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영 행정1부지사 ⓒ 신승희 기자
“제가 쉰일곱 개 위원회의 위원장입니다. 내부에서 끊임없이 각종 회의가 열리고 그 회의들을 주재해야 해요. 어제 같은 경우 징계위원회가 열렸는데 오후 6시, 7시가 넘도록 회의가 계속됐어요. 그렇게 회의를 한 번 할 때마다 녹초가 됩니다.”
도지사가 공식적인 대외 업무를 관장한다면, 박수영(51)행정1부지사는 꼼꼼한 안방살림으로 내조하는 이른바 ‘안방마님’이다. 그러나 분주함은 여느 단체장 못지않다. 요즘엔 경기도 메르스종합관리대책본부 행정지원 부본부장으로 더욱 바쁜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Q 경기도 메르스종합관리대책본부 행정지원 부본부장을 맡고 계십니다. 주요 업무 및 역할은?
A 중앙부처 및 시·군, 유관기관과의 협조를 비롯해 언론대응과 각종 인력 투입, 예산지원, 긴급생계지원등 행정 전반에 관한 사항을 맡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메르스 상황 종결 시까지 행정지원 부본부장으로서도 감염병관리본부와 함께 긴급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경제적 피해를 겪고 있는 지역에 대한 행정지원과 메르스 대응에 동참하고 있는 의료기관 및 의료인들의 지원을 위한 메르스 행정지원의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겠습니다.
Q 경기도의 메르스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칭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기도 메르스 대응 및 위기관리 대책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A 경기도는 발병 초기부터 24시간 비상대책상황실을 운영하며 비상근무체계를 유지해왔습니다. 또한 6월 8일 경기도 메르스 종합관리대책본부를 도지사와 교육감 공동본부장체제로 격상시키고 분야별 4개 부본부장 체계로 기구를 확대해 행정1부지사인 제가 행정지원 부본부장을, 사회통합부지사는 방역대책 부본부장을, 교육청 1부교육감이 교육안전 부본부장, 재난안전본부장이 안전 부본부장을 맡는 등 경기도 메르스 방역과 행정적 지원 자원분배, 학교 관련 등 메르스 예방과 확산방지를 위한 공동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공동대책본부 격상을 통해 메르스 조기해결을 위한 정보공유, 유관기관 협력에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도와 시·군 간 공조체제도 강화했습니다. 경기도는 모든 유관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메르스 대책 공동전선을 형성하고 있으며 문재인, 김무성 여야 대표와의 회담, 중앙 및 교육청, 도의회, 보건의료계 협약 및 민관 의료네트워크를 구성했습니다. 특히 일찌감치 민관협력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도내 도립 및 민간 대형병원과 힘을 모아 출범한 경기도 메르스 치료 민-관 네트워크는 지역사회 감염 예방과 확산 방지에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저는 행정1부지사로서 메르스 여파로 지역경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평택 등의 현장을 방문하며, 도민들이 호소하는 어려움을 공유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행정적 지원을 모색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Q 최근 직원들과 평택지역 농가를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셨습니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A 농가, 상가, 식당 등을 두루 둘러보고 왔습니다. 메르스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평택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뜸한 상황입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 상가의 3분의 1 정도가 문을 닫은 상태였습니다. 한 상인은 저를 붙잡고 12일째 손님이 하나도 없다며 월세 낼 돈도 없다고 울먹이셨습니다. 평택은 메르스 진원지로 지목되면서 농가 일손 부족과 농산물 판매시장 위축에 가뭄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직원들과 한 블루베리 농장을 방문해 제초작업과 콩 심기, 블루베리 수확 등을 도와드리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농민들이 현재 가장 우려하는 것은 본격적인 수확철임에도 수확에 나설 일손이 부족하고 또 힘들게 수확한 농산물을 찾는 소비자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블루베리는 일일이 사람 손으로 따야 하는데 일꾼들이 메르스 때문에 무섭다며 일하러 오질 않는답니다. 농산물과 메르스 전염은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평택에서 생산됐다는 이유만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고도 호소했습니다. 사전 주문자들이 대거 취소하면서 생산물량 처리에 곤란을 겪고 있는 농민들도 계셨습니다. 평택의 고통을 나누고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는 마음으로 이날 평택을 방문한 김에 평택 농산물을 구입해왔습니다. 수원에서 단체도시락을 주문해 가자는 직원들의 제안이 있었지만 제가 고집을 피워 점심식사도 평택의 한 식당에서 했습니다. 파리만 날리던 식당에 모처럼 단체손님이 들어서인지 사장님 얼굴에 웃음꽃이 피는 모습을 보며 작은 도움이라도 드릴 수 있어 기뻤습니다. 다시 한 번 거듭 강조하지만, 평택은 절대 위험한 도시가 아닙니다. 경기도민 여러분들도 평택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많이 애용해주시고, 위기를 함께 극복해나갈 수 있도록 응원해주시길 바랍니다.
