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르스 사태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평택 방문을 꺼리고 평택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등의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뉴스를 접했다. 이에 지난 26일 평택 농촌 일손 돕기 자원봉사 및 취재를 위해 경기도 평택시 오성면 숙성리의 한 농가를 방문하기로 했다.
기자에게 평택은 남다른 곳이다. 오랫동안 거주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고향과 다름없는 평택의 농민들을 돕고 싶은 마음에 주저 없이 자원봉사와 취재를 신청하게 됐다.
오전 7시20분. 조금은 이른 아침, 경기도청에 도착해 함께 자원봉사를 떠날 도청 공무원들을 만나 평택시 오성면으로 향했다. 1시간여를 달려 8시30분, 우리는 오성면 숙성리의 한 농가 창고에 도착했다.
창고에는 수많은 박스와 감자, 트랙터 등과 함께 오늘 우리가 도울 농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농민들은 자원봉사단을 반갑게 맞이했다. 이어 한 농민이 오늘 해야 할 작업에 대한 설명과 자원봉사자별로 작업을 분배했다.
(왼쪽부터) 트랙터가 분류대에 감자를 쏟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상태가 좋지 않은 감자들을 분류하고 있다. 분류된 감자를 상자에 담고 있는 자원봉사자들. ⓒ 조범철 기자
작업은 의외로 간단해보였다. 트랙터가 큰 부대에 담긴 감자를 가져오면 크기별로 나누는 분류대에 쏟는다. 감자가 분류대에 쏟아지면 사람들이 중간 중간에 서서 푸른빛이 돌거나 으깨지는 등 상태가 좋지 않은 이른바 ‘불량감자’들을 골라내는 작업을 한다.
상태가 좋지 않은 감자들이 걸러지면 분류대가 감자를 크기대로 나누고, 일정한 크기대로 모인 감자를 박스에 담는다. 감자 박스를 건네받은 다음 작업자들은 감자의 무게를 재고 일정 무게에 해당될 경우 테이프로 포장하는 순서였다.
각각의 포지션을 부여 받은 자원봉사자들이 오전 9시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기자는 상태가 좋지 않은 감자를 골라내는 작업을 맡았다. 푸른빛이 돌거나 으깨진 감자를 분류해 한 박스에 모아놓았다. 푸른빛이 도는 감자는 독성이 있고 으깨진 감자는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철저하게 분류해야 한다고 현장의 한 농민이 말했다.
감자와의 사투를 벌인지 1시간30분여가 지났을 무렵 새참이 도착했다. 잠깐 작업을 멈추고 꿀맛 같은 새참을 즐긴 뒤 곧바로 작업이 재개됐다. 12시30분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작업은 끊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간단해보였던 작업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원봉사자들의 얼굴에는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작업 내내 서서 구부정하게 허리를 굽히고 몇 시간 동안 일을 하다 보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힘들다고 일을 중단하거나 요령을 부리는 이는 없었다. 일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평택 농가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기자 역시 평택에 대한 애정으로 오긴 했지만 산더미 같은 감자를 보고선 ‘하기 싫다, 일이 너무 많다’라는 생각을 잠깐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시도 쉬지 않고 일하는 도청 공무원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절대 작업을 게을리 할 수 없었다.
현재 많은 농가들이 일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평택지역은 메르스라는 질병이 퍼진 곳으로 알려지다 보니 사람들이 평택 방문을 꺼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들은 평택 농민들에게 직격탄이 되었다.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서 메르스 때문에 더더욱 일손을 구하기 어렵게 된 것.
이런 상황에 경기도청과 평택시청 공무원들이 평택의 농민들을 위해 직접 평택을 방문, 자원봉사를 한다는 것은 주위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해보였다. 이러한 소중한 기회에 동참할 수 있어서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