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기초시설은 지하로, 소각장 굴뚝은 전망대 ⓒ 하남시
반갑지 않은 미세먼지가 걷히고 나니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이 유혹한다. 하늘이 높아지는 가을 정취를 제대로 만끽하려면 전망대만 한 곳이 없다. 경기도의 가을 하늘을 감상하기 좋은 전망대 어디 없을까? 이왕이면 가장 높은 전망대가 좋겠다.
올림픽대로 동쪽 끝에서 미사대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우뚝 솟은 타워가 저 멀리서도 한눈에 보인다. 바로 유니온타워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유니온파크 내에 위치한 유니온타워는 1백5m 높이의 4층짜리 전망대이다. 현재까지는 경기도 내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로 손꼽힌다. 1층에서 4층까지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3초.
3층과 4층에 마련된 전망대에 오르면 하남시 전경과 한강 줄기, 수변공원 등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미사리조정경기장은 물론 예봉산과 검단산 등의 풍경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1백5m라는 높이를 가늠해볼 수 있도록 3층과 4층 전망대 바닥에는 동그란 전망창도 뚫려 있다. 이곳을 통해 타워 아래 풍경을 내려다보면 아무리 간이 큰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다리가 후들거리고 가슴이 철렁한다. 전망대 3층과 4층을 잇는 계단 벽면 등에는 지역작가들의 미술작품을 전시하기도 해 이곳을 찾은 이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밤이 되면 유니온타워는 형형색색 조명이 어우러져 더욱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야경을 즐기며 유니온파크 광장을 산책하기에도 좋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유니온파크 전경. ⓒ 하남시
악취 풍기던 환경기초시설이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겉으로 보기에는 잘 꾸며진 공원과 전망대 같지만 사실 이곳 지하에는 엄청난(?) 비밀이 숨어 있다. 생활폐기물 소각시설과 음식물 자원화시설, 하수처리시설 등 많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6개의 환경기초시설이 지하 4층까지 건설돼 있는 것. 유니온타워는 소각장 굴뚝이 전망대로 거듭난 것이다.
환경기초시설을 지하에 설립하고 지상을 공원이나 체육시설로 꾸민 사례는 일부 지자체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이처럼 무려 6개에 달하는 환경기초시설을 한데 모아 지하에 조성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유니온파크와 타워가 들어선 하남시 신장동 부지는 1997년부터 환경기초시설이 터를 잡고 운영돼왔다. 그러나 시설이 노후화되면서 악취가 심해져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2014년 3월, 국내 최초로 폐기물과 하수처리시설 등을 친환경 최신공법으로 지하에 설치한 7만9천57㎡(2만4천 평) 규모의 신개념 환경기초시설이 들어서면서 이 같은 주민들의 불만은 싹 사라졌다. 6단계 밀폐 시스템으로 이제 유니온파크 인근 그 어디에서도 악취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오히려 가까운 곳에 산책하기 좋은 공원이 생겼다며 모두들 반기는 상황이다.
특히 이곳 소각시설과 슬러지 건조시설에서 발생한 폐열은 관리동 냉난방에 사용하고 있으며 잔여열은 추후 집단에너지 공급시설에 판매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유니온타워 내부. ⓒ 하남시
여름철 운영되는 물놀이장. ⓒ 하남시
사전 예약 시 환경기초시설 견학도 가능
유니온파크를 방문했다면 지상에 마련된 야외무대나 생태연못, 잔디광장, 산책로, 물놀이 시설(7~8월 운영) 등 다양한 문화공간과 체육시설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지하에 설치된 환경기초시설도 꼭 한 번 둘러볼 것을 권한다.
폐기물과 하수처리시설을 최신 기술 집약으로 완전 지하화한 국내 최초의 시설이기 때문에 이를 벤치마킹하려는 전국 자치단체와 국외 관계자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하남시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환경부, 경기도, 제주특별자치도, 전주시 및 전주시의회 등 중앙부처 및 지자체 35개 기관 관계자 6백여 명이 이곳을 방문했다.
국외에선 브라질, 중국, 스리랑카, 베트남, 아제르바이잔, 태국, 파라과이 등 7개 국가 관계자 1백10여 명이 찾았다. 일반인들도 10명 이상 모여 사전 견학 신청을 하면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지하시설 중 일부를 관람할 수 있다. 견학은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가능하며 오전 10시, 오후 2시, 오후 4시 하루 세 차례 운영된다.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다.
유니온파크 ⓒ 하남시
유니온파크는 수려한 자연환경 속에 환경기초시설과 사람이 공존하는 하남의 인기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2월 행정자치부가 주관한 대한민국지방자치경영대전에서 최우수에 선정되면서 방문객이 두 배 가까이 늘었으며, 개장 이후 현재까지 누적 방문객은 36만여 명에 달한다. 당시 하남시 환경기초시설은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해 기피시설에서 주민친화시설로 탈바꿈하고 지역명소로 자리 잡은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런 걸 두고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할까? 약 20년 전에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하남시 환경기초시설 아니, 이제는 유니온파크로 불러야 할 그곳의 변신과 지하에 숨겨진 비밀을 확인하러 떠나보자. 가을은 짧다.
주소 경기도 하남시 미사대로 710
전화 031-790-6255 / 6281
홈페이지 http://union.hanam.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