠핑장 시설물을 직접 점검하며 안전여부를 확인했다. 기본적으로 캠핑장이 침수, 유실, 산사태, 낙석으로부터 안전한 곳에 위치해 있는지 여부와 시설배치도, 비상시 행동요령 등을 게시하고 있는지, 야영장 규모에 맞는 소화기를 확보하고 있는지, 또 긴급 상황에 대비해 야영장 내부 또는 외부에 대피소를 확보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했다. 여기에 한국전기안전공사 관계자는 카라반과 캐빈 하우스 내부에 전기를 공급하거나 야외 캠핑객들이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설치된 분전함의 누전 여부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카라반과 캐빈 하우스 내 누전 차단기 설치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또 경기도재난안전본부 관계자는 카라반과 캐빈 하우스 내 소화시설, 연기 감지기 작동 여부, 구역별로 배치된 소화기의 작동 여부 등을 확인했다. 바비큐 파티가 잦은 캠핑장의 특성상 재나 불씨로 인한 화재 대비책도 놓치지 않고 체크하는 모습이었다.
경기도 내 5백37개 캠핑장 대상 긴급 합동 안전점검 실시 ⓒ 김상근 기자
한탄강오토캠핑장 안전점수는 ‘95점’
팽팽한 긴장감 속에 합동점검이 끝나고 회의실에 모여 점검결과를 발표했다. 점검결과 한탄강오토캠핑장은 대부분 항목에서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전기안전공사 경기북부지역본부 정의영 대리는 “전기안전 부분에서는 95점 이상의 점수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도재난안전본부 기동안전점검단 강용구 주임은 “캠핑장이 소방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따로 지적할 사항이 없을 만큼 우수한 상태”라며 “다만 카라반이나 캐빈 하우스 출입구 쪽에 유도표지판을 설치하면 재난발생시 신속한 피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탄강오토캠핑장이 이번 집중점검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평소 꾸준한 안전점검과 연 3회 이상의 재난대비 훈련 덕분이었다. 백 팀장은 “2011년 한탄강 범람으로 수해를 입은 적이 있는데 카라반 27동과 캐빈 하우스 5동이 침수됐었다”며 “그때의 쓰라린 경험을 바탕으로 재난대비 훈련에 더욱 주력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견인시간 단축을 위해 견인장치 고리를 개선하고 카라반과 캐빈 하우스 견인 시 화단 등 장애요소가 있는 것을 발견해 군과 협의 후 철거하는 등 재난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문제점을 보완했다”고 덧붙였다.
또 과거에는 분전함의 볼트나사를 푸는 데만 10여 분 이상이 소요돼 대피 과정에서 많은 시간을 빼앗겼으나 2013년 방우형 콘센트로 교체하면서 10~20초 이내로 시간을 대폭 단축시켰다.
이처럼 위험요소에 대한 꾸준한 개선노력과 정기적인 기동훈련 실시로 현재 한탄강오토캠핑장은 한탄강 범람 등 수해가 발생할 경우 1시간30분 내에 모든 대피가 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캠핑장까지 물이 차오르려면 3시간 여가 소요되는 점을 감안할 때 매우 안정적인 대피시간이다.
회의실에 모여 점검결과를 발표하는 시간이 진행됐다. ⓒ 김상근 기자
"팽팽한 긴장감 속에 합동점검이 끝나고 회의실에 모여 점검결과를 발표하는 시간이 진행됐다. 점검결과 한탄강오토캠핑장은 대부분 항목에서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기도 자체 가이드라인으로 안전한 캠핑 문화 선도
도 관광과 관광자원팀 고중국 팀장은 “합동점검에서 발견된 미흡한 시설이나 전기, 화재 등 문제가 있는 부분들은 즉각 시정조치해 사용자의 안전의식을 높일 것”이라며 “시군의 건의사항이나 법령 등 제도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중앙정부에 건의해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 팀장은 또 “경기도 자체의 캠핑장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안전한 캠핑 문화를 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기도는 현재 지난 1월 개정된 관광진흥법 시행령에 따라 캠핑장을 대상으로 야영장업 등록 접수를 받고 있다. 일반 야영장업 등록은 텐트(천막) 1면당 15㎡ 이상을 확보하고, 야영에 불편이 없도록 하수도와 화장실을 갖춰야 한다. 또한 긴급상황 발생 시 이용객을 이송할 수 있는 차로를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자동차 야영장업 등록 조건은 차량 1대당 80㎡ 이상에서 50㎡ 이상으로 야영장 확보 기준이 완화돼 오토캠핑장 신설이 쉬워졌다. 야영장업 등록은 시군 관광부서에 신청하면 현장 확인 등의 절차를 거쳐 등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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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캠핑을 위한 요령
⊙ 전기
1. 사이트마다 분전함이 설치된 곳을 고른다.
2. 소비전력이 큰 전열기구 사용은 자제한다.
3. 습한 날씨에는 전기제품 사용을 자제한다.
⊙ 난방
1. 텐트 안에서 난로를 사용할 경우 주기적인 환기를 실시한다.
2. 화롯대를 텐트 내부에서 이용하지 않는다.
3. 화재에 대비해 캠핑장 내 소화기의 위치를 파악해 놓는다.
⊙ 텐트 설치
1. 산사태로부터 안전한 곳에 설치한다.
2. 범람 우려가 있는 물 가까이에 텐트를 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