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제 정책과 별개로 지자체 차원의 경제민주화를 해낸다는 것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지난 10일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 진행된 경제민주화 포럼에서 김준현 경기도의회 의원이 논의 중 언급한 내용이다. 그의 발언대로 중산층의 약화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요즘 실정에 지자체 차원에서 경제민주화를 꿈꾸는 것은 정말 말 그대로 ‘꿈’ 같은 얘기일지도 모른다. 대기업 중심의 기업문화와 심각한 소득 양극화로 야기된 한국 경제의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이날 경기도는 경제민주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과 실천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자 경제민주화 포럼을 열고 그 노력의 일환으로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1층에 경기도 불공정거래 상담센터를 개소했다.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경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조심스러우면서도 상당히 과감한 도전이다. 경제 민주화를 해내려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경제민주화 포럼에서 기조발제를 통해 “이번 일을 통해 공정거래를 위해 경기도가 할 수 있는 좀 더 실질적인 조치들을 취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경기도의회와 집행부가 중앙 공정거래위원회와 협력하여 경제민주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남 지사는 소득 양극화의 근저에는 대-중소기업 간 격차가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는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참석자들 앞에서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 경기도 제공
그렇다면 경제민주화의 정의는 무엇일까? 김문식 공정거래위원회 서기관은 경제민주화를 ‘누구나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고, 정당한 활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는 경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즉, 경제민주화라는 말의 핵심에는 ‘공정 거래’가 있다는 의미다. 물론 지자체 차원의 정책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남 지사는 “경제민주화는 중앙정부의 정책이며 지방은 관련 법률이 지정한 업무를 대행한다는 소극적인 자세로부터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럼 현장에 모인 전문가들도 입을 모아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경기도 경제민주화 포럼에서 토론자들의 발언을 경청 중인 참석자들. ⓒ 하수현 기자
이날 문을 연 경기도 불공정거래 상담센터 개소식에는 남 지사를 비롯해 강득구 경기도의회 의장, 송한준 도의원, 김준현 도의원 등 여러 내빈들이 참석해 축하의 뜻을 전했다. 앞으로 이곳에서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겪는 각종 불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담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이 추진될 예정이다. 경기도는 불공정거래 상담센터가 경제민주화에 한 걸음 다가서는 초석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기도 불공정거래 상담센터 개소식에서 남 지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 허필은 기자
그러나 경제민주화를 향한 노력이 더욱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정책당국이 보다 섬세해져야 한다. 정책이 마련돼 있어도 사실상 약자인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보복을 우려해 신고를 기피하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정책당국은 불공정거래 제보자나 신고자에 대한 보호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또 대기업으로부터 보복의 우려는 없는지 살펴야 한다. 김문식 공정위 서기관은 이에 대해 “익명제보센터 및 대리 제보센터의 설치를 확대하고 보복조치 금지 요건의 확대, 신고포상금제 도입 등 다양한 정책도 지방정부의 경제민주화 임무 및 역할”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매우 중요한 과제인 만큼 결코 서둘러 행동해선 안 된다. 경기도의 도전이 조심스러우면서도 과감한 이유는 자칫 대기업으로 하여금 반발심이 조성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김영욱 한국금융연구원 상근자문위원은 “대기업을 징벌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단계적으로 정책을 추진하여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기도는 경제민주화 실현이라는 일념 하에 또 한 번 지자체 차원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창출하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불공정거래 상담센터의 개소를 시작으로 관련 법률 개정 등 앞으로 더 많은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는 분명 여러 이해관계 속에 많은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다. 그러나 도민들과 해당 분야 전문가, 마지막으로 경기도가 함께 힘을 합친다면 경제민주화라는 목표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