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을 나눴더니 모두가 행복해졌어요”](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510/20151102113006642513883.jpg)
“디자인을 나눴더니 모두가 행복해졌어요” ⓒ 신승희 기자
#장면1
2015년 6월 26일
이천시 엘리엘동산
고운 마음을 페인트에 담아 쓱쓱~
긴 가뭄 끝에 내린 반가운 빗속, 경기도 이천시 중증장애인시설인 엘리엘동산으로 향하는 차량이 줄줄이 이어졌다. 경기도가 진행하는 ‘디자인 나눔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대학생들과 경기도 관계자들이었다. 이날은 디자인 나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엘리엘동산의 환경을 개선하기로 한 날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은 이내 작업 준비를 마치고 따뜻한 기운이 도는 회백색과 연분홍, 은은한 올리브색과 깔끔한 화이트 페인트를 칠하기 시작했다. 미술작품을 완성하듯 정성껏 붓질하는 모습에서 고운 마음씨가 느껴졌다. 어느새 엘리엘동산 본관 복도와 프로그램실이 화사한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환경 개선에 사용되는 페인트는 (주)노루페인트가 후원했다.
자원봉사에 참여한 배나희(청주대) 씨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장애인시설에 자원봉사를 나가시던 모습을 자주 접해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됐다”며 “친구들과 함께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만으로도 보상은 충분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고운 마음을 페인트에 담아 쓱쓱~](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510/20151102113006662328999.jpg)
고운 마음을 페인트에 담아 쓱쓱~ ⓒ 경기도 아카이브
#장면2
2015년 10월 14일
안산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강의실
어려운 수업이지만 나눔 기쁨에 만족
노트북 모니터를 응시하며 딸각딸각 마우스를 움직이는 분주한 손놀림 그리고 진지하게 무언가를 논의하는 모습. 한양대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3학년 학생들의 전공수업인 ‘시각정보디자인’ 수업 풍경이다.
시각정보디자인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영세기업의 제품 등을 디자인해주는 경기도의 디자인 나눔 프로젝트 참여를 겸하게 된다. 수업이 곧 디자인 나눔 프로젝트의 과정이 되고 결과물은 영세기업의 소중한 자산이자 학생들의 실습작품이 되기도 하는 것. 현재 시각정보디자인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2~3명씩 팀을 이뤄 하나의 기업을 맡고 있다. 올해는 총 7개 기업이 한양대 학생들의 재능기부를 받게 됐다.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임지선 교수는 “경기도와 경기복지재단으로부터 영세기업을 추천받아 기업 관계자와 학생들 간 인터뷰를 갖고 서로 사업취지나 목적이 맞는 기업을 선정했다”며 “기업과 학생들의 팀이 꾸려진 뒤에도 3회 이상 기업 관계자를 수업현장으로 오게 해 디자인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고 설명했다.
한양대 학생들이 참여하는 디자인 나눔 프로젝트는 단순한 디자인 재능기부 그 이상이다. 고객 경험을 고려한 ‘서비스디자인’을 강조하는 임 교수의 철학에 따라 고객 안에 잠재된 욕구를 파악하고 창의적인 디자인 방법을 통해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산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강의실](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510/20151102113006679907485.jpg)
안산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강의실 ⓒ 신승희 기자
임 교수는 “우리는 마케팅, 홍보, 서비스, 브랜드 개발 등 기업을 전체적으로 진단하고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을 찾아내 컨설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비스디자인의 개념을 이해 못 하고 디자인만 빨리 내놓기를 원하는 기업도 있었지만, 충분한 사전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설득했더니 브랜드 전체를 바꾸기로 결정한 적도 있다”며 “서비스디자인이 실질적인 매출 상승으로 이어져 감사 전화도 많이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경험은 아직 실무경험을 쌓기 어려운 학생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안산양지지역자활센터 외식사업팀을 맡은 일명 요리조리팀(금문정·김소라·이영민)은 “외식사업을 위한 리플릿, BI, 패키지 등을 제작 중”이라며 “현장을 모른 채 제대로 된 디자인이 나올 수 없다는 생각에 디자인에 앞서 고객의 입장에서 먼저 이용해보고 그 느낌과 이미지 등을 디자인에 담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요리조리팀은 또 “졸작(졸업작품)보다 어렵다고 소문난 수업이지만 흔치 않은 경험이고 영세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책임감을 갖고 참여 중”이라고 전했다.
