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국인 안중근’ 안중근의 발자취가 새겨진 부조벽화로, 안중근공원에 있다. ⓒ 최현민 기자
1945년 8월 15일, 지난 35년간의 암흑과도 같았던 일제강점기가 끝났다. 일제는 항복의 의미로 두 손을 들었고, 우리는 해방의 기쁨에 두 손을 높이 흔들었다. 그 때의 감동은 여전히 우리 국민의 가슴을 벅차오르게 하고, 매년 8월 15일은 누구에게나 좋은 날, 기쁜 날이다. 특히 오는 15일엔 광복 70주년을 맞는다. 이를 기념하여 우리의 자랑스러운 독립투사를 만날 수 있는 곳, 부천 안중근공원을 소개한다.
기자는 지난 7일 안중근공원을 찾았다. 안중근공원은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 위치한 공원이다. 원래는 중동공원으로 불렸으나 부천시는 지난 2009년, 안중근 의사 의거일인 10월 26일에 중국 하얼빈에서 반입된 안중근 의사의 동상을 옮겨오면서 안중근공원으로 변경해 역사체험공원으로 조성했다.
동상이 반입된 후 10여 곳의 대학, 지자체에서 동상유치를 희망했으나 하얼빈시와 자매 도시인 부천시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어 동상을 가져올 수 있었다.
치열한 경쟁 끝에 부천시가 가져온 안중근 동상. 아직도 그가 우리 곁을 지켜주는 것만 같다. ⓒ 최현민 기자
동상만 옮겨와서 안중근공원으로 부른 것은 아니다. 동상 근처에는 안중근의 발자취를 굵직굵직한 업적 위주로 새긴 부조벽화가 있다. 공원 곳곳에는 안중근 의사의 어록을 담거나 유묵(遺墨 : 살아있을 때 남긴 글이나 그림)을 본떠 새긴 비석이 많다.
‘위국헌신군인본분’ ‘나라 위해 몸 바침은 군인의 본분이다’라는 뜻으로, 안중근 의사 유묵 중 하나인 보물 제569-23호에 쓰여 있다. ⓒ 최현민 기자
이렇게 공원 곳곳에 위치한 상징물들을 보고만 있어도, 한국인으로서 뭔가 가슴 뜨거워짐을 느낄 수 있다. 도심에 위치하여(7호선 부천시청역에서 도보 3분 거리) 접근성이 좋다는 점에서 광복절을 맞아 가볍게 찾을 수 있는 역사교육 현장으로도 제격이다.
‘저격수 안중근’ 총을 겨누는 그의 모습은 보고만 있어도 든든하다. ⓒ 최현민 기자
안중근공원은 그렇다고 역사적 내용만을 담고 있는 공간은 아니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도 있고, 햇볕이 이글거리는 시간대에는 바닥에서 분수가 뿜어져 나와 열기를 식힌다.
안중근 공원 바닥에 설치된 분수가 한여름 더위를 식히고 있다. ⓒ 최현민 기자
1주에 3~4번 정도 이곳을 지난다는 박다혜(15, 부천시) 양은, “안중근공원에는 우리 민족의 아픔도 어느 정도 새겨져 있는 것 같다”며,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이 그냥 지나가지만 말고 비석 같은 것들을 자세히 좀 봐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독립투사들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독립투사들이 용감하다고 생각하며 또한 그들이 자랑스럽다. 한편으론 조금 미안하기도 하다.”면서 그들의 희생정신을 기렸다.
이렇게 공원을 지나며 그 의미를 되새기는 시민도 있는 반면, 꼭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부천 시내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한 고등학생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약 1년 전부터 이곳을 꾸준히 지나다녔지만 상징물을 자세히 보거나 한 적은 없다”고 말하며 머쓱해 했다.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을 상대로 “현재 본인이 지나고 있는 공원의 이름을 아느냐”고 질문하자, 모든 시민들은 “안중근공원”이라고 정확히 답했다. 주변에 학원이나 쇼핑센터가 많이 위치한 덕분에 이곳을 통해 이동하는 시민이 많은데, 그러면서 그 많은 시민들이 상징물을 자세히 들여다보진 않더라도 저절로 ‘안중근’이라는 이름을 한 번씩 떠올려 보게 되곤 하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이 공원은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은 대부분의 시민들이 이 공원이 안중근공원이라는 사실은 알지만, 공원을 그저 지나가는 길로만 생각할 뿐 그 안에 조성된 다양한 비석이나 상징물들은 관심을 갖고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안중근’이라는 이름은 알지만 정작 중요한 역사적 사실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년도를 잘 모르거나, 안중근의 업적을 대충은 알고 있지만 정확히는 모르는 시민도 있었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
신채호 선생의 말이다. 광복을 맞이한 지 70년이 되었지만 우리 민족이 걸어온 발자취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없다면, 우린 다시 한 번 아픈 역사를 또 쓰게 될지 모른다.
경기도에는 부천 안중근공원을 비롯하여, 김포 독립운동기념관, 화성 제암리 3.1운동 순국기념관 등 광복절을 맞아 찾아가볼 만한 기념시설이 많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모두 가까운 기념시설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