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기자회견을 통해 행사의 윤곽이 밝혀졌던 ‘2015 B.I.G. FORUM’이 13일 그 화려한 막을 열었다. 이번 행사는 경기도와 서울대학교가 주최하고 경기콘텐츠진흥원의 주관 하에 열렸다.
빅포럼은 도민들에게 아직 생소한 빅데이터에 대한 이해를 돕고 직접 소통하는 자리임과 동시에 빅데이터 사업의 더 나은 발전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를 묻는 토론의 장이었다.
13일 개회식과 TRACK A,B로 나뉜 국제포럼, 14일 빅데이터 특별강연과 IT분야 기업 채용설명회가 열렸으며 15일에는 빅데이터 교육 수료생들의 성과발표회와 폐회식이 진행된다. 행사기간동안 성격진단, 한의학 건강진단 등 일반인을 위한 다채로운 부대행사도 펼쳐진다.
토마스 데이븐 포스 교수와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첫 기조연설을 맡았다. ⓒ 이지형 기자
특히 이번 포럼에서는 토마스 데이븐 포드 교수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빅데이터에 대한 다양한 강연이 펼쳐져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피터 드러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3대 경영전략가 중 한명으로 손꼽히는 그는 ‘빅데이터 분석과 자동화가 고용에 미치는 위험’이라는 제목으로 빅데이터의 발전과정과 현재 진행상황 그리고 우리가 당면한 과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데이터 분석의 발전과정을 분석1.0, 분석2.0, 분석3.0의 세 분류로 나누어 이야기를 풀어갔다. 분석1.0 시대는 조직 내의 정형화된 적은 데이터 즉, 스몰데이터를 분석해 결과를 도출하는 시대였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과 함께 다양하고 정형화 되지 않은 데이터인 빅데이터가 등장하면서 관련 기술과 전문화된 인력을 통한 분석 방식인 분석2.0 시대로 진입했고 이제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더 많은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석하는 분석3.0 시대로 진입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이러한 발전과정에서 인간이 기술에 이끌려 다니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발전을 통해 인간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정부 중심으로 전문적인 직업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회식 참석자들이 기조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 이지형 기자
남경필 경기도지사 역시 데이븐 포드 교수의 주장에 공감하며 자신의 강연을 시작했다. ‘빅브라더의 공포를 없애자!’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그의 연설은 경기도에서 빅데이터 사업을 진행하며 도민들 사이에 나타난 개인정보유출, 빅브라더에 대한 공포를 없애기 위한 방안과 함께 이를 발전시키기 위한 계획에 초점이 맞춰 진행됐다.
남 지사는 “새로운 기술의 도입과 함께 도민들이 느끼는 공포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도가 가지고 있는 1000여종의 공공데이터를 분석해 CCTV설치, 포트홀(도로에 패인 자국)의 정비 등 도정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예로 들며 빅데이터가 가지는 장점에 대해 설명했다. 더불어 빅데이터 이용에 있어 지속적인 감시, 관리를 실시하는 대표적인 기관을 운영하는 통합 거버넌스 설립을 통해 주민들의 불안감을 없앨 수 있음을 주장했다. 빅데이터의 발전을 위한 방향에 대한 이야기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지속적인 빅데이터 연구를 위한 ‘빅데이터 연구소’를 설립해 활발한 분석활동을 이어갈 것을 제청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데이븐 포스 교수 역시 “경기도의 빅데이터 활용은 아주 독특한 기획”이라고 평가하며 경기도의 기술 발전 상황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두 강연자의 기조연설 후 TRACK A와 B로 나뉜 국제포럼을 통해 국·내외 연사들의 다양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 이번 포럼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단순히 빅데이터에 대한 장점만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빅데이터 내에 존재하는 우려사항을 짚어보려는 노력이 있었다는 점이다.
TRACK A에서 비제이 라하반 부회장, 이종석 신한카드 빅데이터센터장 등 국·내외 전문가들이 빅데이터 사업의 당면사항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이지형 기자
TRACK A는 ‘개방과 공유의 빅데이터 거버넌스’라는 주제 하에 미국의 컨설팅 기업 렉시스넥시스의 비제이 라하반 부회장, 구글 공공정책 매니저 로스 영 등 해외의 빅데이터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볼 수 있는 자리여서 이목을 끌었다.