![안산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강의실](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510/20151102113006695025221.jpg)
안산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강의실 ⓒ 신승희 기자
#장면3
2015년 10월 21일
이천시 설봉공원 쌀문화축제
마을 농산물의 가치를 올려주는 예쁜 패키지
“밥맛 좋은 도니울명품쌀 사가세요~ 달달한 도니울명품고구마도 있어요~.”
쌀문화축제가 한창인 이천시 설봉공원의 ‘도니울명품쌀 정보화마을’ 부스가 소란하다. 마을 관계자들은 마을에서 생산된 쌀과 고구마 등 농산물을 판촉하기 위해 목청을 높였다. 그 소리에 하나둘 모여든 시민들은 이천에서 생산된 농산물이라는 사실에 일단 믿음을 가졌고 세련된 포장 패키지에 감탄했다. “어머~ 포장이 이렇게 깔끔해요? 어디 선물하기에도 딱 좋겠네!”
도니울명품쌀 정보화마을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가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준 포장 패키지 역시 경기도 디자인 나눔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이 마을은 지난해부터 2년째 디자인 나눔 프로젝트의 수혜를 받고 있다.
마을의 장순선 위원장은 “과거에는 마을에서 생산된 쌀을 일반 비닐봉투나 마대자루에 담아 판매했는데 지난해 패키지 디자인을 바꾼 뒤부터 젊은 소비자들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마을 농산물의 가치를 올려주는 예쁜 패키지](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510/20151102113006703915423.jpg)
마을 농산물의 가치를 올려주는 예쁜 패키지 ⓒ 경기도 아카이브
![마을 농산물의 가치를 올려주는 예쁜 패키지](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510/20151102113006722878437.jpg)
마을 농산물의 가치를 올려주는 예쁜 패키지 ⓒ 강현욱 기자·경기도 아카이브
경기도는 지난해 디자인 나눔 프로젝트를 통해 도니울명품쌀 5kg 포장 패키지와 1kg, 3kg용 스티커 디자인을 지원한 데 이어 올해는 도니울명품고구마 5kg 박스와 쇼핑봉투의 디자인을 제공했다. 특히 포장 패키지에 담긴 흙, 논, 벼 등 모든 이미지는 실제 프로젝트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도니울마을에서 직접 촬영한 것이다.
마을 프로그램 관리자 심상란 씨는 “고구마를 담을 박스가 마땅치 않아 그동안은 농협에서 판매하는 박스를 사다 썼는데 도니울명품고구마 전용 박스가 생겨 훨씬 고급스러워졌다”며 “10kg용 박스는 따로 디자인된 게 없어 10kg을 주문하면 일반 박스에 나가는데 일부러 5kg 박스에 나눠달라고 요청하는 소비자들이 있을 만큼 인기가 좋다. 디자인이 들어간 박스가 상품성을 높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마을 농산물 패키지를 보고 업체를 소개해달라며 주변 농가에서 연락이 오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장순선 위원장은 “마을에서 따로 패키지를 만들어보려고 해도 제대로 된 업체를 찾기 어렵고 대량 주문만 가능해 부담이 됐던 게 사실”이라며 “내년에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쌀을 선물하기 좋도록 택배용 선물 케이스를 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보화마을을 담당하는 이천시 이흥복 주무관도 “이천시는 정보화마을 등에 농산물 포장 제작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디자인 나눔 프로젝트를 통해 완성된 우수한 디자인 덕분에 훨씬 상품성이 높아져 지원하는 입장에서도 뿌듯하다”고 전했다.
![마을 농산물의 가치를 올려주는 예쁜 패키지](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510/20151102113006735842589.jpg)
마을 농산물의 가치를 올려주는 예쁜 패키지 ⓒ 강현욱 기자
경기도의 디자인 재능기부 천사들
경기도는 지난 2013년부터 경기복지재단과 협력해 디자인 전문가의 재능기부를 받아 영세기업 제품과 복지시설, 정보화마을 등의 디자인을 개선해주는 ‘디자인 나눔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가천대, 경희대, 한양대, 경기대 등 4개 대학 학생과 교수, 자원봉사자 등 93명이 참여 중이다.
오는 12월 1일부터 3일까지 경기도청 제3별관 1층 로비에서는 디자인 나눔 프로젝트의 성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회도 마련된다.
건축디자인과 신용복 주무관은 “올해는 지원의 사각지대였던 재가시설도 디자인 지원대상에 포함시켜 가구 리폼 등 생활환경 개선 인테리어를 도왔다”며 “내년에는 일반인 자원봉사자를 늘리고 북부쪽 대학의 참여도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금까지는 포장이나 박스, 스티커 등 패키지 디자인에만 그쳤지만 내년에는 초도물량 생산(실용화)까지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