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 여러분들! 모두 모여주세요!”
행사장에 들어섰을 때 진행자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울렸다.
25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는 약 300명에 달하는 참가자들이 ‘DMZ 자전거 투어’를 위해 모였다.
부푼 기대를 안고 참가자 조끼를 입고 단상 앞으로 갔다. 경기관광공사에서 나온 진행자가 행사 시작에 앞서 퀴즈를 진행하고 있었다.
‘DMZ 자전거 투어’ 행사를 설명하고 있는 진행자 ⓒ 서예슬 기자
“오늘 우리가 자전거로 몇 km를 달릴까요? 손들고 DMZ라고 크게 외치고 답을 맞힌 참가자 분께는 선물을 드립니다!” 기자를 포함한 다수의 참가자는 손을 들고 저마다 다른 답을 외쳤다. 답은 17.2km였고 답을 맞힌 참가자는 상품을 받고 기뻐했다. 그 외에 간단한 퀴즈를 더 풀고 이번 행사의 취지와 행사 주의사항을 들을 수 있었다.
‘DMZ 자전거 투어’는 2011년부터 진행돼 왔다. 행사 진행자는 “우리 ‘DMZ 자전거 투어’를 통해 평소 일반인들의 출입이 제한된 DMZ를 투어하면서 환경보전의 중요성과 역사와 문화의 이해, 분단국가의 아픔을 통한 평화 통일의 염원을 담아내는 교육의 일환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작 전 주의사항은 `다른 참가자들을 추월하지 말기`, `사진 촬영 금지`, `보급물품 분실하지 않기`, `정해진 길로만 다니기` 등이 있었다. 준비운동을 한 후 자전거 투어가 시작됐다.
임진각 통문에서 출발해 통일대교를 건너 군내삼거리에서 반환해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오는 코스였다. 기자는 사실 17.2km가 정확히 어느 정도 거리인지 모르고 초반에 무작정 기운을 뺐다가 돌아오는 길에 뼈저리게 후회했다.
통일대교를 건널 때는 다양한 감정이 뒤엉켜 복잡했다. 통일대교를 지나다니는 차량들은 검문소를 거쳐야 통과할 수 있었다. 출입증과 허가증도 필요했다. 통행하는 차량도 매우 적었다. 그걸 보면서 ‘언제쯤 통일대교에 많은 차들이 지나다닐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우리나라와 북한은 전쟁 중이라는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분단의 아픔과 휴전이라는 현실을 후손들에게까지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통일대교를 건너고 군내삼거리를 지나가는 길엔 보초지가 매우 많았다. 비포장도로를 따라 철조망이 쳐져 있었고 거기엔 통일에 대한 염원이 담긴 글귀나 그림, 소망을 적은 끈들이 묶여 있었다. 아쉽게도 촬영 금지 구역이라 사진에 담을 수는 없었다. 철조망 너머로 개발되지 않은 논밭의 모습이 펼쳐졌다. 새들이 날아다니고 평화로워 보였다. 비무장지대가 왜 생태박물관이라고 불리는지 알 것 같았다.
군내사거리를 지나 반환점에 도착했을 때 참가자들에게 초코파이와 생수가 제공됐다. 제공된 간식을 먹고 주위를 둘러보니 경관이 무척 아름다웠다. 길게 펼쳐진 강과 강가에는 나무들이 줄을 서 있었고 그 너머엔 산이 있었다. 다만 바로 앞에 철조망이 쳐져 있는 것이 씁쓸했다.
군내사거리 반환점의 경관 ⓒ 서예슬 기자
반환점을 돌아 임진각 통문으로 돌아와서 자전거와 헬멧, 조끼를 반납하고 평화공원으로 나왔다. DMZ 자전거 투어는 우리나라 분단 현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뜻 깊은 행사였다.
DMZ 자전거 투어는 올해 3월부터 11월까지 매주 넷째 주 일요일에 열리며 누구나 참가해 분단현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이다. 분단현실을 극복하고 평화통일이 되어 후손들에게 불안과 고통을 남겨주고 싶지 않은 바람이 절실해지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