TRACK A의 초점은 국내·외의 빅데이터 사용 모습과 활용에 존재하는 당면문제로 맞춰졌다. 라하반 부회장은 미국 내 ‘렉서스넥시스’의 사업 현황을 예로 들며 논의를 이어갔다. 그는 빅데이터의 분석이 사용자의 보다 나은 선택을 위한 기준점이 될 수 있음을 들며 빅데이터의 장점을 강조했다. 동시에 빅데이터가 가지고 있는 위험성도 놓치지 않았다. 빅데이터의 잘못된 분석 또는 데이터의 악용은 사용자에게 피해를 안겨줄 뿐 아니라 빅데이터에 대한 불신을 줄 수 있음을 주장하며 데이터 분석의 ‘정확성’과 ‘보안성’의 강화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국내 빅데이터 사업이 가진 당면문제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이종석 신한카드 빅데이터센터 센터장은 국내의 빅데이터 산업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원인으로 프라이버시 침해의 문제를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는 빅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갖고 있음에도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 때문에 원활한 연구 및 사용이 이뤄지지 않음을 말하며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 국내 환경의 변화가 필요함을 주장했다.
TRACK A에서는 빅데이터라는 한 가지 주제에 대한 국가별 다양한 당면문제에 대한 논의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TRACK B에서 김민호 교수가 개인정보의 정의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이지형 기자
TRACK B는 ‘빅데이터 활용과 개인정보 보호의 양립’이라는 주제 하에 개인정보보호법과 빅데이터 기술의 관계에 대한 논의로 이뤄졌다. TRACK B에서는 특히 김민호 성균관대 교수, 구태언 변호사 등 개인정보 보호법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가진 연사와 함께 정연돈 고려대 교수, 정부만 NIA/ICT 융합본부장 등 빅데이터 관련 전문가의 대담을 통해 기술과 법률 사이의 합의점을 찾으려 노력했다.
우선 김민호 교수의 개인정보에 대한 이야기로 논의가 시작됐다. 그는 개인정보를 코끼리에 비유하며 실체는 하나지만 대상마다 다른 관점으로 개인정보를 바라보고 있음을 언급했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에서 나타나는 개인정보 문제가 통일되지 않은 관점에 있음을 주장했다.
이에 구태언 변호사는 빅데이터 산업의 발전에 비해 개인정보보호법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현행 보호법은 개인의 동의를 통해 이뤄지지만 이것은 정부가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행위라 주장하며 산업의 발전을 위해선 법제상의 수정이 필요함을 언급했다.
정연돈 교수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기술적 관점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빅데이터 상에 존재하는 개인정보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기 위한 방법으로 데이터의 익명화를 제시했다. 이는 개인의 정보를 타인이 알아볼 수 없도록 변형하는 기술로 다양한 익명화 모델을 통해 개인정보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으며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데이터에 보다 강화된 익명화 모델을 적용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TRACK B에서는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논의가 중점적으로 이뤄졌으며 특히 개인정보의 정의, 법률상의 수정사항, 기술적 보완사항 등 다양한 관점의 의견교환이 이뤄져 빅데이터 사용의 우려에 대한 다각적 해결방안이 제시됐다.
이번 빅포럼은 기존의 포럼, 박람회가 가지는 단순 홍보의 기능을 벗어나 현 상황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을 통해 빅데이터 기술이 발전하기 위한 조건을 논의하는 한편, 나아갈 방향에 대한 청사진을 그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하지만 빅데이터가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에 대한 홍보의 의미로는 조금 아쉬운 행사였다. 일반 참석자들이 보기에 다소 무거운 주제의 강연들이 주를 이뤘으며 이에 비해 일반인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행사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는 빅데이터 사업을 도민들에게 소개하려는 목적을 완전히 충족시키지 못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올해 처음으로 기획된 행사인 만큼 앞으로 더 나은 모습으로 도민들에게 다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