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궁동 벽화마을 지도 ⓒ 달콤한나의도시 경기도(블로그)
수원에는 낙후되고 오래된 골목길을 그대로 살려서 벽화를 그리고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존하고 새롭게 꾸며서 문화를 즐길 수 있게 만든 행궁동 벽화마을이 있다.
그곳의 중심에는 대안공간 눈과 대안공간 봄이 있다. 이 대안공간에는 다양한 전시회가 진행 중이고 또 카페가 마련되어있어서 차도 마실 수가 있다.
수원연극제가 한창 진행중인 5월 4일 월요일 수원 화성 행궁 앞 광장에서 하는 연극을 즐기고 잠깐 시간이 남길래 걷기 시작한 길이었다.
예술을 즐기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대안공간 봄, 대안공간 눈 ⓒ 달콤한나의도시 경기도(블로그)
화성 행궁 앞에서 북수동 성당을 지나 조금만 더 걸으면 행궁동 벽화마을 이정표가 보인다.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하면 된다. 행궁동 쪽은 워낙 낙후된 곳이 많아서 북수동 성당 근처에 위치한 이곳 또한 건물만 봐도 오래된 건물들이라는 것이 눈에 보인다.
예전에는 이 벽화골목을 찾는 것 자체가 어려웠었다. 필자도 가족과 함께 가보고 싶어서 몇 번을 돌아다닌 후에야 이 행궁동 벽화골목을 찾았었다.
대안공간 봄 ⓒ 달콤한나의도시 경기도(블로그)
그러나 지금은 눈에 띄게 좋아져서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장안문에서 팔달문 쪽으로 가는 길에 크게 표지판도 세워져 있고 큰길에서 바로 골목으로 들어가면 행궁동 벽화마을이라는 낮은 담장도 생기고 대안공간 봄도 새로운 디자인으로 멋진 페인팅을 하고 있어서 금방 눈에 들어온다.
예술을 즐기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대안공간 봄, 대안공간 눈 ⓒ 달콤한나의도시 경기도(블로그)
이곳에 들어오면 벽에는 방문객들이 하나하나 그림을 그려서 채워놓은 나무 타일이 눈에 들어온다. 탁자에는 순무 싹을 접시에 자라게 해 놓은 것이 있는데, 이 또한 주인장의 마음씨를 짐작하게 한다. 그리고 책이 가득 꽂힌 책꽂이와 좋은 그림이 담긴 액자들도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
예술을 즐기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대안공간 봄, 대안공간 눈 ⓒ 달콤한나의도시 경기도(블로그)
나는 아주 가끔 혼자 깊은 사색에 빠지거나 아이들에게 좋은 공연 또는 좋은 전시를 보여주기 위해 이곳에 온다. 물론 친구와 약속을 하고 차를 마시러 오기도 한다. 혼자서 잠깐 짬을 내서 들러본 대안공간 봄.
봄이라는 이름은 왜 지은 것일까? 봄(spring)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봄(see, 보다)이라는 의미도 있다. 또 영어로 boom(뻥 터지는 소리)를 의미하기도 한다고 한다. 이 대안공간 봄이 생기기 전에 먼저 생긴 것이 대안공간 눈인데 대안공간 눈 또한 지역의 시각문화 예술활동을 지원하고 육성하기 위해 40년 넘게 주거공간으로 사용하던 곳을 개조해 옛 건물 그대로를 전시공간으로 꾸몄다.
예술을 즐기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대안공간 봄, 대안공간 눈 ⓒ 달콤한나의도시 경기도(블로그)
순수창작활동을 하는 젊고 실험적인 작가들을 발굴하여 개인전을 열어주기도 하고 대내외적인 홍보와 교류에 힘쓰며 지역의 대학. 대학원생들과 작가, 주민, 관광객의 연계와 소통을 통해 지역의 문화발전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전시는 무료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들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한다.
혼자서 레몬차 한 잔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더니 주인장인 이윤숙 대표가 ‘안녕하세요’ 하며 반갑게 맞아준다. 사람을 많이도 만나는 분이라 기억 못하실 것 같아서 그냥 있었는데 "어디서 많이 뵌 분 같아요 누구시죠?" 하고 이름을 묻는다.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어요" 하고 말했더니 그제서야 페이스 북 친구임을 기억해 낸다.
