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2015년 하반기 안보통일 페스티벌’ 현장의 황량한 풍경. ⓒ 장동길 기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떠들썩한 소문이나 큰 기대에 비해 실속이 없거나 소문이 실제와 일치하지 아니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속담이다.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열린 ‘2015년 하반기 안보통일 페스티벌’을 취재하고자 경기도청 앞 잔디광장에 도착했을 때의 첫 느낌을 대변해주는 것이 바로 이 속담이었다.
취재 전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행사에서는 육상장비(K1A1전차, M-48전차, K-9자주포, K-10탄약차, K-200장갑차, K-10제독차, 화생방정찰차, 적외선 발연체계차량, 비호, 천마, 발칸, 미스트랄 등)와 헬기(코브라, 500MD, UH-1H) 등 군필자인 기자도 보지 못한 다양한 최신 장비들을 직접 구경하고 체험해볼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기대감을 안고 취재를 신청했다.
그러나 현장에 도착하자 그 기대는 완전히 무너졌다. 전차와 자주포의 위용은 온데간데없고 제독차와 화생방정찰차 그리고 겨우 구색을 맞추려고 애를 쓴 듯 코브라 헬기 1대만이 잔디밭에 쓸쓸히 놓여있었다. 지난 6월, 경기도청 북부청사에서 열린 같은 행사에 비해 너무나 초라한 모습이었다.
안보·통일과 관계없는 부스들이 눈에 띈다. ⓒ 장동길 기자
자리를 채우기 위해 억지로 마련한듯한 부스도 많이 보였다. 안보통일 페스티벌에 기상캐스터 체험, 미용체험(네일아트, 페이스페인팅, 타투, 레게머리)과 같은 부스가 꼭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또한 수원소방서와 민방위대, 대한적십자사는 심폐소생술 체험 행사를 중복되게 진행해 불필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행사 첫 날인 19일 오후에는 10명이 채 안 되는 유치원생과 몇 명의 취재진이 관람객의 전부였다. 각 부스에는 피곤에 절어 의자에 앉아서 조는 병사들과 무료함에 지친 자원봉사자들이 스마트폰 게임을 하거나 서로 페이스페인팅을 해주는 등 취재하기조차 민망한 상황들이 펼쳐졌다.
관람객이 없어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병사들. ⓒ 장동길 기자
심지어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면서 경기도청 주변과 수원역의 몇몇 시민들에게 안보통일 페스티벌 개최 사실을 아느냐고 물었으나 대부분이 알지 못했다. 수원역에서 만난 오지환(32, 수원시 팔달구) 씨는 “도청 근처에서 현수막을 보긴 했지만 그게 전부”라며 “도청까지 가는 언덕도 높은데 버스도 안다니니 관심 있는 행사가 아니면 갈 생각이 안 든다”고 접근성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통일과 안보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자 뿌리 깊은 단일민족국가인 우리에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가치를 지닌 말이다. 그런 가치를 지닌 행사를 볼거리가 부족한 행사로 만든 것은 주최 측인 경기도의 책임이 크다. 홍보 포스터에 나와 있는 장비의 대부분이 전시되지 않았고 홍보에 대한 노력과 알찬 구성을 위한 의지도 부족했다. 있어야 할 것보다 불필요한 것들이 많아 주객전도가 된 느낌도 들었다. 다음 안보통일 페스티벌에서는 다채로운 볼거리와 충분한 준비를 통해 도민들이 통일과 안보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게 만들 수 있는 장이 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