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 저도 안 되면 그냥 농사나 짓지, 뭐.”
일반적인 농업의 인식을 반영하며, 사람들이 쉽게 꺼내는 말이다. 농업에는 전문적인 기술과 교육이 필요 없을 것이라는 무지와 고된 일이라는 뿌리 깊은 인식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현재 엄청난 속도로 발전 중인 현대 농업 기술을 접한다면 과연 어떨까? 이곳 경기도에 우리나라 농업을 선도하고 발전된 기술을 농민에게 가르치는 기관이 있다. 바로 경기농업마이스터대학이다.
안성시 한경대학교 경기농업마이스터대학 본부 ⓒ 박재연 기자
한국 농업은 존재 기반이 흔들릴 위기에 처해 있다. FTA(Free Trade Agreement 자유무역협정)로 인한 잇따른 농산물 시장 개방으로 값싼 해외 농산물이 수입, 국산 농산물의 소외가 벌어진다. 자유 무역 시대에 해외 농산물에 뒤지지 않도록 우리 농가도 경영 능력을 제고하고 발전을 꾀해야 할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농업의 주역인 농민에게 최신 기술을 교육, 전수하기 위해 2009년 3월, 경기농업마이스터대학(이하 ‘농업마이스터대학’)이 도내 농업대학에 설치되었고 운영을 시작했다.
‘농업 마이스터’는 재배 품목에 대한 전문 기술, 지식, 경영 능력을 갖추고 이를 다른 농업인에게 교육할 수 있을 정도의 농업 ‘장인’을 의미한다. ‘장인’을 양성하는 만큼 지원 자격도 까다롭다. 전공 과정의 품목을 4년 이상 재배한 경력을 포함, 13년 이상 농업에 종사한 경험 있는 농업인만 지원할 수 있다. 예외적으로 그 미만의 경력을 가진 농업인을 대상으로 특별전형의 기회를 열어뒀는데, 이 경우 지자체의 추천과 1년간 농업교육 이수 기록 100시간, 전공 품목 4년 이상 등 총 7년 이상 농업에 종사했다는 기록이 필요하다. 실기 능력을 갖춘 상태에서 새로운 지식을 교육, 전수하는 것이 농업마이스터대학의 본 목적이기에 응시 자격부터 엄격한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각 분야별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일반 대학과 다른 점이 있다. 일반 농업대학에서 ‘과수’, ‘원예’로 개설될 전공이 농업마이스터대학에서는 ‘포도’, ‘사과’, ‘딸기’ 등 작목 이름으로 개설된다. 경기도 지자체의 핵심품목 위주로 학과를 개설, 지역 농업 발전을 주도할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이기에 이런 방식을 취한 것이다. 각 전공의 교수진은 최신 이론과 기술을 갖춘 전문가로 선정, 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며, 교육과정의 50%는 실습으로 구성되는 등 현장 중심의 교육을 추구한다.
수업 모습. 복숭아 전공 문병우 교수가 교육생의 발표를 지도 중이다 ⓒ 박재연 기자
실기 능력이 충분히 갖춰진 농업인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다 보니, 그 결과는 당초 목표 이상이었다. 과거에는 경험을 토대로 영농이 이루어졌다면, 현재는 다년간의 경험에 최신 고급 기술을 접목, 보다 진보된 농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 예로, 버섯 전공의 김유철 교육생은 재학 기간 중 국외현장교육을 통해 네덜란드 온실 버섯 재배 시스템을 학습, 국내 도입을 추진 중이다. 만약 도입이 성공한다면 평균 일 출하량 1.7∼2톤, 연간 매출 30∼35억을 기대할 수 있는 등 국내 버섯 농업의 혁신을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농업마이스터대학에서 전공을 이수하게 되면 농림축산식품부장관 명의의 수료증과 함께 한국농수산대학 졸업생과 동등한 자격을 부여 받게 되며, 정책 자금 지원에서도 우선 순위를 확보할 수 있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지정하는 전문농업경영인(농업 마이스터)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필기시험, 역량평가, 현장심사까지 일체의 과정에 대한 교육을 지원받게 된다. 또 마이스터로 지정되면 농업경영컨설팅 컨설턴트, 후계농업인 멘토, 현장실습 교육 현장교수요원의 자격 등을 취득할 수 있다. 현재까지 전국 104명, 경기도에서 14명이 마이스터로 지정되어 있으며, 모두 농업마이스터대학 출신이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점도 많다. 위에서 언급된 온실 버섯 재배 시스템은 교육생의 사재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정부 지원금도 포함되어 있지만 융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낮은 이자율로 20∼30년간 농업인 장기 대출이 가능한 농업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장기 대출 지원이 부족한 형편이다. 단순한 교육으로 끝나지 않고 실제로 사용될 수 있도록 충분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는 것이 농업마이스터대학 교육생과 교수진이 크게 필요를 느끼는 점이다.
경기농업마이스터대학 남기웅 학장과 최해식 과장 ⓒ 박재연 기자
경기농업마이스터대학 남기웅 학장은 “비어있는 상태에서 가르치는 것보다 기존의 낡은 것을 새로운 것으로 바꾸는 것이 특히 힘들다. 그동안의 영농 경험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지금은 옛날 것이 되어버린 것을 새로이 바꾸고 진보시키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업마이스터대학이 추구하는 것이 새로운 기술에 기반한 발전된 농업을 가르치는 것인 만큼, 교육생의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남 학장은 또한 “농업고등학교가 줄어들고 있다. 새로운 젊은 농업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선진국치고 농업을 소홀히 하는 나라는 없다.”면서 국내 농업 교육에 대한 관심과 확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기농업마이스터대학은 3기까지 433명의 졸업생을 배출하였고, 현재는 4기 215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 중이다. 응시원서 및 모집요강은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할 수 있으며, 입학생에게는 등록금 500만 원 중 400만 원이 지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