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는 ‘분단과 경계를 넘어 : 초국경의 부상과 새로운 통일 방향’을 주제로 국제학술회의가 열렸다. 경기도와 신한대학교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하는 이번 학술회의는 고착화된 한반도 분단 해결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했다.
행사에는 김희겸 경기도 행정2부지사, 김병옥 신한대학교 총장이 자리한 가운데 권헌익 영국 캠브리지대학교 트리니티칼리지 석좌교수, 김학재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동아시아대학원 연구원, 데이비드 뉴먼 이스라엘 벤구리온대학교 인류사회과학연구소장, 이와시타 아키히로 일본 홋카이도대학교 교수 등 국내외 저명한 석학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정의화 국회의장도 참석해 정부에서도 이번 국제학술회의를 주목하고 있음을 알렸다.
김 부지사, “남북 통일의 선결과제는 화합과 신뢰 회복” 강조
김희겸 경기도 행정2부지사가 국제학술회의의 의의를 강조하며 개회사를 전하고 있다. ⓒ 경기도 제공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대신해 참석한 김 부지사는 개회사를 통해 이번 국제학술회의의 중요성을 시사했다. 김 부지사는 “분단 70년을 맞이한 올해 열린 이번 국제학술회의는 의미 있는 자리”라며 통일을 고민하는 장이 열린 것을 환영했다. 이어 “통일의 선결과제는 화합과 신뢰의 회복”이라고 강조하며 “좋지 않은 관계에서도 남북한 간 우정을 나누었던 제2회 평양 국제유소년 축구대회와 같이 경기도는 남과 북의 공존을 체계적이고 중장기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 부지사는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부족한 점을 지적하며 “한반도의 새로운 통일 방안에 대한 다양하고 깊은 논의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 또한 통일의 전망이 더욱 멀어졌음을 안타까워했다. 김 총장은 환영사에서 “평화와 공존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조건에서부터 시작한다”며 학술회의가 평화와 공존을 탐색하는 좋은 기회임을 역설했다. 이어 “이번 학술회의로 좋은 결과가 도출되었으면 한다”고 전한 김 총장은 “학술회의를 공동으로 주최한 경기도에 감사하다”고 마무리했다.
과거 신경외과의사였던 정 의장은 한반도를 ‘반신불수 상태’로 진단했다. 정 의장은 “북한 동포에 대한 사랑과 서로 간의 용서와 화해를 통한 교류로 반신불수 상태의 한반도를 온전한 상태로 돌리는 것이 소원”이라고 밝히며 통일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어 “산업화와 민주화는 분단 아래에서는 미완성으로 남아 있다”고 말한 정 의장은 “평화와 통일은 소망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전해 국제학술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이 도출돼야함을 강조했다.
휴전선보다 사회적, 문화적 경계를 극복할 때
개회식 이후에는 경계와 통일에 대한 국내외 석학들의 심오한 학술적 탐색이 이뤄졌다. 기조강연을 맡은 뉴먼 소장은 ‘경계연구의 르네상스와 21세기 경계의 새로운 의미’를 주제로 한반도 통일의 가능성을 고찰했다. 뉴먼 소장은 강연에서 현재 경계에 대한 세계적 추세를 ‘초국경 지역의 발달’과 ‘폐쇄성’이라고 지적했다. 물리적인 경계가 사실상 무의미해지는 현상과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심화된 집단의 배타성을 꼽은 것이다. 뉴먼 소장은 “물리적이고 불변하던 경계가 정서적이고 변하는 경계로 그 의미를 바꾸었다”고 설명했다.
뉴먼 소장의 기조강연은 통일을 위해서는 물리적 경계인 휴전선을 제거하는 것보다 정서적인 경계를 우선적으로 제거해야함을 시사한다. 정서적인 경계는 가변적이므로 정서적 차이를 유발하는 사회적, 문화적 경계를 극복한다면 통일은 더욱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뉴먼 소장은 “국경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풀뿌리 교류는 접경지대의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하며 통일의 가능성을 탐색했다.
기조강연과 더불어 이번 국제학술회의는 다양한 소주제로 진행됐다. ▲세션1부 : 경계의 역사성과 다층성 ▲세션2부 : 경계넘기의 전지구적 양상들 ▲세션3부 : 한반도를 둘러싼 경계의 역동성 ▲세션4부 : 경계의 공간성과 재현 등 국내외 석학들은 경계와 한반도 분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논의를 진행했다.
연결의 시대, 소통의 시대, 통섭의 시대 속 분단의 한반도
연결, 소통, 통섭의 시대에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과 경계를 가지고 있다. ⓒ 허필은 기자
21세기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모두 분단과는 거리가 멀다. 경제에서는 연결경제가 급부상하고 있고 정치에서는 시종일관 소통이 중요시되고 있다. 심지어 가장 폐쇄적인 영역인 순수학문도 다른 학문과의 학제적인 연구를 통해 통섭을 실천하는 중이다. 이러한 시대에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을 키워드로 안고 있다. 진정한 21세기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분단을 극복해야 하며, 그런 점에서 시대적 요구에 맞춰 열린 이번 국제학술회의는 그 상징성이 강하다.
‘분단과 경계를 넘어 : 초국경의 부상과 새로운 통일 방향’을 주제로 열린 국제학술회의는 8일 세션3부와 세션4부, 뉴먼 소장을 비롯한 석학들의 열린 토론을 마지막으로 한반도 통일을 위한 담론의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