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끽연과 금연이 공존하는 흡연구역 이야기](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507/20150727150139041751118.jpg)
끽연과 금연이 공존하는 흡연구역 이야기 ⓒ 강현욱 기자
우리는 ‘금연’을 권하는, 금연을 미덕으로 여기는 시대에 살고 있다. 담뱃값은 2배 이상 올랐고 흡연구역이나 흡연부스가 아닌 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될 경우 5만~1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무엇보다 흡연자 곁을 지나는 비흡연자들의 따가운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각 가정에는 커다란 유리 재떨이가 하나쯤은 기본으로 있었고 안방에서 담배를 피우시는 아버지의 모습도 낯선 풍경이 아니었다. 버스 안, 결혼식장, 심지어 학교 교무실에서도 흡연자들은 익숙하게 담배를 꺼내 물었고 이를 제지하거나 손가락질하는 이는 없었다.
이렇게 우리 사회에 깊숙이, 오랜 기간 뿌리 내리고 있던 흡연문화를 국민의 건강을 지킨다는 취지의 금연운동으로 일순간에 덮어버리고 내몰아도 되는 것일까? 흡연자들이 담배를 즐길 수 있는 끽연권은 금연권보다 후순위일까?
최근 이 같은 문제에 공감하고 금연구역 확대와 더불어 흡연구역의 인프라도 적절히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흡연자들이 끽연할 권리를 지키면서 비흡연자들이 간접흡연을 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스모커스 폴(Smokers pole)’ 운동이다.
![끽연과 금연이 공존하는 흡연구역 이야기](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507/20150727150139059329604.jpg)
끽연과 금연이 공존하는 흡연구역 이야기 ⓒ 강현욱 기자
눈치 보지 않고 담배 피우며 금연 경각심 높여
경기도는 LOUD 캠페인 스모커스 폴 운동에 동참, 지난 7월 11일 경기도청사 내 11곳과 도의회 3곳 등 총 14곳에 스모커스 폴을 설치하고 올바른 금연문화 확산에 힘쓰고 있다. 스모커스 폴은 기존의 흡연구역에 노란색 페인트로 흡연구역 지정선을 만들어 흡연구역을 명확히 규정한다. 이 노란 선 안은 흡연자들이 모여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공간으로, 비흡연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정해진 곳에서만 담배를 피우자는 의미다. 흡연구역을 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비흡연자들은 간접흡연을 피할 권리를 보호받게 됐고 흡연자들은 불필요한 사회 갈등에서 자유롭게 됐다.
흡연구역 지정선인 노란 선 위에는 ‘X1.5’라는 숫자를 새겼다. 노란 선으로 둘러싸인 중앙에는 담배꽁초 수거함을 세우고 앞면에는 ‘X1.5’, ‘X13’, ‘85%’를, 뒷면에는 ‘1544-9030’을 적어 넣었다.
간접흡연 시 폐암 발병률은 비흡연자의 1.5배, 흡연자의 폐암 발병률은 비흡연자의 13배이며 폐암 환자의 85%가 직·간접 흡연자라는 의미이다. 뒷면의 숫자는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금연상담 전화번호(1544-9030)이다. 이로 인해 스모커스 폴은 흡연공간이면서 동시에 금연 캠페인의 무대가 되고 있다.
시행 초기 단계인 현재 경기도청 스모커스 폴을 이용하는 흡연자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A씨는 “담배를 피우러 올 때마다 흡연으로 인한 피해를 숫자로 표현해놓은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다 보니 금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금연 의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또 다른 흡연자 B씨는 “흡연구역을 뜻하는 노란색 선이 그어지고 난 뒤 선 밖으로 벗어나면 안 된다는 압박감이 생긴다”며 “그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 간접흡연의 가해자가 되고 있었던 것을 막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익숙하지 않은 문화에 대한 볼멘소리도 있다. C씨는 “담배꽁초 수거함의 투입구가 작아 꽁초를 버릴 때마다 특별히 신경 써서 버려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담배꽁초가 여기저기 나뒹굴지 않고 깔끔하게 수거돼 미관상 보기 좋다”며 “곧 적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담배는 커피나 술처럼 기호식품 중 하나이고 따라서 흡연은 개인의 선택사항이지만, 타인에 대한 배려가 기본이 돼야 하는 행위이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올바른 흡연문화와 자연스러운 금연 캠페인의 정착, 정반대 성향을 띠는 두 문화의 기묘한 동거(?)가 경기도청 스모커스 폴에서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