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보는 눈, Eco eyes ⓒ 사진 출처/수원시 어린이생태미술관
싱그러운 5월, 물오른 초록나무들과 알록달록 봄꽃을 보는 즐거움이 큰 요즘이다. 그저 멀리 떨어져서 보면 자연은 ’보는 즐거움’으로 끝나기 마련이지만, 작은 풀잎 하나, 꽃잎 하나 ‘가까이 들여다 보는’ 자연은 우리에게 또 다른 기쁨을 선사한다. 그동안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간 숨은 자연을 볼 줄 아는 눈, ‘에코 아이즈( Eco eyes)’를 갖게 하는 이색전시회가 있어 꿈기자가 다녀왔다.
수원시 어린이생태미술관 ‘풀잎’ ⓒ 김도현/꿈나무기자단
전시관 입구에서 ⓒ 김도현/꿈나무기자단
수원시 어린이생태미술관 ‘풀잎’에서 2015년 첫 번째 기획전시로 마련한 <에코 아이즈 – 자연을 보는 눈>. 이번 전시는 자연과 어울리고 바르게 살아가기 위한 방법으로 ‘관찰’을 주제로, 이소영 작가의 식물세밀화를 소개하고 있다. 식물세밀화가인 이소영 작가는 국립수목원에 근무하면서 자연과 식물을 보존하기 위한 작품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볼 수 있는 그녀의 식물세밀화 30여 점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식물의 이름을 사람들이 정확히 알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겨 있다.
식물세밀화가 이소영 작가 ⓒ 사진 출처/어린이생태미술관
‘보태니컬 아트(Botanical art)’라고도 불리는 식물세밀화는 과학의 예술분야로, 식물의 형태를 그림으로 그린 기록물이라고 할 수 있다. 크게는 식물의 형태, 작게는 잎사귀 줄기 등을 현미경을 통해 세세하게 그리는 작업이다. 식물의 해부도인 셈이다.
식물세밀화는 사진으로 찍을 수 없는 식물체 부분을 그림으로 묘사할 수 있어 유럽에서는 1700년대부터 꾸준히 그려지고 발전되어 왔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이제 50여 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식물세밀화가들도 많지 않고 그 활동 폭도 좁아 작품수도 적고, 그려진 식물종도 다양하지 않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고, 식물세밀화 작가들 활동 역시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소영 작가 역시 꼭 기록을 위해서가 아니라도 틈틈이 식물세밀화를 그리고 있는데, 특히 일반인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는 허브와 같은 식물세밀화를 그려 작품집을 내고 있다.
전시실 전경 ⓒ 김도현/꿈나무기자단
실제 식물과 세밀화를 비교해 놓은 작품들 ⓒ 김도현/꿈나무기자단
실제식물과 식물세밀화를 비교해 놓은 작품을 보면 식물세밀화의 장점을 더욱 잘 알 수 있다. 그냥 식물을 관찰할 때는 볼 수 없는 식물 안쪽, 혹은 잎의 작은 무늬들까지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 사진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그렇다면 식물세밀화는 왜 흑백으로 그리는 걸까? 그 이유는 정확성에 있다. 펜촉에 잉크를 찍어서 흑백으로 식물세밀화를 그리는 것은 가장 고전적인 방식이다. 과학적인 그림을 그리고자 할 때 효과적이며, 식물을 종별로 분류하기 위한 좋은 기록 자료가 된다. 이렇게 펜과 잉크를 이용해 검정색 점과 선으로 그려진 식물세밀화는 식물의 형태적 특성을 가장 정확히 담게 된다. 다시 말해 과학 연구 자료가 되기 때문에 화려함보다는 정교함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로즈마리 세밀화 ⓒ 사진 출처/이소영 블로그
이 작품은 로즈마리. 특유의 뾰족뾰족한 잎 모양과 회색 솜털이 나 있는 로즈마리가 이소영 작가의 손에서 생생하게 살아난다. 오로지 흰 종이 위에 까만 잉크로만 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식물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과 로즈마리의 특징을 잘 묘사해 마치 살아 숨쉬는 식물처럼 느껴진다.
옆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월계수 세밀화가 눈에 들어왔다. 역시나 자세히 보면 선 안에 작은 점들이 채워져 있을 정도로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그린 그림이다. 그림 밑에는 식물에 대해 더 알 수 있도록 원산지, 이름의 유래, 용도를 비롯한 식물에 대한 정보가 쓰여 있었다.
품종 개량을 한 식물과 하지 않은 것의 표본 ⓒ 김도현/꿈나무기자단
병 안에 담긴 식물표본을 관찰하는 공간 ⓒ 김도현/꿈나무기자단
전시실 곳곳에 놓여 있는 식물표본도 눈길을 끈다. 투명한 유리병에 식물 표본을 담아 전시했는데, 각 병에 담긴 식물의 과명, 학명, 역사 등을 기록해 놓아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또한 전시실 한켠에는 이소영 작가의 작업과정을 영상으로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어 식물세밀화를 그리는 작업을 단계별로 확인할 수 있다.
채색된 식물세밀화와 영상을 관람하는 공간 ⓒ 김도현/꿈나무기자단
전시관을 나오면 왼쪽 벽을 장식하고 있는 산뜻한 작품들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전시관 안에 전시된 세밀화들과 달리 흑백 잉크가 아닌 색연필로 채색된 점이 특이했다.
이소영 작가는 색보다는 형태를 선택한 세밀화 작가이다. 색의 강렬함보다는 형태라는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게 평소 그녀의 생각이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관람객들에게 좀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색깔을 입힌 식물세밀화들로 예술적인 면을 부각시켰다고 한다.
전시는 5월 15일까지 수원시 어린이생태미술관에서 열리며,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전시 기간 중 진행되는 어린이 관람객들은 식물을 확대경으로 관찰하고 세밀화를 직접 그려보는 워크숍도 진행되므로 전시 관람 후 워크숍에 참여해 봐도 좋겠다.
깊은 관심과 관찰을 통해 그려진 식물세밀화는 아무런 색깔이나 꾸밈도 더하지 않고 흰 종이에 까만 잉크로만 그려졌지만, 오히려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생생히 전하고 있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식물 각각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 <에코 아이즈 – 자연을 보는 눈>. 이곳을 둘러보다 보면, 작은 식물이지만 소리 내어 불러줘야 하는 저마다의 소중한 이름과 그 안의 생명력을 기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연을 보는 내 눈도 어느새 달라져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