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1일부터 경기도박물관은 기증유물실 재개관 전시를 시작했다. 경기도박물관은 개관이래 현재까지 유물 기증을 받아 왔으며 그 귀중한 유물들은 전통 회화, 서예, 도자, 공예품 등으로, 폭넓은 시공간적 범위와 다양한 종류를 자랑한다.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경기 명가(名家)의 삶과 고유한 전통을 비롯하여 일제강점기 이후 근현대 경기인(京畿人)의 모습을 전반적으로 소개한다.
경기도의 유물 기증자들은 소중한 유물 전시를 통해 경기도박물관을 역사적, 문화적 가치로 꽉 차게 만들었고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현재를 보존해 후세에 전하는 박물관 기증의 새로운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기증유물실 전경 ⓒ 최지원 기자
기증유물실은 <기증유물, 그 새로운 이야기: 2010-2014>라는 테마로 2010년 이후 기증을 통해 박물관에 새로 입성하게 된 유물들을 소개한다. 전시는 1부 ‘조상에 예를 다하다`, 2부 `가문의 전통을 잇다`, 3부 `일제강점기를 전하다`, 4부 `현재를 보존하다`의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조상에 예를 다하다’의 기증유물들 ⓒ 최지원 기자
1부 ‘조상에 예를 다하다’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이장되는 조선시대 왕실 종친이나 사대부 묘역에서 출토된 자료들을 다수 기증받았다. 수년간의 보존, 복원 과정을 거쳐 박물관에 성스럽게 보관된 이 유물들은 당시의 생활문화상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안동김씨로 태어나 조선 태종, 세종 때 예조좌랑, 예문관직제학 등을 지낸 김진의 묘와 정조의 딸인 숙선옹주와 그의 남편이자 정조의 부마였던 홍현주 합장묘의 수습 유물이 대표적이다.
‘가문의 전통을 잇다‘의 기증유물. 남인 소속 집안의 계보(아래의 문서)와 나무 책장(위) ⓒ 최지원 기자
2부 ‘가문의 전통을 잇다’에서는 경기 명가(名家)에서 기증받은 유물을 선보인다. 용인이씨는 경기도의 사대부문화를 대표하는 명가 중의 하나이다. 용인이씨 부사공파 판관공 종회에서는 조선 후기의 대표적 문신인 이승호, 이재학, 이규현, 이돈상 등과 관련된 유물을 기증했고 충정공파 종회에서는 이세백, 이의현과 관련된 유물을 기증했다.
또한, 안성이씨 집안에서 기증한 간찰첩과 남구만 간찰을 포함해 해주오씨 종중에서 기증한 순암집, 정조 현판 등도 엿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를 전하다’의 기증유물들 ⓒ 최지원 기자
3부 ‘일제강점기를 전하다’에서는 가까운 과거지만 멀게 느껴지는 일제강점기의 생활상과 당시 지식인들의 학문상을 보여주는 기증유물들을 볼 수 있다. 기록과 사진으로 남은 것 이상으로 당시의 모습을 더욱 생생하게 반영하고 보여준다. 광주이씨 종중에서 소장했던 독립운동가 이수일 선생의 일생을 엿볼 수 있으며 1919년 결혼한 최상덕 선생과 그의 어머니 혼수품, 그리고 아버지가 사용하던 생활용품을 기증하였다.
일제강점기에는 광복군으로,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에는 국군으로 현대사를 이은 박영준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미션’을 수행한 사람이다.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위원 박찬익의 아들이었던 그의 자료에는 광복 이후 국군에 편입되어 수행한 활동, 집안의 가사와 관련한 각종 서류, 생활용품 등 근현대의 생활사에서 중요한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2호 매듭 기능보유자인 매듭장 김희진 선생의 작품은 매듭으로써 과거와 현대를 잇는 자료 중의 하나이다. 전통 공예의 현대적 활용 가능성을 발견함으로써 귀중한 자료로 남게 된 것이다.
경기도박물관 유물 기증자들의 이름 ⓒ 최지원 기자
‘기증’은 가보로 전해 내려오던 귀중한 물건을 기증함으로써 그 가치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지나간 역사를 담아내 전달한다. 이번 ‘기증유물실’ 재개관 전시는 한 개인의 역사, 더 나아가 과거의 시대역사를 그대로 지니고 있는 기증유물을 통해 지나간 역사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