박수영 행정1부지사 ⓒ 신승희 기자
6월 16일 오후 평택 통북전통시장을 찾은 박수영 행정1부지사가 시장상황을 확인하고 보건소, 소방서에 격려차 전달할 과일을 고르고 있다. ⓒ 경기도 아카이브
Q 경기사이버장터에서 평택지역 농특산물 특판행사가 열렸습니다. 도청 직원들을 대상으로 평택지역 농특산물 공동구매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반응이 어떻습니까?
A 경기사이버장터에서 6월 18일부터 일주일 동안 블루베리와 체리 등 평택 농특산물 특판행사를 열었습니다. 행사기간 동안 3천만원이 넘는 매출이 발생했으며 도청 직원게시판을 통해서는 블루베리와 체리, 삼색찹쌀, 완숙토마토 등 평택지역 생산 농산물 공동구매를 실시해 도청 직원들도 평택 농특산물 팔아주기 운동에 동참 중입니다. 도민과 도청 직원 모두 평택지역 살리기에 대한 공감대가 크게 형성되어 있고, 직원들 중 일부는 실제로 평택에 거주 중이거나 지인, 친인척 등이 거주하고 있어 이번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오는 7월부터 9월까지 도청 구내식당의 식자재 사용분 쌀 3백 포, 1천4백40만원 상당과 축산물 9백kg, 2천1백60만원 상당을 평택 농산물로 조달하기로 했습니다. 당초 7월로 예정돼 있던 평택 농특산물 판매 장터도 앞당겨 당장 이번 주말부터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경기도는 하나다’라는 마음으로 도내 시군 및 도 산하기관, 경기지방경찰청, 경기도교육청 등을 순회하며 피해지역 농산물 팔아주기 운동을 전개할 예정입니다.
Q 메르스가 장기화 되면서 평택지역 뿐만이 아닌 경기도 내 전역에서 같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경기도의 노력과 부지사님의 복안은 무엇인지?
A 경기도는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메르스 발생지역 소상공인, 전통시장, 중소기업, 의료기관 등에 경영안정자금 8백41억원을 즉각 투입했습니다. 또한 피해가 큰 지역에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경영 전문컨설턴트 11명으로 구성된 ‘방문 컨설팅팀’을 운영하여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메르스 확진자나 자가격리자 등 피해자에게는 자동차세, 재산세 등 지방세 납부기간을 연장해 가산금이 부과되지 않도록 조치했으며 메르스 확산으로 강제 휴업하는 등 사업에 큰 손실을 입은 병원 등에 대해서는 사업자 재산세를 6개월 이내에서 징수 유예하기로 했습니다. 이밖에도 메르스 피해자의 지방세 납부 지연에 따른 손실이 최소화되도록 취득세 등 신고세 기한 연장을 비롯해 각종 지방세 고지 유예, 분할 고지, 징수 유예, 체납액 징수 유예 등 각종 조치를 취할 예정입니다. 또한 중앙정부는 추경을 두고 여전히 논란 중이지만 경기도는 도의회와 협의를 거쳐 추가경정예산 조기편성을 결정했습니다. 이번 추경은 1조4천억원 규모로 메르스 피해자 지원사업,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지원, 서민 일자리 창출 사업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특히 6천억원은 평택을 포함한 각 시군에 배분할 예정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경기도의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행정1부지사로서 앞으로 경기도 행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경기도는 대한민국을 선도해나가는 곳입니다. 규모는 물론 실질적인 성과도 이를 증명해 보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당면 과제 중 하나인 일자리의 경우, 지난해 대한민국 일자리의 45%를 경기도가 만들었습니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는 55%, 4월에는 무려 73%의 일자리를 경기도가 창출해냈습니다. 그만큼 경기도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막중한 책임감도 뒤따릅니다. 앞으로 경제, 행정, 정치, 보건 등 전 분야에 걸쳐 경기도가 대한민국의 스탠더드를 만들고 선도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현재 도민들이 생각하는 가장 큰 고민은 먹고 사는 문제입니다. 가장 기초적인 먹고 사는 문제부터 경기도가 대한민국을 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그런 노력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판교 제2테크노밸리, 고양 K-컬처밸리, K-패션빌리지 등 경기도의 다양한 구상도 다같은 맥락입니다. 경기도가 삐끗하면 대한민국이 어려워진다는 생각으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가야 합니다.
6월 9일 오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메르스 치료 민-관 네트워크 출범 기자회견’에서 박수영 행정1부지사가 브리핑을 하고 있다. ⓒ 경기도 아카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