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시립 금정동어린이집 조리실에서 조리교사의 안내에 따라 학부모들이 급식용 식자재 점검을 하고 있다. ⓒ 경기G뉴스 유제훈
최근 기자가 방문한 군포시립 금정동어린이집은 이른 아침부터 조리실에 학부모들이 찾아왔다. 조리교사가 아침에 들어온 식자재 ‘치커리’ 봉투를 개봉하자 조리복 차림의 학부모들이 검수일지에 발주된 식자재 상태를 살폈다. 곧바로 학부모들은 점검 리스트판에 체크했다.
이날 자리는 금정동어린이집 ‘자체 급식점검의 날’의 일환으로 마련된 것으로, 학부모 운영위원 7명이 참여했다.
학부모 급식점검은 오전 8시 30분 준비에 들어가 50분가량 진행됐으며, 급식점검일에는 학부모가 참여해 배식봉사까지 이어진다.
이들은 이날 발주 식자재 18개 품목에 대해 업무개시 점검, 식재료관리, 식품위생, 주방기기 및 시설설비 위생, 기타시설 위생, 서류 등 6개 항목에 대해 점검했다. 특히 포장, 품질, 유통기한 등을 꼼꼼히 살폈다.
학부모들은 “우리가 사먹는 것보다 더 좋은 것 같다”고 “시중에서 유통되는 것보다 더 신선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금정동어린이집에선 연간 2회 학부모들이 참여한 자체 급식점검이 진행되며, 학부모들이 직접 아이들의 먹을거리를 점검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급식점검 자료는 서류 보관기간에 의해 3년까지 모아둔다. 점검 결과에 따라 개선사안은 운영위원회를 통해 각 학부모들에게 전달된다.
이춘수 금정동어린이집 원장은 “이곳은 지난 2005년부터 운영위원회제도가 시행되면서 군포시에서 시범적으로 학부모 급식점검이 시작됐다”며 “급식점검은 부모님들이 안심하고 맡깉수 있도록 하는 생각에서 10년째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춘수 원장은 또 “급식점검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니까 좀더 신경을 쓸 수 있는 자세가 (어린이집에서)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이 원생들에게 급식 배식을 하고 있다. ⓒ 경기G뉴스 유제훈
지난 2004년 1월 개원한 금정동어린이집에선 개원 1년 후인 2005년부터 학부모운영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운영위원회에는 교사 3명, 학부모 5명, 지역인사 1명 등으로 구성됐다.
이 어린이집은 경기도보육시설연합회장 우수프로그램 인증(2006년), 경기도보육시설 우수프로그램 발굴사업 우수상 도지사표창(2008년) 등을 수상한 국공립 어린이집이다. 현재 근무 교사는 정교사 13명을 비롯해 조리교사 3명, 누리과정 보조교사 1명, 원장 등 18명이다.
이날 만난 학부모들은 금정동어린이집의 장점으로 오픈 운영을 제일 먼저 손꼽았다.
학부모 오유라(35) 씨는 “이 같은 믿음에 큰아이(10)에 이어 둘째 아이(4)도 금정동어린이집에 입학시켰다”고 밝혔다.
권영은(37) 씨는 “여기는 제일 좋은 것이 모든 면에서 (학부모들에게) 오픈인 것 같다”며 “주방이든 교실이든 항상 열려있고, 교실도 창문 밖에서 볼 수 있고, 엄마들이 편하게 와서 차를 마실 수 있다”고 말했다.
유하림(34) 씨는 “여기 아니면 워킹맘은 일을 못할 것 같다”며 “여기는 연장반이 오후 9시반까지이기에 엄마들이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장맘 신연정(35) 씨는 “금정동어린이집은 학부모가 참여하는 점검에 관심이 많이 간다”며 “믿음이 쌓이려면 눈과 귀로 느끼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학부모들은 운영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아이들의 급식에 나섰다. 이날 아이들을 위한 점심 메뉴는 흑미밥, 실파 장국, 돈가스, 그린요거트 샐러드, 김치 등이었다. 배식은 오전 11시 30분부터 시작됐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식사를 마치고 함께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금정동어린이집은 부모 참여 어린이집 추구를 비롯해 어린이집 운영위원회 부모 참여 활성화(5개반), 자체 급식점검의날 운영(연 2회), 현관 앞 CCTV 설치 부모 상시 모니터링, 교실 앞 등하원 지도 등을 운영해 학부모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군포시에 따르면 군포 관내 어린이집은 313개소로, 이 가운데 국공립(시립)으로 운영되는 어린이집은 18개소. 이 가운데 CCTV가 설치된 어린이집은 64개소다.
금정동어린이집에는 교실 곳곳을 비롯해 회의장소, 지하 다목적실, 옥상, 현관 등 10대의 CCTV가 설치돼 있다.
최근 이슈화된 어린이집 CCTV 관련, 학부모 오유라 씨는 “금정어린이집은 선생님을 믿기에 CCTV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춘수 원장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아이가 중심이 돼야하는 것”이라며 “10년 동안 운영하니 오래 맡기신 분들은 이해하고 협조를 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정동어린이집에선 연간 2회 학부모들이 참여한 ‘자체 급식점검’이 진행되며, 학부모들이 직접 아이들의 먹을거리를 점검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 경기G뉴스 유제훈
군포시 여성가족과 차은희 주무관은 “금정동어린이집처럼 운영되는 곳은 보편화된 게 아니다. 의무화 된 게 아니다”라며 “법적인 부분이 있고, 운영위원회에서 요청했을 때 원장이 받아들이면 한다. 관에서는 장려하는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금정동어린이집이 다른 원과 차별화된 점이 또 하나 있었다. 바로 장애아와 통합으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특히 어린이집 입학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학부모들에게 먼저 설명된다. 이에 따라 문제가 발생되는 점이 없었다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경기도 보육정책과 전경민 주무관은 “금정동어린이집은 안심보육 환경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학부모가 참여하는 어린이집을 추구하고 있으며, 어린이들의 안전한 먹을거리를 위해 자체 급식점검의날 운영하는 것이 차별화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