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메르스 현장 대책회의] 8월 조기 추경으로 평택이 달라집니다. ⓒ 달콤한나의도시경기도(블로그)
"집에서 오지 말라고 해요, 그냥 자취집에 돌아가려고요."
지난 5월, 서울에서 자취하는 한 직장인 청년을 알게 됐습니다. 그는 평택에서 온 사람이었죠. 공교롭게도 메르스 정국이 닥친 시기라 평택과 타지를 왕래하는 사람의 애환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원래라면 한 달에 한 번은 가족이 있는 평택 본가에서 주말을 보냈다는데, 요즘은 가족들이 위험한데 올 필요 없다고 말린답니다.
지난 금요일에 만났을 때도 그는 `솔직히 지금 평택을 드나들게 되면 주변에서도 자신을 꺼릴 것`이라고 쓴웃음을 짓습니다.
"왜 거길 다녀오냐"고 그러겠죠. 평택에서나 서울에서나 입장이 좀 곤란해요."
[평택 메르스 현장 대책회의] 8월 조기 추경으로 평택이 달라집니다. ⓒ 달콤한나의도시경기도(블로그)
그는 언제쯤 맘 편하게 집을 왕래할 수 있을까요. 그를 대신해 제가 이틀 뒤인 일요일날 평택시를 방문했습니다. 평택시청에서 경기도지사와 경기도교육감이 공동 주재하고 평택시장, 평택경찰서장 등 지역 관계자들이 함께 메르스 현장 대책회의를 연다고 해서 찾아간 길입니다.
오늘 제가 주의 깊게 살필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회의 현장이고, 또 하나는 바로 평택 시내의 분위기였죠.
확실히 평택 시내는 메르스 여파인지 일요일임에도 한적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지금껏 듣던 것처럼 공포스럽거나 사람들의 기척조차 느끼지 못하는 그런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어보였습니다. 그간 두려움이 키워낸 선입견 때문에 평택이라 하면 유령 도시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으니까요.
[평택 메르스 현장 대책회의] 8월 조기 추경으로 평택이 달라집니다. ⓒ 달콤한나의도시경기도(블로그)
평택시민들이 스스로를 위안하면서 희망을 전하는 모습이 인상 깊습니다.
시청 앞 육교엔 평택시배드민턴연합회가 내건 `평택시민 여러분, 힘냅시다!`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습니다. `사스도, 에볼라도, 신종플루도 이겨낸 우리들입니다`라면서요.
그런가 하면 어느 병원에선 `이겨낼 수 있다`는 다짐과도 같은 현수막이 크게 걸려있었습니다. 횡단보도 앞에서도 역시나 `우리는 이길 수 있다`는 내용의 작은 현수막이 있었죠. 그저 숨죽이면서 하루하루 보내는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평택 메르스 현장 대책회의] 8월 조기 추경으로 평택이 달라집니다. ⓒ 달콤한나의도시경기도(블로그)
그리고, 14일 2시30분부터 평택시청에서 시작된 본 회의에서도 이 부분이 언급됐습니다.
"우리는 메르스와 두 가지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자체 질병과 싸우고 있고, 또 하나는 공포감과의 싸움입니다. 우리는 이길 수 있습니다." - 남경필 경기도지사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질병 그 자체만큼 지금 사회 전역에 내려진 공포감 해소 또한 중요함을 말했죠. 질병 자체는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이 잡되, 공포감은 끊임없이 국민과의 대화로 풀어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특히 오늘 방문한 평택에 대해선 조만간 다시 시장, 군수와 만나 피부에 와 닿도록 도울 방법을 찾겠다고 밝히면서 메르스 피해가 가장 큰 평택 지역을 돕는데 31개 시군이 힘을 합칠 것을 주문했습니다.
[평택 메르스 현장 대책회의] 8월 조기 추경으로 평택이 달라집니다. ⓒ 달콤한나의도시경기도(블로그)
한편 남경필 도지사는 이 자리에서 "8월 조기 추경"을 대책으로 내놨습니다. 도는 도의회와 협의해 1조4천억 규모로 추진될 추경에 메르스 피해자 지원과 유무형의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지원, 서민 일자리 창출 등을 담을 예정입니다.
"첫 환자가 발생한 평택에서 이런 회의가 열리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 생각합니다." -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경기도 메르스 종합관리대책본부 공동본부장을 맡은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그간 도내 모든 학교에 긴급 방역 등 대책을 추진할 때 경기도 및 자치단체장들에 힘입은 바가 컸다"면서 앞으로도 협력과 협동에 강조점을 둘 것을 말했습니다.
"평택에서 메르스 불안감은 그간 많이 안정됐습니다. 이제 어려워진 평택 내 지역경제 안정화가 적극 추진되길 바랍니다." - 공재광 평택시장
공재광 평택시장은 전통시장과 마트, 택시 등 평택 지역경제가 여전히 어려운 점을 들어 경기도의 도움을 청했습니다. 마침 회의에 앞서 남경필 도지사는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 부 장관과 평택중앙시장을 방문해 시장상인들을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평택 메르스 현장 대책회의] 8월 조기 추경으로 평택이 달라집니다. ⓒ 달콤한나의도시경기도(블로그)
메르스 발생 이후, 평택의 모습을 보며 많은 분들이 염려의 말씀을 전해오셨습니다. 이번에 평택시에서 도지사 주재 긴급회의가 열리고 메르스 질병 대책부터 불안감 진정, 나아가 소상공인들의 침체된 경제까지 적극 지원하겠다고 오늘 이야기가 나온 것은 이런 염려에 대한 확실한 답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평택을 시작으로 그간 쌓였던 선입견이나 공포감이 해소되고 사람들의 발길이 늘어난다면? 긍정적인 기대감을 가져봅니다. 조만간 저 사람 좋은 청년도 걱정 없이 고향을 왕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출처/달콤한 나의 도시, 경기도]
[글. 사진: 권근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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