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은 순간을 반영해야 한다. 너무 빠르거나 늦으면 소용없다.’
샤넬의 수석디자이너로 유명한 칼 라거펠드의 말이다. 패션디자이너로서 명성을 날리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옷이란 그들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인격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패션은 디자이너 외에도 대부분 사람들의 일상 속에 녹아들어 있다. 단순한 옷의 개념을 넘어 사람들 간의 화합과 축제로 변화되기도 한다. 그 예가 바로 여기 있다.
155팀 중 예선을 거쳐 20팀이 무대에 오른 경기가족패션쇼 현장. ⓒ 이주영 기자
지난 25일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 ‘2015 경기가족패션쇼’가 열렸다. 이날을 위해 155팀의 가족 지원자들이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그 중 20가족이 참가자격을 얻어 패션쇼 무대를 장식하게 됐다. 평범한 가정부터 다자녀가정, 다문화가정, 대가족까지 선별은 폭 넓게 이뤄졌다.
패션쇼장에는 다양한 연령대외 다양한 인종의 참석자들을 비롯해 이기우 경기도 사회통합부지사와 송광석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지회 회장, 이금자 경기여성단체협의회장 등의 내빈들도 참석했다. 또한 한국패션디자인직업전문학교의 김신우 학장 및 4명의 관계자가 심사를 맡아주었다.
이 부지사, “이 행사만큼 의미있는 일 없을 것”
이날 패션쇼는 이천시 어린이합창단의 공연으로 막을 올렸다. 어린이들로 이뤄진 합창단이었지만 공연 내내 사뭇 진지하고 웅장한 분위기였다. 이후 인구보건복지협회 송광석 경기지회장이 인사말을 전했다. 그는 “오늘이 가장 아름답고 소중하고 행복한 행사가 될 것”이라며 “이 행사는 당초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경기맘 D라인 패션쇼로 불렸다. D라인이 빠져서 어색하다. 그러나 D라인은 정말 자랑스러운 모습이다. 내년에도 많은 D라인 엄마들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기우 사회통합부지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 이주영 기자
이기우 사회통합부지사는 “이것만큼 의미있는 행사가 없을 것”이라며 “현재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2명으로 미래의 국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압박 때문에 힘들어하는 가정을 위해 여러 정책을 마련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런웨이에서 만큼은 모델처럼 당당하게
총 20팀으로 이뤄진 이번 참가자들은 각자 다양한 사연을 들고 왔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한 무대 그리고 늦둥이를 갖게 된 가족의 무대까지 이들의 등장은 관객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패션쇼의 시작은 화성에서 온 주인정 씨 가족이 장식했다. 주인정 씨 가족은 “친정아버지의 편찮으신 몸 때문에 가정에 힘을 북돋아 주기 위해 참석했다”고 동기를 밝혔다. 뒤이어 10년 만에 생긴 셋째와의 추억을 위해 참석한 허혜경 씨 가족(광명), 3대를 화목하게 만들어준 딸과 그 딸을 길러준 부모님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로 참석했다는 김희영 씨 가족(광주) 등 다양한 가족들의 무대가 이어졌다.
아이의 존재로 가정에 변화가 올 수 있음을 알리기 위해 참석한 김동혁 씨 가족(군포)은 아내가 성악 솜씨를 뽐내 관중의 환호를 이끌어냈으며, 가족에게 미안한 감정을 털어버리기 위해 참석했다는 이병호 씨 가족(평택)은 우스꽝스러운 분장으로 객석과 심사위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윤현정 씨 가족(포천)은 미군 출신 남편에게 한국에서의 좋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었다며 참가이유를 밝혔으며 남편의 여자형제들이 함께 무대를 장식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윤현정 씨 가족은 쉬는 시간에 남편의 가족들이 영상편지를 보내 눈길을 끌었다.
박은정 씨 가족(수원)의 경우 부족했던 요리솜씨 때문에 겪었던 에피소드를 재구성해 무대에서 선보였고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의 가정을 이루기까지 한결같은 사랑을 가지고 있다는 조은진 씨 가족(성남)은 알라딘을 연상케 하는 퍼포먼스로 시선을 끌었다.
가장 많은 가족이 참석한 김영표 씨 가족(수원)은 올해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위해 무대를 준비했다고 밝혀 관객들의 코끝을 찡하게 만들었다. 세 딸을 키우느라 고생하신 어머니를 위해 참석했다는 정성희 씨 가족(수원)과 반복된 생활의 활기를 찾기 위해 참석한 임아리 씨 가족(화성)을 끝으로 1부 순서가 마무리됐다.
개그맨 오지헌 가족이 특별출연해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 이주영 기자
10분간의 쉬는 시간 후 2부는 개그맨 양선일, 오지헌 가족의 특별무대로 막을 올렸다. 이어서 작년 대상 팀인 정경일 씨 가족과 포토제닉을 수상한 김재형 씨 가족 그리고 올해 다자녀모범가정상을 수상한 김연숙 씨 가족이 멋진 무대를 선보였다.
그 뒤로 우즈벡에서 온 여성과 결혼해 좋은 추억을 만들고자 온 김정우 씨 가족(평택)과 40대에 아이를 낳아 많은 걸 알려주고자 참석했다는 김현숙 씨 가족(군포) 등 다양한 가족들이 무대를 꾸몄다. 모든 무대가 마무리되고 심사위원들의 점수가 집계되는 동안 축하공연으로 뮤지컬 갈라쇼가 이어졌다.
화려한 무대의 끝 그리고 수상의 영광
대망의 시상식을 앞두고 심사위원장인 한국패션디자인직업전문학교의 김신우 학장은 “예선전보다 보완된 모습을 보여주어서 좋았다”며 “퍼포먼스 50점, 창의성에 30점, 참가 동기에 20점으로 도합 100점으로 채점했다”고 패션쇼 관람 소감과 점수기준을 설명했다.
이어진 시상식에서는 행복웃음 가족, 센스맵시 가족, 열정가득 가족, 천생연분 가족, 천사미소 가족 등 가족상을 참가자 전원에게 수여하고 인기상, 퍼포먼스상, 포토제닉상, 워킹상 그리고 대상 순으로 시상했다. 인기상은 과거 학창시절을 연상케 한 이진희 씨 가족(화성), 퍼포먼스상은 정성희 씨 가족(수원), 포토제닉상은 주인정 씨 가족(화성), 워킹상은 윤현정 씨 가족(포천)이 수상했다. 영예의 대상은 가장 많은 가족이 참석했던 김영표 씨 가족(수원)이 수상했다.
대상을 수상한 김영표 씨 가족(수원)이 기뻐하고 있다. ⓒ 이주영 기자
이날 박정란 경기도 여성가족국장은 “어떤 패션쇼보다 훌륭한 패션쇼였다”며 “많은 가족들이 참석해서 좋았다. 이후에도 더 많은 가족들이 참석했으면 좋겠다”고 끝인사를 전했다.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출산장려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범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