‘원래는 오늘 쉬는 날이에요. 매주 월요일은 휴관일 이랍니다. 오전엔 계속 손님이 와도 돌려보냈는데 징검다리 휴일이라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네요.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들도 적지 않아서 그냥 문을 열었어요.’라고 말한다. 행궁동 벽화마을이 유명하긴 유명한가 보다.
일파 전시회 ⓒ 달콤한나의도시 경기도(블로그)
아뿔사! 가끔 왔으나 휴관 일이 있는 줄은 지금 처음 알았던 것이다. 인심 좋은 주인장 때문에 오늘 전시회 구경을 할 수 있겠구나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그리고 전시회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해주신다.
제 1전시실 1층에 가면 일파전시회가 열리고 있는데 화갑전이라는 이름으로 일파 김충영(도시계획학 박사)-전 팔달구청장, 수원시 청소년 육성재단 이사장 등을 지낸 그 분의 가족들이 모두 하나씩 작품을 내어 전시회를 꾸미고 있었다.
이번 전시회는 청소년육성재단 이사장 재임 기간 중에 직원들의 가훈을 새긴 것이 30여점 되어, 퇴임식 당시 전시했던 것을 전시했다고 한다. 또 아내 김희숙 님은 플로리스트로 활동하면서 꽃꽂이를, 작은 딸 김지은은 도예를 배우면서 도자기를 전시하고 있다. 그리고 아들 김주송은 2012년 화성 성벽의 다양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으로 표현한 ‘돌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이 책과 함께 성곽을 찍은 사진들을 전시하고 있다고 한다.
일파전시와 꽃과 도자기 ⓒ 달콤한나의도시 경기도(블로그)
정말 멋진 가족이 아닌가! 각각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도 마치 집안을 꾸미는데 아빠는 가훈을 쓰고 엄마는 꽃꽂이를 아들은 사진을 딸은 도자기를 만들어 온 집안을 예술의 향기가 샘솟게 만들어 놓은 것 같아서 전시회가 빨리 보고 싶었다.
일파전시회 가훈 ⓒ 달콤한나의도시 경기도(블로그)
레몬차를 다 마시고 바로 옆에 있는 전시실로 향했다.
이성지합백복지원 : 두 가지 성이 합쳐져 백가지 복의 근원을 이룬다.
정관 : 조용히 사물을 관찰한다.
불원천불우인 : 고난이나 역경을 만나더라도 하늘이나 다른 사람을 원망하지 않고 제 분수를 지켜 자기발전과 향상을 꾀한다.
좋은 글귀들과 함께 작지만 소박하게 꽃들이 그리고 식탁에는 예쁜 도자기들이 꾸며져 있었다.
나도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 서로 각자 노력하면서도 어쩌면 이렇게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었는지 전시회를 둘러보고
화목한 가족사진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전시회였다.
예술을 즐기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대안공간 봄, 대안공간 눈 ⓒ 달콤한나의도시 경기도(블로그)
그렇게 전시회를 둘러보고 바깥풍경을 바라본다. 낡은 건물들 사이로 푸릇푸릇하게 자란 담쟁이 넝쿨을 바라보며 옛 건물이 주는 편안함과 생기발랄하게 자란 식물들이 참 조화롭다는 것을 느낀다. 그렇게 발걸음은 행궁동 벽화골목으로 이어졌다.
사랑의 자물쇠 작은 화단에 핀 꽃 들을 바라보며 걷는 것 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담장을 낮게 해서 집안의 정원을 관광객들이 볼 수 있게 해 놓은 집도 보이고 텃밭을 심어서 처마 밑에 내 놓은 모습도 정겹다. 커다란 양철로 만들어진 벽에는 커다란 뱀이 벽을 따라 지나는 모습이다. 작은 골목길이 예술의 옷을 입었다. 벽에는 행궁동 벽화마을 지도도 그려져 있다. 좁은 길을 따라서 걷다 보면 어느새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차는 들어오지 못하고 사람만 간신히 지나다니는 골목길이다. 예전에는 이런 골목길이 참 많았겠지만 지금은 보기 드물다. 아파트가 숲을 이루고 작은 단독주택들이 사라진다. 그러나 그 오래된 단독주택들에도 사람이 산다. 이웃이다. 그 이웃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면 행궁동 벽화골목에 한번 와보기 바란다.
[출처/달콤한 나의 도시, 경기도]
[글. 사진: 경기소셜락커 김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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