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영남길은 서울과 경기도, 충청도를 이어주는 주요 도로망으로 한양에서 파견된 조선통신사가 일본으로 갈 때에도 영남길을 거쳐 갔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그 중요성으로 인하여 일제강점기 때 교통로로 개조되며 더 이상 걸을 수 없는 길이 되었던 영남길. 심각하게 훼손된 채 잊혔던 영남길이 최근 그 역사,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복구되며 자동차 바퀴가 아닌 사람의 발을 기다리게 되었다.
경기도와 성남시, 용인시, 이천시와 안성시, 경기문화재단과 사단법인 아름다운 도보 여행 등 여러 지자체와 기관·단체가 협력하여 고증과 조성 작업을 거친 끝에 경기옛길이 시민의 품으로 하나, 둘씩 돌아왔다. 서울의 시작지점인 남태령부터 경기도를 지나 충청도까지 이어지는 삼남길과 서울에서 북한과 접하고 있는 임진각으로 이어지는 의주길에 이어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에서 경기도와 충청도의 경계까지 이어지는 영남길 중 제2길이 2015년 10월 16일, 드디어 그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었다. 영남길의 부활을 기념하기 위해 성남시 분당 중앙공원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영남길 개통식 행사장 모습(왼쪽), 행사장으로 입장하는 완주단(오른쪽)](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510/20151019151622594837177.jpg)
영남길 개통식 행사장 모습(왼쪽), 행사장으로 입장하는 완주단(오른쪽) ⓒ 김서하 기자
영남길을 완주한 완주단의 입장으로 시작된 ‘영남길 제2길 낙생역길 개통식’은 기존의 딱딱한 행사 진행 방식을 탈피하여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이루어졌다. 참가자들은 의자에 앉아 앞만 보는 대신 행사장을 자유롭게 걸어다니면서 다른 워커(걷기 좋아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와 소통을 했고 식을 즐겼다.
완주단이 입장한 후 경기도 청소년들의 가요 플래시몹에 이어 ‘미스터 브라스’ 의 브라스 공연이 진행되었다. ‘가장 중요한 내빈은 참가자 여러분입니다.’라는 진행자의 말로 시작된 내빈소개와 국민의례가 끝나자 본격적으로 영남길 개통식이 시작되었다.
윤여빈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연구센터장은 영남길과 경기옛길 조성 작업 경과를 소개하였다. 그는 영남길을 ‘과거와 현재가 손을 맞잡는 길’로 표현하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리와 운영을 해나갈 것을 약속함과 더불어 경기도민들이 경기옛길을 사랑해줄 것”을 당부하였다.
경과 보고에 이어 영남길 조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경기도 지자체 소속 직원들과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경기문화재단 조창희 대표이사와 이진찬 경기도청 문화체육관광국장, 장영근 안성시 부시장과 이한일 이천시 복지문화국장 그리고 권석필 성남시 교육문화환경국장까지 총 5명이 영남길 개통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특히 조창희 대표이사는 “경기옛길 조성 사업은 경기도 여러 시가 하나의 협업체로 협력하여 빚어낸 결과물이며 경기도를 통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경기도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었다. 조 대표이사 외에 다른 내빈들 역시 영남길 개통을 축하하며 영남길을 완주할 것을 약속하였다.
![내빈 인터뷰(왼쪽), 경품을 수상한 참가자(오른쪽)](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510/20151019151622592854812.jpg)
내빈 인터뷰(왼쪽), 경품을 수상한 참가자(오른쪽) ⓒ 김서하 기자
이어진 경품추천에서는 다섯 명의 내빈들이 직접 참가자의 참가번호를 뽑아 경품을 증정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경품은 경기옛길 완주에 필요한 고급 아웃도어 용품으로, 등산 가방부터 등산 스틱까지 참가자 모두가 탐내는 것들이었다. 한 명, 한 명 호명될수록 행사장의 열기는 뜨거워졌으며, 당첨자가 무대로 올라와 경품을 받을 때 모두 박수를 치며 환호하기도 하였다. 자리에 없는 참가자가 호명된 경우 그 사람은 집에 갔으니 빨리 다른 번호를 뽑으라며 재촉하는 상황이 벌어지며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였다.
행사의 마지막 순서는 다섯 명 내빈과 완주단 단장의 퍼포먼스였다. 다섯 명의 내빈이 각각 앞에 놓인 버튼을 누르자 금빛 꽃가루가 무대 양끝에서 터져 나왔으며 경기옛길 영남식 개통을 축하한다는 현수막이 펴졌다. 행사 후 영남길 도보 등산이 이어지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완주단 단장의 지휘에 맞춰 스트레칭을 한 후 영남길 등반을 시작하였다.
![내빈들의 퍼포먼스](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510/20151019151622596411695.jpg)
내빈들의 퍼포먼스 ⓒ 김서하 기자
서울특별시 강서구 등촌동에 거주하는 김진주 씨는 “영남길은 역사 공부도 되고 조상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훌륭하고 아름다운 길”이라고 말하며 “평상시 걷기를 즐기는데, 걷기를 통해 인생길을 찾는 중”이라고 밝혔다. “영남길 10개의 길 중 3개만을 남겨놓은 상태”라며 완주를 향해 걸어가는 김진주 씨의 발걸음은 그 누구의 발걸음보다도 씩씩하고 산뜻하였다.
우리가 지금 걷고 있는 이 땅 자체가 역사이고 문화이다. 철저한 고증과 조성 작업을 통해 우리의 품으로 돌아온 경기옛길. 그저 산책하는 여느 길이 아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주는 경기옛길을 가족과 친구와 함께 걸으며 건강도 챙기고 역사와 문화를 가슴 속에 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