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경기도인재개발원 대강당에서 6월 렉처콘서트가 열렸다. ⓒ 이주영 기자
지난 24일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경기도인재개발원 대강당에서 배우 겸 현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교수 박해미 씨가 함께하는 6월 렉처콘서트가 열렸다. 렉처콘서트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열리는 도인재개발원의 정기 행사로, 예술이나 인문학 등 어렵게 느껴지는 주제들을 여러 사람들과 쉽고 재미있게 공유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날 행사는 ‘배우 박해미와 함께하는 뮤지컬콘서트-맘마미아에서 쿠거까지’를 주제로 마련됐다. 오후 3시부터 4시30분까지 약 90분 동안 진행되는 콘서트에 앞서 박 씨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동영상이 상영됐다.
5분여간 재생된 영상의 내용은 배우 박해미의 데뷔작인 맘마미아의 한 장면으로 ‘Super Trouper’를 부르는 그녀의 모습이 비춰졌다. 동영상이 끝나자 반주가 흐르며 박 씨가 무대 위로 등장했다. 그는 등장과 함께 ‘꽃밭에서’를 열창했고 관중은 박수로 화답했다. 첫 노래가 끝나고 박 씨는 정식으로 관중을 향해 인사하며 콘서트의 시작을 알렸다.
배우 박해미가 청중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윤여정 기자
박 씨는 “25년 동안 무명생활을 했는데 10년 전 맘마미아가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며 자신의 무명시절 이야기를 풀어놨다. 그는 “나는 뮤지컬 전공이 아닌 클래식 성악을 전공했기 때문에 성악 계열에서는 이단아 취급을 받았다”며 “당시엔 돈벌이가 마땅치 않아 세금을 내지 못하고 주거불명이던 시절도 있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박 씨는 “자존심이 강해 누군가와 잘 어울리기 힘들었고 그런 점 때문에 질투, 시기를 많이 받았다”며 “그런 단점 때문에 일부러 넘어지는 등 바보 같은 행동을 하면서 노력했다”고 밝혀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또 “맘마미아 이후 방송계에 진출해 여러 드라마와 뮤지컬을 하며 살아왔는데 지금까지의 10년 동안은 뮤지컬을 위해 살아왔다면 미래의 10년은 영화를 위한 삶을 살고 싶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태권도 국제 공연을 목표로 국기원에서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고도 전했다.
또한 “현재 경기도 내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청소년들과 공연을 하고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며 진행 중인 청소년 사업에 대해 소개했다. 박 씨는 “그 중에는 단원고 친구들도 있었는데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나 정말 슬펐다”며 눈물을 글썽거리기도 했다. 이어 그는 “지금 연하남을 꼬시는 연상녀의 이야기를 담은 ‘쿠거’라는 작품을 하고 있는데 이 작품 덕에 내 자신이 변화하고 설렘을 가지며 살고 있다”며 여성 청중들을 향해 힘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청중과의 질의응답시간에는 예상치 못한 돌발질문이 쏟아지기도 했다. 현재의 남편과 계속해서 살 계획인지를 묻는 질문에 박 씨는 “이혼은 매일 꿈꾸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기에 서로 인정하고 잘 살 것”이라며 재치 있게 답했다. 이에 덧붙여 “요 근래 연예계에도 일명 쇼윈도 부부들이 많다. 이런 점은 반성해야 한다. 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연예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질의응답 뒤에는 여러 뮤지컬을 종합 콩트로 재구성한 무대가 이어졌다. 콩트는 총 4가지로 진행됐는데 박 씨가 교수로 재직 중안 학교의 제자들과 개그우먼 겸 뮤지컬 배우인 김세아 씨가 출연해 재미를 더했다. 김세아 씨의 경우, 이름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자신의 유행어와 가수 이소라 모창 실력을 선보이자 금세 청중은 그를 알아봤고, 특유의 익살스러움으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박 씨와 그의 제자 그리고 김세아 씨가 함께 호흡을 맞추며 멋진 공연을 선보이자 청중의 박수와 환호가 끊이질 않았다. 콩트가 끝나고 잠시 쉬어가는 시간에는 깜짝 이벤트도 마련됐다. 이날 콘서트의 청중 중 가장 멀리에서 온 사람을 뽑아 선물을 증정하는 것으로, 한때 연천군에서 온 관객이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으나 중국 길림성에서 온 중국어 교사의 등장으로 역전당하고 말았다.
길림성에서 왔다고 주장한 또 다른 관객은 중국의 길림성이 아닌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의 상호가 ‘길림성’이라고 밝혀 한바탕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날 이벤트 당첨자들은 박해미 씨와 기념촬영을 하며 특별한 추억을 쌓았다.
박 배우와 콘서트에 참석했던 청중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이주영 기자
이후 박 씨는 무대를 정리하며 인생일대 가장 큰 사건이었던 맘마미아의 캐스팅에 대한 일화를 털어놓았다. 당시를 회상하던 그는 “맘마미아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연이었고 당시 100억원대 프로젝트였다”며 운을 뗐다. 그는 이어 “큰 기획인 만큼 당시 주인공은 내정되어 있는 상태였고 나는 다른 뮤지컬을 공연하던 중이었는데 내가 오디션을 본 뒤 주인공 자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3~4살 작은아들을 데리고 다니는 불편함과 목을 사용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1차 오디션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덕분에 2차, 3차 오디션도 무리 없이 통과할 수 있었다고 했다. 영국에서는 당장 박 씨의 캐스팅을 원했지만 한국에서의 반발로 공연 당일 아침까지 내정 배우와 경합을 벌인 후에야 주인공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는 후일담도 들려줬다.
그는 “그 후 첫 공연에서 기립박수를 받았으며 마지막 날 영국의 연출가는 자신과 함께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이날 콘서트는 박 씨가 맘마미아의 오디션에 불렀던 ‘The winner take it all’을 열창하고 박 씨의 제자들이 ‘I have a dream’을 노래했다. 이날 행사의 피날레는 맘마미아의 주제곡인 ‘Dancing queen’이 장식했다. 박 씨와 제자, 청중이 다 같이 노래를 부르며 90분간의 무대는 막을 내렸다.
한편 이날 렉처콘서트는 소셜방송 Live 경기를 통해서도 생중계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