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인재개발원 정문에 걸린 ‘배우 박해미와 함께하는 뮤지컬콘서트’ 현수막. ⓒ 허필은 기자
지난 24일, 배우 박해미 씨가 경기도인재개발원을 방문했다. 경기도인재개발원이 주최하는 6월 ‘렉처콘서트’의 강사로 초대된 것.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경기도인재개발원 대강당에서 열린 6월 ‘렉처콘서트’는 ‘배우 박해미와 함께하는 뮤지컬콘서트’라는 주제로 박 씨의 인생과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경기도인재개발원이 작년부터 매월 넷째 주 수요일에 개최하고 있는 ‘렉처콘서트’는 인재개발원 교육생, 도 및 시군 공무원, 일반시민 등을 대상으로 한다. 정광량 인재개발원 리더십팀장은 6월 ‘렉처콘서트’를 열며 콘서트에 대해 “해설이 있는 인문학 강연”이라고 설명했다. 6월에 초대된 박 씨는 현재 동아방송예술대 교수이자 경기도 무한돌봄 홍보대사로, MBC 드라마 ‘딱 너 같은 딸’에 출연하고 있다.
그냥 놀러 다니며 삶의 활력을 찾는 배우
그냥 놀러 다니며 활력을 찾는 삶에서 배우 박해미 씨의 당당한 모습이 엿보인다. ⓒ 허필은 기자
박 씨는 강연을 시작하면서 “그냥 놀러 왔다”고 운을 뗐다. 박 씨는 배우에서 공연기획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히 풀어냈다. 박 씨는 25년간의 무명생활을 청산하고 뮤지컬 ‘맘마미아’로 인해 방송에까지 출연하게 됐다. 박 씨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살았다”며 자신의 인생관을 설명하기도 했다.
뮤지컬 ‘맘마미아’에 출연하기까지만 해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성악을 전공한 박 씨가 뮤지컬에 도전하겠다고 하자 클래식계에서는 이단아 취급을 하기도 했다. 당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연극 배우가 뮤지컬 배우까지 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박 씨의 행보에 의문을 품는 사람이 많은 것은 당연했다. 박 씨는 오히려 차별화를 시켰다. “성악 전공의 뮤지컬 배우는 처음이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한 박 씨는 “그것 때문에 시기, 질투, 미움을 받고 살았다”고 밝혔다.
박 씨는 낙담하지 않았다. 청소년 문화 사업을 시작하고 뮤지컬 극단을 창설하며 개인적인 꿈을 이뤘다. ‘롤리폴리’라는 뮤지컬을 제작해 성공을 하기도 했다. 박 씨는 “비극보다는 희극이 좋아 항상 해피엔딩, 즉 즐거운 것을 최우선으로 삼는다”고 말하며 “최근 출연하고 있는 뮤지컬 ‘쿠거’를 통해서도 활력을 찾는 중”이라고 전했다. ‘쿠거(Cougar)’는 연하 남성과의 연애를 꿈꾸는 중년 여성을 지칭하는 미국 속어다.
웃음이 끊이지 않는 6월의 뮤지컬콘서트
콘서트 내내 관객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배우 박해미 씨. ⓒ 허필은 기자
박 씨의 강연 뒤에는 개그우먼 김세아 등이 출연해 콩트 공연을 펼쳤다. 김 씨 외에 같은 극단의 윤지영, 염한선, 이아름솔, 박은지 등도 출연했다. 뮤지컬 ‘하이파이브’와 ‘롤리폴리’를 섞어서 새롭게 선보인 콩트는 유쾌한 내용으로 관객들에게 시종일관 웃음을 선사했다. 박 씨의 인생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콩트 이후에는 다시 박 씨의 강연이 진행됐다. 박 씨는 ‘배우 박해미’를 세상에 알리게 된 뮤지컬 ‘맘마미아’의 성공 이야기를 들려주며 “연극계에서는 호의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작사에서 무명이란 이유로 부정적으로 대했다”고 고백했다. 부정적인 제작사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박 씨는 주인공으로 캐스팅돼 육아, 게으른 성격, 번역극의 어려움 등 악조건 속에서도 초연에 기립 박수를 받았다. 박 씨는 노래 ‘The Winner Takes It All’을 부르며 자신감을 내보이기도 했다.
“꿈을 가지고 춤추는 것처럼 즐거운 삶을 살라”
배우 박해미 씨가 관객들과 함께 6월 ‘렉처콘서트’를 기념하고 있다. ⓒ 허필은 기자
박 씨는 “꿈이 있다는 건 행복하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의미에서, 또 춤추는 것처럼 삶을 즐겁게 살라는 의미에서 노래 두 곡을 마지막으로 마무리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 이 씨의 ‘I Have a Dream’, 박 씨의 ‘Dancing Queen’이 상연됐다. 노래로 전하는 메시지를 끝으로 ‘배우 박해미와 함께하는 뮤지컬콘서트’는 마무리됐다.
박 씨가 경기도에 전한 메시지는 비단 박 씨만의 메시지는 아니다. 지난 4월, 고도원 작가도 경기도인재개발원에 방문해 “삶이 그대를 춤추게 하라”는 말을 전했다. 지난 1월에는 을미년 새해를 맞아 경기도청에서 열린 ‘31개 시장·군수 간담회’에서 강신장 모네상스 대표가 ‘광기를 활용한 행정’을 강조한 바 있다. 강 대표가 말하는 ‘광기’가 예술가적 기질을 의미함을 고려할 때 박 씨와 고 작가가 전한 메시지와 일맥상통한다. 이렇듯 인문학이 던지는 메시지에 대해, 경기도의 깊은 고찰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