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어르신들의 발 따복택시 ⓒ 김상근 기자
경기도는 4월 29일 이천·안성·포천·여주·양평·가평 6개 시·군과 ‘따복택시 도입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경기도 따복택시는 5월 초부터 6개 시·군 1백12개 마을에서 운행을 시작해 농어촌 교통취약지역 주민들의 교통복지를 증진시킬 전망이다.
따복택시 ⓒ G라이프 편집팀
지난 3월 여주시 북내면 중암2리에 ‘행복택시’라는 이름의 따복택시가 운행을 시작하면서 매 장날마다 마을주민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난다. 버스요금으로 집 앞에서 택시를 타고 편안하게 장을 볼 수 있게 된 마을 어르신들은 “이렇게 좋은 것은 모두가 함께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엔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다 힘이 들어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도 했어요. 집 앞에서 시장까지 버스요금으로 택시를 탈 수 있어 얼마나 편하고 고마운지 몰라요.”
지난 4월 30일, 여주시 북내면 중암2리의 윤순이(75), 이영숙(79), 김영자(76), 이정숙(69) 할머니들은 행복택시를 타고 장을 보러 나섰다. 이들은 버스정류장에 가려면 1km 이상의 언덕길을 걸어야 하고, 버스가 2~3시간 간격으로 운행돼 어려움이 많았는데 행복택시 덕분에 편하게 장을 보게 됐다며 경기도 따복택시 사업을 반겼다.
이곳 주민들은 매달 5·10·15·20·25·30일 오전 10시에 행복택시를 타고 5일장이 열리는 시내로 간다. 장을 본 후에는 오후 1시 버스터미널 근처 정해진 장소에서 다시 행복택시를 타고 집으로 온다. 이날 네 명의 어르신들은 각각 1천5백 원의 요금을 내고 집에서 장까지 택시로 이동했다.
“병원이나 미용실도 일부러 장날에만 가요”
시골 어르신들의 발 따복택시 ⓒ 김상근 기자
“집에서 버스정류장까지 가는데 30분, 버스를 기다리는데 15분, 이동하는데 30분 등 모두 1시간 반 정도 걸리던 길을 택시 타고 15분 만에 가게 됐어요. 지난 번에는 10시 버스를 놓쳐 집으로 돌아가는데 허무하더라고요. 버스를 놓치면 그날 볼 일은 모두 포기해야 했는데 버스요금만 내고 택시를 탈 수 있어서 짐 걱정도 덜었어요. 이제는 병원이나 미용실도 일부러 장날에 예약해요.” (이영숙 할머니의 말)
할머니들이 “기사님이 정말 착하고, 인상도 좋다”고 입을 모으자, 행복택시 기사인 채순근(50) 씨는 “이러지 마세요”라고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이 모자지간처럼 다정해 보인다.
개인택시를 운행하던 채 씨는 “이장님의 권유로 행복택시를 운행하게 됐는데 저도 북내면 출신이라 어르신들이 모두 부모님처럼 느껴진다. 가끔 뵐 때마다 (어르신들이) 빵도 사주시고 먹을 것도 주신다”며 어르신과 다정하게 팔짱을 꼈다.
채 씨(사진)는 “이미 손님을 태우고 있거나 개인적인 일이 생기면 다른 차량을 섭외해 드린다. 행복택시는 택시 승강장에서 대기하거나 길에서 헤매지 않고 정해진 시간에 승객을 태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시간을 지키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이장님과 어르신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차세기 중암2리 마을이장은 “마을 주민 대부분이 65세가 넘었다. 내가 지금 61살인데 막내다. 처음에는 어르신들이 행복택시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기도 했는데 이용한 뒤로는 불편함이 사라졌다며 모두 좋아하고 계신다”며 “경기도 따복택시는 참 좋은 제도다. 많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한다.
여주시 교통행정과 지민경 주무관은 “여주시는 65세 이상 인구가 22% 정도를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해 행복택시와 같은 제도가 꼭 필요했다”며 “지난해 11월 5개 마을에서 시작된 행복택시가 경기도와의 협약으로 오는 5월부터는 16개 마을에서 운행됨에 따라 더 많은 주민들이 혜택을 누리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따복(따뜻하고 복된)택시’는 농어촌 교통취약지역 주민들의 교통복지 증진을 위해 5월 초부터 경기도 여주시 등 6개 시·군 1백12개 마을에 도입된다. 이용자는 버스요금 정도의 요금만 부담하고, 나머지 요금은 경기도와 시·군이 대신 지원하게 된다. "
행복택시 기사 채순근 씨 ⓒ 김상근 기자
경기도, 여주 등 5개 지자체와 따복택시 운영 업무협약 체결
경기도는 지난 4월 29일 경기도의회 회의실에서 여주시, 이천시, 양평군, 가평군, 포천시, 안성시와 ‘경기도 따복택시 도입·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따복(따뜻하고 복된)택시’는 농어촌 교통취약지역 주민들의 교통복지 증진을 위해 5월 초부터 경기도 여주시 등 6개 시·군 1백12개 마을에 도입된다. 이용자는 버스요금 정도의 요금만 부담하고, 나머지 요금은 경기도와 시·군이 대신 지원하게 된다.
여주와 양평은 장날이나 주 2~3회 정도 특정일, 특정시간에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안성과 포천은 주중 3~5일, 1일 2회 등 횟수에 제한을 두고 이용자가 전화로 요청해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가평과 이천은 세부 운행방법을 검토 중이다.
이용요금은 시·군별로 이용구간과 형태에 따라 1인당 1백 원에서 1천5백 원 정도이며, 미터기 요금에서 이용객들의 지불금액을 뺀 차액을 도와 시·군이 부담하게 된다. 도는 올해 총 8억3천만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 중 2억 5천만 원을 도비로 지원할 계획이다. 도는 또한 시·군과 함께 사용할 공동 디자인을 제작·보급하고 각 시·군은 요금, 운행지역 및 방법 등 세부기준을 마련해 따복택시를 운영하게 된다. 이 밖에도 시·군은 경기도 따복택시와 기존 시·군 택시의 고유명칭인 ‘희망택시’, ‘행복택시’, ‘사랑택시’ 등을 병행 사용하게 되며, 따복택시 도입·확대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 도는 지난 1월에는 6개 시·군 택시 업무담당자와의 간담회를 통해 도의 지원방안과 상호 업무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3월과 4월에는 여주, 양평, 포천의 오지마을을 찾아 시·군별로 운행하고 있는 기존 수요 응답형 택시의 운행횟수, 요금 등에 관한 애로 및 건의사항을 청취했다.
“생전 읍내 못 나갈 뻔 했는데 너무 좋네” ⓒ 김상근 기자
향후에는 금년도 사업성과를 분석해 운영방법과 예산지원 등을 골자로 한 표준 매뉴얼을 마련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제도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이영종 도 택시정책과장은 “승객이 적거나 길이 좁아 버스 운행이 어려운 지역에 따복택시가 도입되면 버스구입비와 연료비 등을 절약할 수 있고, 노인 등 이용객의 편의도 증진되는 등 1석 2~3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기 가평군수는 협약식에서 “가평은 노인인구가 전체의 21%인 고령사회로, 임야가 33%를 차지해 대중교통이 불편하다”며 “특히 장날에는 어르신들이 버스 배차간격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 따복택시로 교통복지가 향상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택시정책과 031-8030-3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