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에 올라가 곁순을 치고 있는 경기도청 공무원. ⓒ 이윤지 기자
하나와 하나가 모여 둘이 되고, 둘과 둘이 모여 넷이 된다. 넷이 모이면 할 수 있는 일이 처음보다 4배로 늘어난다. 아주 간단한 법칙이지만, 일손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에서는 너무나도 절실하고 간절한 일이기도 하다. 특히 메르스 직격탄을 맞은 평택지역 농가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메르스 여파로 외지인의 발길이 뚝 끊긴 평택은 요즘 심각한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농가에서 일할 사람을 찾고 있지만 일하러 오겠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외국인 노동자들마저도 평택은 싫다며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상가상 오랜 가뭄은 농가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24일, 일손부족과 가뭄으로 고통 받는 평택지역 농가를 돕기 위해 경기도청 공무원들이 나섰다. 도청 회계과, 세정과, 세원관리과 공무원 30여명은 평택시 포승읍의 한 사과농장을 방문해 사과 곁순치기와 잡초 제거 등을 도왔다.
언뜻 보면 매실처럼 보이지만, 장차 맛있는 사과가 될 아기(?) 사과의 모습. ⓒ 이윤지 기자
사과는 보통 10월경 출하하지만 곁순치기와 잡초 제거 등을 제때 해야 당도와 영양분이 풍부한 열매를 맺는다.
사과농장의 주인 인희석 씨는 “평택토박이지만 이렇게 힘든 적은 없었다. 메르스와 가뭄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아오리 사과는 다음 달 출하하는데 안 팔릴까봐 걱정이다. 그래도 이렇게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에 경기도청 회계과 박성환 주무관은 “힘들어도 저희보다 고생하시는 분들 생각해서 열심히 해야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새참으로 수박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경기도청 공무원들. ⓒ 이윤지 기자
이날 도청 공무원들은 뜨거운 햇볕 아래 땀을 뻘뻘 흘리며 서툴지만 최선을 다해 일손을 도왔다. 뱀이나 각종 벌레들과 사투를 벌이기도 했고, 피부가 까맣게 그을리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맛있는 사과가 열릴 수 있도록 주어진 업무에 충실한 모습이었다. 가끔씩 스치는 바람과 휴식시간에 나눠먹는 막걸리 한잔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기도 했다.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일손 돕기는 오후 4시가 넘어서야 마무리됐다.
한편 경기도는 평택농가 일손돕기를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메르스에 대한 과도한 공포가 사라지고, 농가 인력이 충분히 확보되어 농부들의 땀이 헛되지 않은 아름다운 결실을 맺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