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를 보면 취미와 특기를 쓰는 칸이 있다. 그냥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쓰면 되는 칸이다. 취미야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자신이 즐기는 것이기에 그다지 고민할 필요가 없지만 특기의 경우 자신이 잘하는 것을 쓰는 칸이기에 고민이 된다.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잘 하는지도 잘 모르고 또한 뭘 잘 해야 할지 고민해야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기자가 중학교에 재학 중일 당시 처음으로 ‘방과후 특기적성교실’이라는 말을 들었다. 사물놀이, 종이접기, 밴드, 물로켓, 체육 등 다양한 특기적성교실이 구성됐지만 제대로 운영된 것은 거의 없었다. 그마저도 고등학교를 올라가니 ‘방과후 수업’으로 대체되었다.
아마 대부분의 대한민국 학생들이 기자의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학교 다니고 공부하다보니 마땅한 특기가 없다. 이런 특기 없는 시대에 특기적성을 갈고 닦는 희망찬 아이들의 축제가 있다. 바로 ‘2015 지역아동센터 특기적성 페스티벌’이다
합창하는 어린이들의 모습. 목소리조차 순수하다. ⓒ 원종현 기자
지난 9일 수원시 장안구민회관 한누리아트홀에서 지역아동센터가 모여 축제를 벌였다. 지역아동센터는 학습, 놀이, 급식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여 방과 후 돌봄 기능을 강화하고 출산율 제고를 위해 시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각 지역아동센터마다 미술, 음악, 체육 등 예체능 특기강사를 파견해 아동들을 교육하고 있으며 이날 축제는 이러한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네일아트부스에서 네일아트를 받고 있는 어린이. ⓒ 원종현 기자
개회식과 발표회를 시작하기 전 행사장 밖에서는 체험부스가 운영됐다. 페이스페인팅, 네일아트 등 다양한 체험부스를 해당 특기를 가진 학생들이 직접 운영했는데 뛰어난 실력에 과연 ‘특기’라고 말할 만 했다. 특히 이날 요리부스에서는 참가자들에게 김밥을 나눠주고 생과일 타르트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다양한 체험부스를 즐기다보니 어느덧 개회식이 진행됐다. 개회식에서는 간단한 인사말과 사업보고가 이어졌다. 사업보고에 따르면 경기남부 지역에 파견된 71명의 강사들이 126개 센터에서 2000여명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대부분의 센터가 악기, 합창, 밴드, 악단 등의 음악분야를 주력으로 특기활동을 하고 있고 댄스, 체육, 연극 등의 분야가 뒤를 이었다.
학생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었다. ‘특기적성수업이 즐거웠는가?’라는 질문에 10명 중 9명이 ‘즐거웠다’라고 답했으며, 특히 수업에 대한 만족도와 자신감 향상에 도움이 되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영광의 ‘빛나는 으뜸상’을 수상한 평택 비전스쿨팀. ⓒ 원종현 기자
경기남부 11개의 지역아동센터가 참여한 발표회는 방송댄스, 연극, 합창, 악기연주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다. 모든 팀이 도저히 어린나이라고 믿기지 않는 뛰어난 공연을 펼쳤고 11개팀 모두 ‘무한한 잠재력상’을 수상했다. 그중에서도 신나는 아이돌 음악으로 뛰어난 춤 실력을 보여줬던 성남 에덴팀은 ‘한마음 어울림상’을 수상했고 아이유의 노래를 통기타와 악기로 연주하며 노래했던 평택 비전스쿨팀은 ‘빛나는 으뜸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화끈한 아이돌 댄스로 ‘한마음 어울림상’을 수상한 성남 에덴팀. ⓒ 원종현 기자
이날 행사에 참석한 경기도 여성가족국 박정란 국장은 “상을 못 받은 팀들도 힘든 예선을 거쳐 올라온 최고의 팀들이기에 실망할 필요 없다”며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키우고 페스티벌을 통해 더 큰 꿈을 키웠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특기적성 페스티벌을 취재하며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가 어렸을 때는 학원에 다니기 바빴다. 마땅히 특기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 또 생각할 사회 분위기도 아니었다. 기자는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며 자신의 특기를 개발하는 어린친구들을 보며 부러움과 동시에 경기도의 희망을 보았다. 이들은 적어도 자기소개서 특기란에 망설임은 없을 것이고 그것이 바로 우리 사회의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