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통복시장을 찾은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회원들이 장을 보고 있다.](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506/20150623165850128710035.jpg)
평택시 통복시장을 찾은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회원들이 장을 보고 있다. ⓒ 경기G뉴스 유제훈
23일 오전 평택시 통복시장. 한산했던 시장에 50·60대 여성 15명이 들어섰다.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을 둘러본 이들의 손은 금세 무거워졌다. 손님맞이에 신난 상인들은 흥정을 하거나 덤으로 물건을 더주기도 했다.
이날 시름에 잠긴 상인들의 얼굴에 모처럼 웃음꽃이 피어나게 한 이들은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임원. 이들은 메르스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은 전통시장 상인을 돕기 위해 ‘경기도여성단체 안심 장보기’에 동참했다.
앞서 경기도 여성가족과는 지난 17일 메르스 확산으로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도내 여성단체에 전통시장 장보기·피해지역 농산물 구매 등 협조를 요청했고,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임원들은 기꺼이 응했다.
하루 평균 고객 수가 6000여 명이었던 통복시장은 메르스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매출 역시 대부분 반토막이 났다. 메르스 진원지인 평택 성모병원과 1.5㎞ 거리에 있어 타격이 더 컸다.
고봉태 여성가족과 여성기획팀장은 이날 방문에 대해 “여성단체 회원이 중동호흡기증후군으로 지역경제가 침체된 평택지역에서 장보기 활동을 함으로써 일반시민에게 안심하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금자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장을 비롯한 여성단체 이사 10여 명이 처음 들린 곳은 한 수산물 도·소매점.
한 회원이 조기를 선물용으로 대량 구매하자 가게 주인 김모(64·여) 씨는 몇 번이고 “고맙다”고 했다. 34년간 이곳에서 장사를 해왔다는 김 씨는 “세월호 사건 때도 이보다는 어렵지 않았다”며 “얼마 전까지 시장에 손님이 한 분도 없었다. 너무 힘들어서 막막했다”고 토로했다.
![이금자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장은 “전통시장은 저렴한 가격과 후한 인심에서 오는 정 때문에 찾게 되는 것 같다”며 “메르스 사태가 하루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506/20150623165850127964298.jpg)
이금자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장은 “전통시장은 저렴한 가격과 후한 인심에서 오는 정 때문에 찾게 되는 것 같다”며 “메르스 사태가 하루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경기G뉴스 유제훈
수산물 도·소매점에서 나와 반찬거리를 고민하던 회원들은 야채가게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언니 이게 ‘가지고추(가지와 고추의 교배종)’야? 어떻게 먹어?”(여성단체협의회 임원)
“고추장에 찍지 않고 그냥 먹어도 돼. 아주 맛있어. 달달해.”(야채가게 주인)
여성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한 이들은 반찬에 넣을 가지고추·오이·콜라비·애호박 등을 구입했다. 여름철 별미인 열무김치를 만들겠다며 열무와 마늘도 장바구니에 가득 담았다.
활기를 되찾은 시장상인들은 커피를 대접하는 등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통복시장에서 쌀 상회를 운영하는 60대 여성은 콩가루를 묻힌 인절미와 보리차를 내놓고 “이렇게 와주신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며 고마워했다.
이금자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장은 “전통시장은 저렴한 가격과 후한 인심에서 오는 정(情) 때문에 찾게 되는 것 같다”며 “메르스 사태가 하루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함께 동행한 김이배 평택시 여성가족청소년과장은 “민간단체에서 이렇게 통복시장에 찾아온 것은 처음이다. 상인들도 많은 응원을 얻은 것 같다”며 “오늘을 시작으로 지역경제가 활성화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도 여성가족과는 앞으로 도 및 시·군 여성단체에 피해지역 농산물 구입 협조 공문을 계속 발송하는 등 메르스 피해 지역 관광 및 음식 판매 홍보에 앞장서기로 했다.
“여성들 똘똘 뭉쳐 지역경제 활성화 돕자”
(사)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이금자 회장 |
![(사)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이금자 회장.](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506/20150623170258984773359.jpg) (사)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이금자 회장. ⓒ 경기G뉴스 유제훈
“지금이야말로 여성이 똘똘 뭉쳐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메르스로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저희 단체에서 작게나마 힘을 보태겠습니다.”
이금자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장은 최근 31개 시·군지회에 ‘메르스 확산으로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 참여 협조’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메르스로 인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상인들을 돕기 위해서다.
이 회장은 “메르스 진원지가 평택이라 평택에 경제적 타격이 큰 것 같다”며 “며칠 전에는 회원들과 함께 평택 쌀을 대량 구입했다. 오늘은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어 평택으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이날 평택 통복시장에서 한 상인의 손을 잡은 그는 “메르스가 하루빨리 끝나길 바란다.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라며 위로했다.
다음은 이금자 회장과의 일문일답.
▲ 안심 장보기에 동참하게 된 배경은.
-그동안 단체 활동을 통해 어려운 이웃에게 음식을 해준다든지 봉사활동을 오랫동안 해왔다. 메르스 확산으로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여성들이 더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바이러스 앞에서는 우리도 속수무책이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31개 시·군지회에 공문을 보냈고 평택지역 쌀과 지역 농산물을 구입했다. 오늘은 평택 내 전통시장에 와보자고 해서 같이 오게 됐다.
▲ 오늘 시장에 와보니 어떤가.
-상인들과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지 느껴졌다. 애초에 사려고 했던 것보다 더 사게 됐다. 주변 지인들에게도 나눠 줄 생각이다.
▲ 앞으로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차원의 계획이 있는가.
-도 지부장님과 함께 메르스 여파로 타격을 입은 타 지역 전통시장을 둘러 볼 생각이다. 멀리 사시는 분들은 배달 문제도 있고 전통시장 이용이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불편함을 감수하고 ‘함께 이겨내자’는 뜻에서 동참했으면 한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이 되는 해이며 협의회가 구성된 지 30년이 된 해다. 지금이야말로 여성들이 뭉쳐 나라에 닥친 이 위기를 슬기롭게 잘 극복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에게 응원 메시지를 남겨 달라.
-협회 회원 중에도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들이 많이 있다. 남일 같지 않다. 방호복을 입고 땀과 더위를 견디며 진료에 나선 의료진이 자랑스럽다.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도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응원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