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안산시청에서 만난 임재문 안산시 총무계장은 “편지를 읽고서 생각을 많이 했는데, 사실 저는 (처음에) 일로만 생각했다”며 “사명감보다 이 사람들이 ‘한국에 갔더니 잘해주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듣기 싫어서, 그런 인상을 안 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 안산시청 제공
“이렇게 고맙게 생각할 줄 몰랐죠. 정말 보람이 있었습니다.”
최근 자녀의 결혼식 자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입국했던 중국동포 부부가 메르스 자가격리로 어려움을 겪던 상황에서 안산시의 도움을 받고, 안산시 담당 공무원에게 감사편지를 보냈다.
7일 오전 중국동포 부부의 어려움에 나섰던 안산시 안전행정국 임재문 총무계장을 만나기 위해 안산시청으로 향했다.
안산시 임재문 총무계장은 “편지를 읽고서 생각을 많이 했는데, 사실 저는 (처음에) 일로만 생각했다”며 “사명감보다 이 사람들이 ‘한국에 갔더니 잘해주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듣기 싫어서, 그런 인상을 안 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안산시에 거주한 중국동포로, 지난 3월 입국해서 자녀의 결혼식으로 6월 4일 출국예정이었으나 남편이 몸살 및 발열 등의 증상이 있어 단원보건소에 전화로 문의해서 객담 검사를 받은 후 5월 30일 자가격리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 부부의 자가격리가 끝나는 시점이 6월 12일까지로, 자녀의 결혼식이 있던 날이었다.
단원보건소를 통해 접수된 애로사항은 안산시 재난상황실에 보고돼 부시장 주재 안전행정국 주관회의에서 논의됐다. 사용이 어려워진 항공 티켓 환불 건과 생활안전지원 등에 대한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에 대해 임 계장은 “제일 어려운 게 비행기표를 여행사에서 환불받게 해주는 것이었다”며 “영업소 개념의 중국 여행사에서 구한 할인 티켓으로, 반환이나 환불이 안 되는 표였다”고 설명했다.
임 계장은 여러 차례 여행사에 전화로 문의했다. 휴일임에도 여행사로 전화를 해서 담당자로부터 중국회사에서 환불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문의한 지 4일 만이었다.
안산시는 자가격리 기간 동안 중국 동포부부에게 긴급생계비 69만 원(복지정책과 담당), 생필품·부식(단원보건소), 항공권 환불(총무과) 등을 지원했다.
임 계장은 중국동포 부부가 자가격리 기간에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제일 큰 것은 큰일이 있는데도 못 가는 것”이라며 “평소 제일 사랑하는 아들의 일생에 한 번 있는 결혼식에 못 가는 일”을 꼽았다. ⓒ 안산시청 제공
임 계장은 중국동포 부부가 자가격리 기간동안에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제일 큰 것은 큰일(아들 결혼식)이 있는데도 못 가는 것”이라며 “평소 제일 사랑하는 아들의 일생에 한 번 있는 결혼식에 못 가는 일”을 꼽았다.
“특히 이 시기는 자가격리자 도시락 배달 시행 전이기에 이들 부부는 자유롭지 못한 점보다 쌀과 부식, 생필품이 부족한 점이었다”고 임 계장은 설명했다.
중국동포 부부는 감사편지를 통해 ‘여러분들이 저희 부부 고초를 상세히 문의하시고 하루에도 몇십 통의 전화로 문제 해결책을 논의하시고 여러 부문에 전화해서 하나 하나씩 해결해 주었다’며 ‘세 차례에 걸쳐 저희들께 보내온 생활용품, 쌀, 기름, 여러 가지 야채, 과일, 돼지고기 등은 일생에서 제일 잊지 못하고 맛있는 음식이었다’고 전했다.
편지에는 또 안산시청 담당공무원 등 자신들에게 도움을 준 기관명, 담당자의 이름이 모두 기재됐다.
편지에서 가장 기억 남는 것에 대한 질문과 관련, 임 계장은 “(자가격리 기간 동안) 중국동포 부부가 돼지고기가 가장 먹고 싶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편지내용에 (안산시에서 지원해 준) 돼지고기를 맛있게 먹었다고 해서 그게 기억에 남는다”며 “자가격리 마지막날에 공보관실 직원들과 인사를 하기 위해 만나러 갔다. 나중에 공보관실에서 전해 받은 편지를 읽고 (이들의 마음이) 진심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임 계장은 이 소식이 여러 곳으로 알려지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임 계장은 “저를 개인적으로 돌아보게 된 일보다 민화식 안산시 안전행정국장님이 솔직히 자극이 됐다. 이분께 감사하다”며 “이렇게 잘되니 미안했다. 제가 주무계장인데 사실 자극제가 된 것은 맞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임 계장은 “그 다음으로 제종길 안산시장님이다. 밤 12시 반에 퇴근할 때 시청 현관에서 시장님을 두 번 뵀다”며 “제 말에 귀 기울여주셨던 시장님이 고마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