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 열린 한국만화박물관 입구 ⓒ 전아현 기자
매년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선보임으로써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 올해로 17번째 생일을 맞았다. 지난해까지는 학생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경쟁이 치러졌지만, 올해부터는 일반경쟁으로 그 범위가 확대됐다. 이번 페스티벌은 애니원(Animation+One)을 주제로, 애니메이션 장르 본연의 매력을 전파하고 아시아 지역 전문 애니메이션 페스티벌로 성장하고자 하는 포부가 담긴 행사였다.
(사)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조직위원회가 주최, 경기도와 부천시 등이 후원한 본 축제는 한국만화박물관, CGV 부천, 부천시청 등 세 곳에서 진행됐으며, 지난 23일에 시작돼 27일에 막을 내렸다. 기자는 25일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에 위치한 한국만화박물관을 찾았다.
애니메이션 상영관(왼쪽) ⓒ 전아현 기자, 애니메이션 ‘솔로탈출귀’ ⓒ BIAF 공식 홈페이지
세계 55개국 천백여 개 작품이 국제경쟁의 장편·단편 등 5개 부문에 출품되었으며, 한국만화박물관에서는 그에 걸맞은 애니메이션이 상영됐다. 그중 지난 25일 오전 10시에 상영된 ‘솔로탈출귀’는 심령 동아리에 속한 주인공이 처녀귀신을 만나 각자의 목적을 위해 협력하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고 익살스럽게 나타낸 국제경쟁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이는 ‘협력’은 모두에게 유리하며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관객들에게 일깨워주었다.
제1기획전시실 - 마스터展(전)(왼쪽), 특별전(오른쪽) ⓒ 전아현 기자
한국만화박물관 내 3층에 위치한 제1기획전시실에서는 세계 애니메이션 거장과 김예원, 요코쿠노, 주옌통 등 한국, 중국, 일본의 3개국 차세대 유망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됐다. 그중 김예원 작가의 <LANGUAGE>는, 작가의 유학 생활 당시 겪었던 어려움을 소재로 한 평면 드로잉 애니메이션으로, 한국을 떠나 일본에서 경험한 인간관계를 다뤘다. <Hand & Sensibility> 특별전에서는 위 작가들의 핸드드로잉 애니메이션을 만나볼 수 있었다. 본 전시는 한중일 차세대 애니메이션 작가의 대표작을 중심으로 독립애니메이션의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고자 했다.
제2전시실 - 언리미티드展(왼쪽), 권경엽 작가의 작품 ⓒ 전아현 기자
국내외 다양한 애니메이션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작품을 한 전시장에서 만나보기 위해 제2전시실을 찾았다. 만화,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등 다양한 영역에서 교육자, 감독, 독립예술가로 활약 중인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권경엽 작가의 경우 작품에 붕대, 눈물 등의 상징과 함께 색을 잃은 인물들로 내면의 상처와, 자유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초기 작가 자신의 트라우마를 드러내면서, 나아가 성찰로 치유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본 전시를 관람한 대학생 전 모(21) 양은 “현재 미술대학에 재학 중인데 이번 전시를 보며 그림에 대해 많이 배워간다”고 밝혔고, “권경엽 작가의 그림은 회화의 본래적인 특질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는 평을 내렸다.
◆ 한국만화박물관, 그곳이 알고 싶다!
3층 상설전시관 - 한국 만화의 역사(왼쪽), 추억의 만화방(오른쪽) ⓒ 전아현 기자
한국 만화의 역사와 관련된 전시물을 시대별로 만나고, 추억의 만화방, 골목 등을 접해 그 시절을 추억해 볼 수 있는 공간은 다름 아닌 상설전시관이다. 시민들로 하여금 1909년 근대 만화의 시작부터 1990년대 만화잡지 전성기를 거쳐 지금까지의 역사를 배울 수 있게 했다. 또한 1960년대의 만화방을 그대로 재현, 당시의 만화를 열람할 수 있는 공간인 ‘땡이네 만화가게’가 마련돼 있었다.
아이들은 작은 TV와 흑백 애니메이션을 접하며 놀라워했고, 부모들은 당시의 만화를 접하며 어린시절의 추억을 되새겼다. 상설전시관의 중심에는 4D 영상관이 위치해 있었다. 상영작 중 ‘변신싸움소 바우’는 초보 싸움소인 바우가 대회에 출전하며 맞닥뜨리는 시련들을 담은 영상으로, 가족단위의 시민들은 1인 1000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입장해 입체영상 장면에 따른 진동, 바람 등의 효과로 영상을 즐겼다.
4층 만화체험관 - ‘만화가의 머릿속’ 체험관 ⓒ 전아현 기자
4층에 위치한 만화체험관은 시민들 스스로 만화가가 되어보고, 만화 속 주인공이 되어볼 수 있는 체험형 공간이다. 웹툰의 시작과 현재의 인기 작품이 전시돼 있고, 만화 캐릭터를 옮겨 그려보는 ‘만화그리기 체험존’이었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만화가의 머릿속’ 체험관이다. 잠든 만화가의 머릿속에 들어가 만화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도록 하는 체험으로, 만화가의 상상력과 복잡한 아이디어가 거울 미로로 표현되어 있다. 만화가의 일상이 담긴 만화 벽화 길을 체험하며 그들의 생활 패턴과 고충 등이 잘 드러나 있었다.
1층 애니메이션 체험 부스 ⓒ 전아현 기자
서늘한 가을날 코스모스같이 찾아온 애니메이션페스티벌은 시민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출품자들에게 즐거운 경쟁의 자리를 마련해주며 27일 막을 내렸다. 공식 행사와는 별도로 어린이들을 위한 만화가 상영됐고, `버블 매직쇼` 같은 체험행사도 함께 펼쳐졌다. 매년 가을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인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내년 가을엔 한번 가보는 것도 좋겠다.
한편, 한국만화박물관은 2001년 개관한 이래로 우리 만화의 가치를 알리며 아울러 다양한 전시와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도민들이 만화를 보다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주말이면 2층 만화도서관에 옹기종기 모여 책을 읽는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성인 1인의 관람료는 5,000원이지만, 성인 2인과 어린이 2인으로 구성된 가족권을 이용하면 15,000원으로 저렴하게 입장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