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우 시인의 ‘살구꽃 핀 마을’이라는 시가 있다.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지고
뉘 집을 들어서면은 반겨 아니 맞으리
바람 없는 밤을 꽃 그늘에 달이 오면
술 익는 초당마다 정이 더욱 익으리니
나그네 저무는 날에도 마음 아니 바빠라
구절 하나하나가 시골 정취를 떠올리게 하는 시이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 속에서 살고 있다. 이런 시를 읽으며 그들은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시골을 떠올리곤 할 것이다. 농촌에서 자란 이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자리를 찾아, 혹은 날 때부터 도시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수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대다수의 현대인들에게 고향이란 도시이고, 그들이 상상하는 시골이란 그저 따뜻한 정이 넘치는, 그 어디쯤일 것이다.
경기도청 공무원들이 일손 돕기를 위해 평택의 한 사과농장을 방문했다. ⓒ 오명희 기자
그러나 고요하고 평화롭기만 할 것 같은 농촌이 우리의 상상과는 조금 다른 현실에 놓여 있다. 24일 ‘평택 농촌 일손 돕기’에 취재 및 봉사를 다녀온 후, 농촌의 현실과 농촌이 겪는 어려움,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한다.
이날 경기도청 공무원들은 메르스 확산으로 일손부족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평택 농촌 지역에 인력 지원을 나갔다.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으나, 여전히 메르스는 잦아들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 이로 인해 평택 지역 경제는 거의 마비상태에 다다랐다. 농촌도 메르스를 피해갈 순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인력난과 때 아닌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던 농가들에게 메르스는 직격탄이었다. 사람에게 전염되는 바이러스로 인해 농촌이 어려움을 겪는 일이 전무후무했기 때문이다.
농가주가 사과 곁순치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 오명희 기자
이날 방문한 평택시 포승읍의 사과농장은 약 2천 그루의 사과나무를 보유한 비교적 큰 규모의 농장이다. 농장주 인희석 씨는 인력난으로 고초를 겪던 중 일손 돕기를 위해 도청에서 나온 공무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인 씨는 “그동안은 인력 사무소나 외국인 노동자를 통해 농사 인력을 보충해 왔으나, 메르스로 인해 자원봉사자조차 찾기 힘든 실정에 놓여있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연 농촌의 인력난이 메르스로부터 시작된 것일까?
경기도청 공무원들이 나무 밑동에 있는 불필요한 나뭇가지들을 정리하고 있다. ⓒ 오명희 기자
우리나라는 60년대부터 70년대에 급속히 이루어진 산업화로, 청년층의 다수가 도시로 이동했다. 이때부터 농촌의 고령화는 시작된 셈이다. 게다가, 더 나은 복지 환경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이 농촌을 방문해 자원봉사를 한다거나, 농업에 종사하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농사라는 게 여간 손이 많이 가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 편한 것을 추구하다보니 자연스레 1차 산업에 종사하고자 하는 이들은 점점 줄어들고, 그렇게 농촌은 고령화되고 있다.
제조업, 건설업, 광업 등의 2차 산업이나 상업, 금융업, 운수통신업 등 서비스업과 같은 3차 산업에 비하면 1차 산업은 생산성 향상의 정도가 낮다. ‘생산성’이라함은 생산과정에서 생산요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결합하였는가의 정도를 말하며, 생산성=산출량(output)/투입량(input)으로 계산할 수 있다. 생산성이 높다함은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자원을 투입해 많은 양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농업과 같은 1차 산업은 2차, 3차 산업에 비해 생산성이 낮고, 또한 이를 향상시킬 방도가 적다. 각 나라의 사회적 배경, 자원 분포도, 경제 개발 단계 등의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나라 뿐 아니라 대부분의 선진공업국이 경제 개발 계획 추진에 따라 1차 산업의 비중이 대폭 저하하고 있는 현실이다.
1차 산업은 농업, 목축업, 임업, 어업 등 사람이 살기위해 필요한 ‘식(食)’에 해당한다. 대량 생산이 가능한 국가들과의 FTA 체결을 통해 값싼 가격에 들어오는 농산품은 우리나라 농촌을 더욱 힘들게 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농촌은 인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으며, 빠르게 진화하는 사회·경제 발전 속도에 발맞추기에 부족한 생산성 문제, FTA 등의 협상 체결로 인해 삼중고를 겪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어려움들로 인해 국내 자급자족율이 낮아지거나 혹은 불가능해 질 경우, 그동안 값싸게 들여온 농산품 가격의 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당장 살기 위해 필요한 먹거리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면 이는 충분히 국가 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우리가 상상하던 농촌은 현실과 다소 괴리가 있다. 또한 내가 살아본 적 없거나, 현재 살고 있지 않은 농촌의 문제가 결국 부메랑처럼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력 부족으로 인한 1차 산업의 위기가 농식품 자급자족에 영향을 미치고 국가적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음에 대해 국민이 함께 고민할 때가 아닌가 질문을 던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