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대학생 기자단 학생들이 발표를 준비 중이다. ⓒ 장동길 기자
지난 4월 29일 가천대학교에서 ‘대학(졸업)생 취업지원 대책’을 주제로 도지사가 주재하는 제4회 일자리창출 전략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도내 일자리 관련 주요인사 30여명을 포함해 약 200여명이 참석했다.
회의는 경기도 대학생 기자단 오명희 기자의 ‘대학생 취업현실과 제안’ 발표, 이현옥 고용노동부 청년고용기획과장의 ‘대학취업지원 정부시책’ 발표, 자유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경기도 대학생 기자단의 오명희 기자가 대학생 취업 현실과 청년의 제언에 대해 발표 중이다. ⓒ 장동길 기자
경기도 대학생 기자단을 대표해 단상에 선 오명희 기자는 김희원, 윤여정, 이주영, 장소희 기자와 함께 팀을 이뤄 대학생의 시선으로 본 취업 현실과 청년의 제언을 발표했다.
이어 이현옥 고용노동부 청년고용기획과장은 다양한 유형의 고용센터를 청년들이 잘 모르고 있으며, 학교마다 설치된 취업지원센터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각기 다른 점을 지적했다.
이 과장은 “대학은 구조개혁과 취업률 문제를, 학생은 고용센터를 이용하는 학생 범주가 좁다는 문제를 호소하며, 정부는 부서 간 정책 연계가 부족하고, 중소기업은 채용 정보 부족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1조4천억원을 투입해 12개의 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대학생들은 이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고 지적하며, 청년 고용 촉진 서비스를 각 대학으로 가져가 진행할 계획을 언급했다.
이 과장은 “청년실업에 관계한 행위자 간 연계와 협력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 목표”라고 설명한 뒤 이 과정에서 각 대학 총장과 학과 교수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 장동길 기자
본격적인 토론 시작에 앞서, 이길여 가천대학교 총장은 대학 총장으로서 학생들이 겪고 있는 취업과 관련한 문제들을 몰랐던 부분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도, “학생들이 대학에서 스펙이 아닌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자동화, 인공지능이 전통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어 일자리의 50%가 사라지고 있는 와중에 경기도는 일자리가 넘치는 경기도를 최종 도정 목표로 설정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 지사는 또 구직자와 채용자 사이의 미스매치(Miss Match)를 해소하기 위해 도 차원에서의 노력을 계속할 것임을 덧붙였다.
남 지사의 주재로 이뤄진 토론은 참석자 모두가 발언권을 갖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강민식 가천대 취업진로처장은 대학이 갖고 있는 학생 교육과 진로 안착에 대한 의무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낮은 취업률 문제와 일자리 생성 문제를 대학의 몫으로 돌리는 풍토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취업진로처에 대한 낮은 신뢰도 등 인식개선과 교수와의 취업상담, 대학생 현장 실습의 형태로 취업과 관련한 지원 정책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토론 참석자 정상훈(두원공대3) 씨는 자신이 마치 전문대를 대표해 나온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공대생임에도 불구하고 학력이라는 조건 때문에 편입이나 유턴 입학을 하는 전문대생들이 많다. 전문대생을 위한 도 차원의 취업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석순(명지대4) 씨는 “공대생으로서 취업에 대한 어려움은 비교적 적은 편이나 갈수록 많은 기업들이 더 높은 스펙을 요구하며, 대기업 인턴은 높은 경쟁률과 소규모 인원을 채용하는 반면 중소기업 인턴은 낮은 임금과 처우의 문제를 겪는다”고 의견을 전했다.
김윤정(상명대4) 씨는 “어문계열 전공자로 좁은 취업문을 체감하고 있다”며 “게다가 채용공고의 대부분은 경력직만을 찾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대학과 학생 모두 취업 과정에서 인턴 경험의 필요성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기업에서는 인턴 제도와 관련해 또 다른 애로사항을 안고 있었다.
유투앤의 권용우 총괄전무이사는 “회사에서 2년째 청년인턴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 장점이 많아 다른 기업들에도 추천했더니 정부의 지원을 나눠 갖는 격이 되어 기업에 돌아가는 몫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배근 팀장은 우수한 중소·중견 기업이 많으나 홍보와 안내가 부족했던 점을 인정하며 협회 차원의 적극적인 홍보 계획을 밝혔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봉차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나, ‘일-학습 병행제’와 같이 스펙 쌓기가 아닌, 직업 훈련을 통해 직무 적응 기간을 줄이는 정부 지원 사업들을 적극 활용해 인문·사회계열 취업생들 또한 취업 고충을 해결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업 관계자들은 중소기업이 겪는 문제와 협회 차원에서의 개혁 노력을 언급하는 한편,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남 지사는 인턴 기회 확대와 대학-기업 연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박덕진 경기도일자리센터장은 취업교육과 사후관리에 대한 홍보 부족을 인정하며 대학의 건의를 다수 수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경기도 전역에 593명의 취업 상담사를 전면 배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백명호 경기지방중소기업청 공공판로지원과장은 “학교와 기업간 협약을 통해 기업에서 필요한 내용을 학교에서 미리 교육하는 사업을 모색하겠다”며 “이밖에도 경기중기청에서는 R&D, 마케팅에 1억원 지원 및 청년 기업 창출을 지원하고 있으니, 창업이라는 경로를 적극 활용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컨설팅 기업 ‘사람인’의 이상돈 그룹장은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학생들과 조금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의 스펙을 살펴보면 토익점수는 700점, 학점은 35점대로 최근 기업들은 스펙초월 채용을 보인다. 그러나 학생들이 면접 등에서 자신의 역량을 보여주지 못해 스펙에 연연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패널로 참석한 오명희(한국외대3) 씨는 “단순히 인턴 기회를 확대하는 것으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인턴을 하기 위해 인문·사회과학계열 학생들은 결국 또다시 스펙 쌓기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운 좋게 인턴이 되더라도 공기업의 경우만 봐도 해외에 나가 월 30만원 가량의 급여를 받는 수준에 그쳐, 비용과 시간이 다소 과하게 투입된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윤장원(가천대4) 씨는 “청년에게 취업이 중요한 문제이나, 취업률로 대학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대학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며 “변화가 진행 중이고, 학생들도 부정적 프레임으로 현상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를 직접 이용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 지사의 주재 하에 토론이 진행 중이다. ⓒ 장동길 기자
이날 주요 토론자들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청년 실업 문제에 관계한 주요 행위자 모두 여러 사업들을 유기적으로 연계해야할 필요에 대해 공감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어디서부터 야기된 문제이며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특히 이날 토론자들 사이에는 소통과 이해의 부재로 인해, 같은 문제를 놓고도 전혀 다른 생각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해와 소통 부족은 삽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계속되는 회의와 소통을 통해, 청년 실업 문제가 하루 빨리 돌파구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