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멎어 4분 이상 대뇌에 혈액 공급이 중단되면 뇌손상이 시작된다. 10분 이상 중단되면 뇌사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문가들이 4분의 ‘골든타임’을 강조하는 이유다. 이때 정확한 심폐소생술은 생존율을 3배 이상 높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응급상황에서 구급대나 의료진이 4분 안에 현장에 도착하기가 불가능한 만큼 주변인들의 심폐소생술 능력이 결국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을 좌우하게 된다.
경기도인재개발원, 교육생 대상 심폐소생술 교육 실시 ⓒ 신승희 기자
신규공직자 대상 심폐소생술 교육받은 공무원, 주민 구해
지난해 10월, 부산의 한 지하철역에 쓰러진 할머니를 심폐소생술로 구한 여고생의 사연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고교 2학년이던 윤혜신 양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생명이 위태로웠던 할머니의 목숨을 구한 것. 윤 양은 학교 보건수업과 소방서 체험학습시간에 배웠던 심폐소생술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의 한 주민센터에서도 공무원이 심폐소생술로 소중한 생명을 구한 사례가 있다. 지난해 11월 20일 오전 10시 53분께, 성남시 수정구 수진1동 주민센터 2층 계단에 주민자치센터 수강생 곽모 씨가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다. 이를 발견한 자원봉사자는 119에 신고한 뒤 주민센터로 달려가 직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주민센터 직원들은 곽 씨에게 옷을 덮어주고 손발을 주무르며 사태를 주시했으나 상태는 점점 더 악화됐다. 곽 씨의 얼굴이 파랗게 질리더니 급기야 숨을 쉬지 않았던 것. 구급차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한 김효석 주무관과 사회복무요원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김 주무관은 “당시 상황이 너무 급박해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며 “실습교육 때 배운 대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 주무관과 사회복무요원이 약 2분간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6분 뒤, 구급차가 도착했고 걱정이 된 김 주무관은 병원까지 동행했다. 곽 씨의 상태를 본 의사는 “의식은 없지만 심장은 정상으로 돌아왔다”며 “초기 대응이 잘 돼서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김 주무관이 응급상황에서 심폐소생술로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은 경기도인재개발원의 신규공직자 과정 중 심폐소생술 교육 덕분이었다.
경기도인재개발원, 교육생 대상 심폐소생술 교육 실시 ⓒ 신승희 기자
"김 주무관이 응급상황에서 심폐소생술로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은 경기도인재개발원의 신규공직자 과정 중 심폐소생술 교육 덕분이었다."
경기도 공무원이라면 심폐소생술은 기본
경기도인재개발원은 올해부터 도를 비롯해 도내 31개 시군 소속 공무원 가운데 인재개발원에서 교육을 받게 될 공무원들에게 심폐소생술과 심박자동제세동기 사용법을 교육하고 있다. 이번 교육은 행정 일선에서 근무하면서 도민들을 상대하는 공무원들에게 심폐소생술을 체득하게 해 유사시 도민 생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마련됐다. 이를 위해 인재개발원은 실습용 마네킹과 교육용 심박자동제세동기 등을 갖춘 심폐소생술 전용 교육장을 마련하고, 대한적십자사와 경기소방학교에서 추천한 전문강사를 초빙해 교육을 실시 중이다.
“그렇게 천천히 하시면 효과가 없어요. 1분에 1백 번 이상 누른다 생각하시고 힘을 줘서 깊이 눌러야 합니다.”
지난 4월 1일 경기도인재개발원의 심폐소생술 전용 교육장에서는 신규공직자과정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한 심폐소생술 교육이 한창이었다.
경기도인재개발원, 교육생 대상 심폐소생술 교육 실시 ⓒ 신승희 기자
"올해는 도인재개발원에서 교육을 받을 예정인 약 8천2백명이 심폐소생술을 배우며, 향후 인재개발원에서 교육을 받는 모든 공무원들이 심폐소생술을 배울 전망이다."
“하나 둘 셋 넷….” 나직하게 숫자를 외치며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교육생들은 외투까지 벗어던지고 그야말로 열심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속도가 느려지고 자세가 흐트러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힘드시죠? 맞아요. 저희같은 전문가들도 혼자 심폐소생술을 계속 실시하기는 힘들어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주변에 심폐소생술을 할 줄 아는 분이 많으면 되겠죠? 번갈아할 수 있으니까요.”
강사의 말에 교육생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듯 보였다. 강사는 심폐소생술 전 먼저 행해야 할 수칙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반드시 환자의 의식여부를 확인한 뒤 “거기 빨간 셔츠 입으신 분 119에 신고 좀 해주시고, 안경 쓰신 분은 자동제세동기 준비해주세요”라고 정확하게 상대방을 가리키며 도움을 청해야 하는 것. 이어서 자동제세동기(AED) 사용법까지 익힌 후에야 교육은 끝이 났다.
경기도인재개발원, 교육생 대상 심폐소생술 교육 실시 ⓒ 신승희 기자
단 한 명의 목숨 구한 것만으로도 교육 필요성 충분
교육을 받은 안양시 호계3동 주민센터 안청은 주무관은 “고등학교 체육시간에 배운 적이 있지만 너무 오래돼 기억이 잘 나지 않았는데 오늘 다시 한 번 심폐소생술을 정확하게 익힐 수 있었다”며 “팔이 좀 아프기는 하지만 여자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시흥시 목감동 주민센터 박정민 주무관도 “예비군훈련이나 직장에서 단체로 실습할 기회가 종종 있었으나 소규모로 차근차근 복습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자동제세동기는 눈으로 보기만 했지 작동법은 오늘 처음 배웠다. 오늘 배운 내용들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잘 쓰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교육을 진행한 경기도소방학교 강신우 구급교관은 “교육 시작 전 심폐소생술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으면 과거에는 보통 1~2명 손 드는 수준이었는데 최근엔 3분의1 이상이 손 들 정도로 관심이 높아졌다”며 “전용 교육장과 장비를 갖추고 집중도를 높여 교육하기 때문에 1시간으로도 교육효과는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 교관은 이어 앞서 소개한 수진1동 김 주무관의 사례를 들며 “단 한 명의 목숨을 구한 것만으로도 교육의 효과나 필요성은 증명해 보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는 도인재개발원에서 교육을 받을 예정인 약 8천2백명이 심폐소생술을 배우며, 향후 인재개발원에서 교육을 받는 모든 공무원들이 심폐소생술을 배울 전망이다. 단기과정 교육생(교육기간 2일~5일)은 1시간의 실습교육을 받고, 장기과정(핵심리더, 신규공직자) 교육생들은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도인재개발원 관계자는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은 훈련된 공무원들이 행정 현장에서 유사시에 도민의 생명을 구하는 안전지킴이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소방학교 강신우 구급교관 ⓒ 신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