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위권으로 도약하며 국제사회에서 한국경제의 위상이 점차 커지고 있지만 사회의 한 켠에서 소외받는 사람들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특히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경우에는 스스로 생활을 해 나가기가 어렵기 때문에 보통 시설에 위탁되어 관리를 받는 경우가 많다.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에 위치한 엘리엘동산. ⓒ 김성훈 기자
1999년 설립된 엘리엘동산은 생활에 불편함을 겪는 장애인들의 재활 및 보호를 맡고 있는 시설이다. 이곳은 장애인생활시설 전국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16년이라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타 장애인거주시설의 모범이 되고 있다. 특히 단순 재활 등의 치료뿐만 아니라 장애인들이 자발적으로 그룹을 만들어 공연도 하고 직업훈련을 받는 등 다양한 사회활동이 이뤄지는 일종의 생활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그런 엘리엘동산에 반가운 변화가 생겼다. 경기도가 추진 중인 디자인 나눔 프로젝트 중 사회복지시설 환경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엘리엘동산의 복도, 천정 등의 페인트를 새롭게 칠한 것.
페인트 봉사 전 설명을 듣는 대학생 자원봉사자들. ⓒ 김성훈 기자
지난 26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의 엘리엘동산에서 이뤄진 작업에는 도 공공디자인팀, (주)노루페인트 직원들과 ‘경기도 벽화 창작단’의 대학생 자원봉사자 14명이 참여했다.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중심이 된 이날 작업은 시설 내부 도색이 벗겨진 곳이나 곰팡이 등으로 변색이 일어난 부분을 페인트로 새롭게 도색하며 오후 늦게까지 계속됐다.
작업에 사용된 페인트는 노루페인트에서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으로 제공했다. ⓒ 김성훈 기자
이날 도색작업에는 약 72리터에 달하는 페인트와 도색장비가 사용됐는데 이 물품들은 모두 노루페인트에서 CSR(사회공헌사업)의 일환으로 제공해왔다. 노루페인트 마케팅팀 지남철 과장은 “경기도청과 MOU 형식으로 사회공헌 활동에 필요한 물품을 제공해 왔으며 다른 지역의 벽화마을, 달동네 개선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 벽화 창작단’의 권태욱 팀장과 배나희 팀원. ⓒ 김성훈 기자
이날 환경개선 활동에는 노루페인트, 경기복지재단 등 많은 단체들의 도움이 있었지만 실제로 도색을 하고 시설의 환경을 바꾸는 데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은 대학생 봉사자들이었다. 남서울대, 청주대 학생들로 구성된 ‘경기도 벽화 창작단’의 권태욱(남서울대 광고홍보학과) 팀장은 “시각디자인과, 광고과 등 다양한 전공의 학생이 모여 의미 있는 활동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벽화, 페인트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사전 도색작업 중인 자원봉사자들. ⓒ 김성훈 기자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겼고 엘리엘동산의 박춘화 원장도 학생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아낌없이 전했다.
작업에 열중하는 봉사자들. ⓒ 김성훈 기자
과거에는 기업이나 지자체에서 운영기금이나 시설물 기증 등 주로 물질적인 방법을 통해 복지시설을 지원했지만 최근에는 이처럼 시설 내부의 페인트 도색이나 벽화를 그리는 재능기부 형식의 사회공헌활동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교실을 벗어나 직접 세상을 경험하며 의미 있는 일을 하고자 하는 젊은 대학생들의 열정과 이를 지원하는 기업, 지자체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또한 이 같은 활동은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의 정서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작업 참가자들이 도색작업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김성훈 기자
지난 2013년 처음 시작된 경기도의 디자인 나눔 프로젝트는 해를 거듭하며 그 대상과 참가자들이 확대되고 있다. 이들의 활동을 통해 보다 많은 소외계층의 생활환경이 개선되고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